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피플] ‘악녀’·‘불한당’, 미드나잇 스크리닝으로 간 까닭은?

입력 2017-05-23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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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악녀’의 정병길 감독, 김옥빈, 김서형, 성준(왼쪽부터)이 22일(한국시간)이 제70회 칸 국제영화제 팔레 드 페스티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NEW

칸 국제영화제 장르물 ‘쇼케이스의 장’
지난해 ‘부산행’, 전략적 활용 큰 성과
세 편 중 두 편 한국영화…기대감 증폭
110여개국 해외 바이어들 ‘악녀’ 문의

한국 장르영화의 성장 그리고 눈에 띄는 전략!

지난해 영화 ‘부산행’은 제 69회 칸 국제영화제와 함께 열린 칸 필름마켓을 거치며 해외 156개국에 판매됐다. ‘한국형 좀비영화’라는 신선한 기획과 스릴러라는 장르영화로서 강한 개성, 무엇보다 짜임새 있는 오락영화로서 가능성이 인정받은 성과였다.

그 중요한 배경이 됐던 무대가 칸 국제영화제 공식 비경쟁부문 가운데 하나인 미드나잇 스크리닝 섹션이었다.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은 말 그대로 밤 11시 이후 ‘심야상영’을 뜻하며, 액션과 공포, 스릴러 등 장르의 색깔이 짙은 영화를 주로 선보인다. 흥행을 노리며 일종의 ‘쇼케이스’를 펼치는 무대라고 여겨진다. 이미 ‘부산행’은 개성 강한 장르물인 영화를 해외에 알리는 주효한 무대로써 바로 이 섹션을 전략적으로 활용했고, 그 성과를 톡톡히 안았다.


● 세 편 중 두 편 한국영화…왜 미드나잇 스크리닝인가?

한국영화는 올해 제70회 칸 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섹션을 더욱 더 공략하는 모양새다. 김옥빈 주연 ‘악녀’(감독 정병길)와 설경구·임시완이 나선 ‘불한당:나쁜 놈들의 세상’(불한당, 감독 변성현)이 공식 초청됐다.

올해 칸의 미드나잇 스크리닝에서 선보이는 영화는 모두 세 편. 그 가운데 두 편이 한국영화라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모은다. 나머지 한 편은 장 스테파네 소바르 감독이 연출한 영국·프랑스 합작영화 ‘어 프레이어 비포 던(A Prayer Before Dawn)’이다. 한국의 장르영화가 그만큼 해외시장에서 힘을 발휘하고 있음을 말해주는 대목이라 할 만하다.

‘악녀’의 해외 마케팅을 맡고 있는 콘텐츠 판다의 이정하 해외세일즈팀장은 22일(이하 한국시간)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은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가 짙은, 흥행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장르영화를 선보이는 무대이다”면서 “지난해 ‘부산행’으로 보여준 한국 장르영화의 힘에 대한 해외의 기대가 크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미 공개된 영화가 아니라면 프로모션용 영상 정도로 해외 판매에 나서는 것과 달리 ‘부산행’은 지난해 이미 완성된 온전한 작품으로서 해외시장을 겨냥했다. 칸 미드나잇 스크리닝 섹션 상영을 시작으로 공격적인 해외공략에 나섰고, 이는 상당한 성과를 안겨주었다. 그리고 이 같은 성과가 올해 섹션에도 영향을 미쳤고, 이는 해외시장의 기대감을 낳고 있다.


● 해외 기대감, 다시 현실로?

‘악녀’의 경우 이미 해외 110여 개국이 영화를 사거나 혹은 리메이크를 하는 것과 관련해 관심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해외세일즈 관계자는 “영화가 22일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서 공식 상영되기 전부터 관심을 갖는 해외 바이어들의 문의가 많았다”고 덧붙였다.

‘악녀’는 어릴 때부터 킬러로 자라난 여자가 국가 비밀조직에 들어간 뒤 임무를 수행하다 자신을 둘러싼 음모에 맞서며 복수에 나서는 이야기. 태권도 유단자인 김옥빈의 호쾌한 액션 연기와, 무술감독 출신에 ‘우린 액션배우다’의 연출자이기도 한 정병길 감독의 스타일리시한 감각적 영상이 어우러져 독특하고 강한 개성을 과시하는 액션영화의 매력을 뿜어낸다.

이 같은 장르영화로서 ‘악녀’에 대한 해외시장의 호기심이 이어지고 있다고 관계자는 설명했다. 하지만 22일 오전 공식 상영 이후 ‘악녀’에 대해 칸 현지의 평가가 어떻게 나올 것인지에 따라 해외시장에서 얻는 성과의 규모는 달라질 수 있다.

‘불한당’ 역시 마찬가지. 교도소에서 만난 두 남자가 조직을 장악하려 나서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의리와 배신 그리고 진한 남성적 기운을 드러내는 영화는 범죄액션물로 꼽힌다. 이미 국내에서 얻고 있는 호평을 바탕으로 해외시장에서도 그 빛을 발할 수 있다고 판단한 제작진에게도 올해 칸 미드나잇 스크리닝 섹션 상영은 무게감을 가져다준다. ‘불한당’은 25일 오전 6시 공식 상영을 시작으로 칸 국제영화제에서 선보인다. 주연배우 설경구 등이 칸으로 날아와 레드카펫을 밟으며 영화를 해외에 알린다. 그 성과에도 관심이 쏠린다.


칸(프랑스) |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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