김현섭·백수연·김종은, 리우올림픽 독기품은 비주류 3인의 각오

입력 2016-07-08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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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섭-백수연-김종은(왼쪽부터). 스포츠동아DB

리우올림픽, 우리도 있다! - 독기품은 비주류 3인의 각오

대한민국 선수단은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 종합순위 10위권 유지를 노린다. 이는 2004년 아테네대회(9위)∼2008년 베이징대회(7위)∼2012년 런던대회(5위)에 이은 하계올림픽 4회 연속 10위권 진입이다. 체육계가 전망하는 메달 획득 유망종목은 8개. 대회 초반 분위기를 주도할 양궁, 사격 외에 태권도, 레슬링, 유도, 펜싱, 배드민턴, 골프 등이다.

그러나 묵묵히 그들의 ‘타이밍’을 기다리며 도전하는 선수들도 있다. 국내에선 ‘비주류 중의 비주류’로 꼽히지만, 유럽과 북미 등 해외에선 인기종목으로 통하는 육상, 수영, 하키 등이 대표적이다. “TV 중계를 갑자기 끊고 타 종목 현장으로 영상을 바꾸는 사태가 없게끔 한 번 큰 사고를 치고 싶다”며 태릉선수촌과 진천선수촌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태극전사·낭자들의 목소리를 생생히 옮겨본다.


“한줌 후회도 없이”…‘경보영웅’을 꿈꾸는 김현섭

육상 남자 경보 김현섭(31·삼성전자)

강원도 태백과 고성에서 웨이트 트레이닝과 거리조절 훈련으로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다. 27일부터 2주 동안 미국 올랜도에서 전지훈련을 하고 브라질로 향한다. 리우에선 20km, 50km에 모두 도전한다. 일정상 2개 세부종목에 나서는 것은 문제없다. 포커스를 대회 후반부에 열릴 50km에 맞추고 있어, 무리가 온다 싶으면 20km 레이스를 중도에 마칠 수 있다. 솔직히 국제대회에 많이 출전하지 못한 면은 아쉽다. 연 1회 정도다. 경쟁 속에 실력과 자신감이 올라가는데, 점차 뒤처지는 느낌이 있다. 기록은 우리가 좋은데, 경기운영 노하우가 떨어져 큰 대회를 망칠 때도 있다. 경보는 육상에서도 특히 소회된 종목이다. 주 6일, 120∼150km를 걷다보면 엄청난 고통이 찾아온다. 그런데 더 힘든 것은 외로움이다. 그래도 먼저 걷는 누군가가 있어야 후배들이 낯설지 않으리란 생각에 열심히 걷는다. 우리가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다. 4년 전 런던에서 20km 17위를 했다. 이번이 내 마지막 올림픽일 것이다. 한줌의 후회를 남기고 싶지 않다. ‘마라톤 영웅’으로 황영조, 이봉주를 기억하듯 훗날 ‘경보 영웅’ 김현섭을 기억해주는 이들이 많아졌으면 한다.


“언제나 명예롭게”…“무조건 일낸다” 수영 백수연

수영 여자 평영 200m 백수연(25·광주광역시체육회)

런던에서 준결승 9위로 아쉽게 결승에 오르지 못했다. 그 때는 옆 레인 선수와의 거리를 최대한 좁히자는 생각으로 물살을 갈랐는데, 개인최고기록(2분24초67)이 나왔다. 4월 국가대표 선발전(동아수영대회)을 준비할 때는 정말 긴장을 많이 했다. 태극마크를 10년 가까이 달고 있다가 잠시 나가있는 새 열린 대회였다. 외부인 자격으로 나섰기에 더욱 간절히 도전했다. 이상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올림픽 A기준기록은 통과하리란 믿음이 있었다. 또 한 번의 올림픽이 왔다. 20대 중반이 되자 회복능력이 조금 떨어졌다. 훈련과 웨이트 트레이닝을 전부 소화하지 못한다. 그래도 나름의 노하우가 생겼다. 자신감도 있다. 평영은 상·하체 움직임의 타이밍이 중요한데, 킥과 팔 회전의 조화는 나쁘지 않다. 남은 시간은 스타트와 턴 동작의 군더더기를 줄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구체적 목표는 세우지 않았다. ‘결승 진출’ 따위의 목표에 얽매이면 제 실력도 발휘할 수 없다. (오른쪽 손목의 ‘오륜기’ 타투를 보이며) 뭔가 기억에 남는, 의미가 있는 것을 새기고 싶었다. 언제나 명예로운 선수, 강한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


“TV에 나와 보자” …3번째 올림픽 여자하키 김종은

여자하키 김종은(30·아산시청)

어느덧 3번째 올림픽 출전이다. 그런데 리우는 특별하다. 아무 생각 없이 따르기만 했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최고참으로서 마지막 열정을 태우고 있다. 훈련도 많고, 몸도 구석구석 아프지만 쉴 틈이 없다. 동료들의 각오가 대단하다. 눈빛도 살아있다. 진지하고 솔직하게 열정을 쏟고 있다. 냉정히 보면 우리 기량은 세계적 수준에서 거리가 멀다. 감각의 차이가 크다. 아주 어릴 적부터 ‘즐기며’ 시작한 유럽 라이벌들과 우리의 차이는 분명하다. 불리한 신체조건은 어느 정도 따라잡을 수 있지만, 스틱을 손에 쥐고 있어야 하는 감각이 없으면 불필요한 체력소모도 많아진다. 알면 알수록, 하면 할수록 어렵다고 할까? 주변에선 우리의 도전이 어렵다고 보는데, 결과는 장담할 수 없다. 일단 조별리그를 통과해 8강에 오르면 충분히 승산은 있다. 2010년 중국 광저우에서 열린 아시안게임 결승전을 잊지 못한다. 경기 후 부모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TV 중계를 중간에 끊어서 결과를 보지 못했다”고. “오늘 이겼냐?”고. 새삼 내가 ‘비인기종목’ 선수라는 것을 깨달았다. 우리는 4년에 한 번씩 찾아오는 ‘반짝 관심’조차 항상 반갑다. 조금이나마 조명돼야 인프라가 좋아지고, 풀뿌리 선수들이 늘어나지 않겠나? 지원이 절실하다. 그래서 우리는 더 잘해야 한다. 희망을 줘야 한다.

태릉선수촌·진천선수촌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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