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겸의 엔터 파워맨] 김홍기 대표 “가수·작곡·작사가 우리가 연결”

입력 2018-05-04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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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 오디티 김홍기 대표는 창업을 앞두고 영화 ‘머니볼’과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를 보면서 많은 용기를 얻었다고 했다. ‘공유경제’의 개념을 도입하며 음악산업에 새로운 비전을 제시한 김 대표는 “스페이스 오디티를 ‘음악 하면 떠오르는 기업’으로 만들고 싶다”고 했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4> 설립 1년 만에 음악계의 우버로 주목 ‘스페이스 오디티’ 김홍기 대표

소속가수가 한 명도 없는 음악회사
데이터·네트워크 기반 콘텐츠 생산
멜론·라네즈·켈로그 광고가 대표작

1년 만에 매출 13억…우린 ‘일당백’
출퇴근 시간도 자유·땡땡이 찬스도
음악하면 우리가 떠오르는 게 목표


소속 가수가 한 명도 없는 음악회사가 있다. 뜰 것 같은 가수, 그런 가수에 어울릴 노래를 만들어줄 작사·작곡가, 이들 음악을 영상으로 구현해줄 영상연출자를 서로 연결시켜 참신한 음악 콘텐츠를 만들어낸다. 각종 데이터를 바탕으로 “성공확률은 높고 실패확률은 적은” 가수와 작곡가 등이 만들어낸 음악은 음원차트를 강타한다. 웹드라마에 OST를 최초로 도입해 ‘연애플레이리스트’의 ‘짙어져’ ‘있잖아’ 등을 6개월째 음악차트 순위권에 올려놓고 있어 화제를 모았고, 멜로망스와 폴킴을 일찌감치 점찍는 등 남다른 선구안을 가진 ‘특이한’ 회사. ‘음악으로 세상을 이롭게’란 아이덴티티로 작년 4월 문을 연 음악콘텐츠 스타트업 ‘스페이스 오디티’(Space Oddity)다.

‘스페이스 오디티’는 1969년 발표된 데이비드 보위의 히트곡 제목이다. ‘세상’(space)의 수많은 ‘특이한 사람’(oddity)들을 연결시켜 “세상을 이롭게 할 음악”을 만들겠다는 의미다.

스페이스 오디티를 설립하고 1년 만에 회사를 음악업계 ‘화제’로 키운 김홍기(42) 대표를 만났다. 그의 사무실은 공유오피스 ‘위워크’ 서울 광화문점에 마련됐다.

스페이스 오디티 김홍기 대표.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 ‘신생아’ 스페이스 오디티, ‘음악계의 우버’로 업계 주목


-업태가 특이하다. 직접 회사 소개를 한다면.

“전속 가수를 두지 않는다. 흩어져 있는 작사가, 작곡가, 가수 등의 크리에이터들을 모아 협업 네트워크를 만든다. 데이터와 네트워크로 성공 가능성 높은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것이 목적이다.”


-어떤 데이터를 활용해 ‘뜰 것 같은 가수’를 지목하나.

“영업비밀이라 자세하게 말할 순 없지만 SNS 버즈량, 아티스트 개인의 SNS 팔로워 수, 음원차트 순위 등 다양한 항목을 검토한다. 감(感)에 의존하지 않고, 데이터를 바탕으로 판단한다.”


-‘네트워크의 공유’는 우버와 같은 개념 아닌가.

“비슷하다. 스페이스 오디티는 우버, 에어비앤비, 위워크처럼 공유경제 기획사로 정의한다. 전속계약을 하지 않고서도 플랫폼과 크리에이터, 아티스트를 네트워크로 묶어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구조다.”

스페이스 오디티는 단순히 음악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음악을 하나의 캔버스 삼아 브랜디드 광고 등 다양한 콘텐츠를 생산한다. 음악사이트 멜론, 화장품 브랜드 라네즈, 켈로그의 브랜드 광고가 이들의 대표작이다.

멜론의 경우, 남자·여자 편으로 각각 5분짜리 단편영화 같은 영상을 만들었다. 남자 편에는 가수 곽진언이 내레이션을 맡고, 작곡은 1601, 작사와 카피라이터는 김이나, 스토리 및 뮤직비디오는 송원영 감독(에이프릴샤워필름)이 연출했다. 여자 편에서는 가수 정은지가 내레이션을 맡고, 음악은 이단옆차기가 만들었다. 작사와 카피라이터는 서지음, 스토리 및 뮤직비디오는 콧수염 필름즈가 맡았다.

