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숙인 뷰티 브랜드숍 “새 활로를 찾아라”

입력 2017-09-18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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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에 오픈한 이니스프리 플래그십 스토어를 찾은 현지 고객들(오른쪽)과 서울 논현동 본사로 이전한 잇츠한불 기술연구원 모습. K-뷰티 붐을 타고 승승장구하던 화장품 브랜드숍들은 대내외 환경 변화로 인한 매출 부 진을 극복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사진제공|이니스프리·잇츠한불

H&B 스토어와 경쟁·中사드보복 이중고
업계 톱5 업체들 2분기 줄줄이 매출 감소
미주·유럽 공략, 연구개발로 활로 모색


‘K-뷰티’ 붐을 타고 승승장구하던 화장품 브랜드숍(단일 브랜드 매장)이 급격한 환경변화로 위기를 맞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브랜드숍 톱5 업체들의 2분기 매출이 모두 감소했다. 매출 1위인 아모레퍼시픽의 이니스프리의 경우 전년 동기와 비교해 28%나 줄어든 1535억원을 기록했다. LG생활건강 더페이스샵도 매출이 9.4% 감소한 1444억원을 기록했다. 이밖에 미샤는 7.2% 감소한 1006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토니모리는 2분기 매출이 무려 88.07%나 하락한 493억원에 머물렀고, 잇츠스킨은 아예 영업이익이 15억원의 손실을 기록하며 적자로 전환했다.

브랜드숍의 매출이 이렇게 줄줄이 하락한 원인으로 우선 2012년 K뷰티 열풍 이후 신규 브랜드숍이 대거 생겨나면서 국내 시장 경쟁이 가열됐고, 브랜드가 노후화되면서 경쟁력이 약해진 점을 들 수 있다. 특히 올리브영이나 왓슨스 같은 H&B(헬스·뷰티) 스토어들이 공격적으로 유통망을 늘리면서 화장품 브랜드숍의 강력한 경쟁자로 떠오른 것도 영향을 미쳤다. 대외적으로는 역시 한반도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의 한국 단체관광 금지 조치, 일명 ‘한한령’의 악영향이 매출 부진에 중요한 이유로 작용했다.


●이니스프리와 토니모리, 뉴욕·독일서 새로운 시장 개발

브랜드숍 업계는 내외적으로 닥친 위기를 헤쳐가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먼저 중국 시장 의존도를 줄이고, 새로운 사업기회를 찾기 위해 미주와 유럽 등 새로운 해외 시장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니스프리는 미국 뉴욕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고 150종 이상의 미국 전용 상품과 900여 종에 달하는 제품을 내놓았다. 현지 고객의 다양한 피부 타입과 색상에 따른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라운지에서는 뷰티와 친환경을 주제로 한 다양한 클래스도 진행한다.

토니모리는 18일 독일 최대 유통 채널인 두글라스 450개 매장에 동시 입점한다. ‘팬더의 꿈’, ‘매직 푸드 바나나’ 등 인기제품부터 ‘더 촉촉 그린티 라인’, ‘순수에코 대나무 라인’ 등 기초 케어 라인까지 입점 품목도 다양하다. 기초 케어 라인의 경우 그린티, 대나무 등 아시아를 대표하는 성분을 내세웠다.

유상증자, 연구소 강화 등 내실을 기하고 있는 모습도 눈에 띈다. 미샤를 운영하는 에이블씨엔씨는 1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나섰다. 에이블씨엔씨 측은 “유상증자로 확보된 금액과 사내 유보금을 투자해 보수적인 경영 기조에서 벗어나 회사 경쟁력을 적극적으로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잇츠한불은 충북 음성 기술연구원을 서울 논현동 본사로 이전했다. 그동안 상품개발 조직과의 협업 및 의사결정에 있어 물리적 거리로 제약이 있었는데 이전을 통해 부서 간 긴밀한 협력과 소통이 가능하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뷰티 업계 관계자는 “실적 부진의 각종 요인들이 빨리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업체들이 수출 다각화 등으로 활로를 찾고 브랜드 파워를 대폭 강화하는 등 장기전에 대비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정정욱 기자 jja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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