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강정수 감독, 힘겨웠던 말년의 안타까운 삶

입력 2017-07-10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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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강정수 감독. 사진제공|한국영상자료원 KMDB

2002년 영화 ‘런 투 유’ 끝으로 활동중단
생활고에 당뇨병…최근엔 다리 절단까지
미혼에 부모도 세상 떠나 홀로 죽음 맞아

“아! 너무 마음이 아프다.”

영화 ‘리허설’과 ‘런 투 유’ 등을 연출한 고 강정수 감독의 빈소를 찾았던 한 영화관계자는 9일 깊은 한숨을 내쉬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에 따르면 강 감독은 세상을 떠나기 전 수년 동안 당뇨합병증과 싸우면서 동시에 경제적 고통에 시달렸다. 고달팠던 말년의 삶을 마감하고 이제 영원한 안식에 들어갔지만 영화관계자들의 마음은 아프기만 하다.

8일 오전 2시15분께 58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고 강정수 감독은 수년 전부터 당뇨합병증으로 힘겹게 투병해왔다. 10여년 전 엄습해온 당뇨병은 급기야 다른 장기 이상으로까지 이어지고 말았다. 결국 6개월 전 상태가 악화해 한 쪽 다리를 절단해야 했다. 고인은 미혼이었고, 부모도 이미 세상을 떠난 뒤여서 홀로 외로운 투병생활을 이었다. 유족이 없는 그의 빈소도 고교 동창생들과 일부 영화관계자들이 지켰다.

1990년 영화 ‘영심이’ 등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하다 1991년 변우민과 옥소리가 주연한 ‘하얀 비요일’로 연출 데뷔한 강 감독은 1990년대 젊은 연출자로서 충무로의 기대를 모았다. 이듬해 최민식과 강문영이 주연한 ‘우리 사랑 이대로’와 1995년 최민수와 박영선의 ‘리허설’에 이어 1998년 ‘플레이보이’ 한국계 모델 출신인 이승희 주연 ‘물위의 하룻밤’ 등을 연출했다. 2002년엔 채정안을 내세운 ‘런 투 유’를 선보였다.

하지만 이후 별다른 작품 활동을 하지 못했다. 몇몇 작품을 위해 노력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중국과 관련한 영화사업도 꿈꿨지만 여의치 않았다.

그러는 사이 고인은 기초수급생활자로서 궁핍한 일상을 살아야 했다. 재원이 넉넉하지 않은 영화인복지재단의 도움도 받았다. 그래도 어려움을 이겨낼 수는 없었다. 관계자는 “그동안 치료비 등은 병원 측의 지원 등으로 감당을 해왔지만 장례비용이 걱정이다”면서 “일단 조문객들의 정성을 모으고 있는 상황이다”고 밝혔다.

10일 오전 6시30분 빈소가 마련됐던 서울 한남동 순천향병원 장례식장을 떠난 고인은 이날 장지인 경기 벽제 승화원에서 영면한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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