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F 현장①] 블랙리스트 그 후…문재인 대통령 방문의 의미

입력 2017-10-16 06: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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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청와대

22년 부산국제영화제 역사상 최초의 이벤트다.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았다. 전에 없던 특급 게스트의 방문이지만 요란하지 않고 소탈하게 진행됐다.

15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 전당 일대에서 열린 영화제 행사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 짧고 굵은 하루치 일정이었지만 그는 다양한 행사를 통해 한국 영화의 현재와 미래를 만났다. 관객들과 영화를 관람하고 시민들과 공개 간담회를 함께하며 영화의 현재를 들여다보는 동시에 인적 자산인 영화과 학생들을 만났다. 미래 기술인 VR 영화를 직접 체험하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방문은 사전에 공개되지 않고 은밀하게 진행됐다. 청와대 출입 매체들도 소수를 제외하고는 당일 이 소식을 접했다. 문 대통령이 참석한 영화 ‘미씽: 사라진 여자’의 제작사 또한 사전에 알지 못했다고 밝혔다.

김성우 다이스필름 대표는 15일 SNS를 통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와서 영화를 본 첫 번째 대통령인데 그게 내 작품이라니 영광이다. 정말 놀라운 건 투자사 제작사 매니지먼트 그 어디에도 사전에 연락하지 않았던 점이다. 나는 청와대에 출입하는 기자 친구가 이틀 전에 알려줘서 알았다”고 전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은 정말 격식 없는 분이다. 정말 소탈한 행보를 보였다. 상영관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관객들과 일일이 악수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의 말대로 문재인 대통령은 ‘미씽: 사라진 여자’ 시사 후 관객과의 대화를 소화하고 시민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조용히 현장을 떠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가까이서 관객들을 만났다. 할리우드 스타급의 인기를 자랑한 그는 관객들과 일일이 악수하고 눈인사해 놀라움을 자아냈다.

이날 부산국제영화제 측은 “대통령의 ‘갑작스런’ 방문으로 경호 점검이 시행됐다”고 공지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갑작스런’이다. 문 대통령은 왜 이런 행보를 결정했을까.

문재인 대통령은 “영화제가 최근 2~3년간 많이 침체한 것이 가슴 아파서 ‘힘내라’고 격려하는 마음으로 왔다”며 “부산국제영화가 처음 시작할 때부터 개인적으로 또는 공식적으로 함께해왔다. 대통령으로서는 첫 참석이라 뜻깊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지난 정부와 부산시의 횡포와 외압에 대해 외면하지 않았다. 부산국제영화제의 정상화를 위해 정부 차원에서 나설 것을 보장하고 ‘간섭 없이 지지하겠다’는 입장을 명확하게 밝혔다. 더불어 여전히 보이콧을 유지 중인 일부 영화인들의 화합과 참여를 독려했다.

문 대통령은 “몇 년 간 부산국제영화제가 ‘좌파영화제’라 불리며 정부와 부산시에게 간섭 당했다. 영화제 자체가 블랙리스트에 올라가고 지원금도 반토막 당했다. 이런 상황이 되면서 영화제가 많이 위축됐다”며 “우리 정부는 부산국제영화제를 다시 과거의 위상으로 되살리겠다는 생각이다. 초기처럼 힘껏 지원하되 운영은 영화인에게 맡기겠다.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 원칙을 살리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책임감과 사명감을 느낀다. 도종환 문화부 장관하고도 논의했는데 정부는 부산국제영화제가 다시 활발해질 수 있는 방안을 빠른 시일 내에 찾겠다는 각오를 말씀드린다”며 “이번 영화제에도 정치적인 문제 때문에 많은 영화인들이 불만을 가지고 외면하고 참여하지 않았다. 정부의 의지를 믿고 이번 영화제 남은 기간이라도 적극적으로 참여해주기를, 함께 영화제를 살려내자는 말씀을 드린다”고 당부했다.

역사적인 참석으로 힘을 더하고 영화제가 그토록 바라던 독립성과 자율성까지 약속한 문재인 대통령. 그의 약속이 영화인들의 갈등 봉합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해운대(부산)|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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