라네즈 측으로부터 “뮤지컬 장면 같은 광고” 의뢰를 받고는 박근태(작곡), 요조(작사·보컬), 디지페디(뮤직비디오 연출)를 조합해 한 편을 완성시켰고, TV 광고로도 전파를 탔다.

김 대표는 “프로젝트마다 드림팀을 꾸려서 콘텐츠를 함께 만드는 방식”이라고 했다.

스페이스 오디티는 4월19일 1주년을 맞았다. 3명으로 시작해 현재는 직원수 9명이다. 작년 4월부터 12월까지 매출액은 13억 원이다.


-창업 첫해이고, 적은 인원을 감안하면 매출액이 꽤 크다.

“일당백을 하는 회사다. 출퇴근 시간도 본인이 매일 결정하고, 한 달에 한 번 이유 없이 집에 일찍 가고 싶은 날은 오후 2시에 퇴근할 수 있는 ‘땡땡이 찬스’를 쓰고 있다. 지난 1년 동안 되돌아보니 22개의 음원, 10개의 브랜드 프로젝트, 6번의 오프라인 행사, 4∼5명의 뮤지션들의 프로젝트를 협업했다.”

웹드라마 ‘연애플레이리스트 시즌2’. 사진제공|플레이리스트


● 성공비결? 음악의 판을 깔다

스페이스 오디티는 처음엔 음원을 만들었다. 힙합이 폭발적 인기를 누릴 때, “힙합에 고통받는 발라드 남자를 해보자”는 아이디어에 따라 홍대광·키썸을 기용해 ‘힙합이 뭔데’라는 발라드 곡을 만들었다. 이 노래에 어울릴 뮤직비디오를 만들어줄 연출자는 누가 좋을까, 일러스트레이터는 누가 좋을까, 이런 고민 속에 해당 인재들을 접촉하게 됐다.

“알고 보니 다들 각자의 스타일대로 개성이 있고 스토리도 있는 분들이었다. 그런데 다들 독립적인 사람들이라 네트워크가 없었다. 그래서 이들이 같이할 수 있는 판을 만들고, 이들을 네트워킹 해보자 생각했다. 각자의 개성을 잘 살려낼 수 있는 콘텐츠를 우리가 기획해보자, 그러다 여기까지 왔다.”

스페이스 오디티는 ‘연애플레이리스트’ OST로 업계에 존재감을 알렸다. 웹드라마에 OST를 도입한 것도 획기적이었고, 폴킴 멜로망스 등 당시 인지도가 높지 않은 가수를 발탁한 것도 모험이었다. 스페이스 오디티는 이후 웹드라마 OST를 기획할 때마다 인디음악계의 유망주를 기용했다. 윤딴딴, 1415가 그들이다.

최근엔 라이프플러스(한화) 페스티벌송을 만들어달라는 요청을 받고 소유(가수), 박상우(작곡가) 두 사람을 매칭시켜 곡을 발표했다.


-영위하는 사업이 버라이어티하다.

“브랜드 콘텐츠 제작 및 브랜드 음악 주제곡 제작, 뮤지션의 콘텐츠 플래닝도 있다. 조용필, 헤이즈 등의 색다른 홍보 방식을 기획해주는 것이다. 음악콘텐츠가 필요한 온·오프라인 플랫폼 회사들의 교류 및 제안을 받고 있는 중인데, 현재 인디뮤지션들을 위한 신규 음악 영상 콘텐츠 제작 중이다.”


-일선 기획사에서 협업 제안도 많을 텐데.


“그렇다. 마케팅 해보자는 협업 제안이 많다. 한두 번 했는데, 우리 아직 그런 역량이 안 된다. 작은 회사이고 내실을 다질 때다.”

스페이스 오디티의 페이스북 팔로워는 현재 약 2000명. 뉴스레터는 서비스 시작 한 달 만에 1000명이 구독하고 있다.

● 스스로 진화하는 음악회사가 꿈

김홍기 대표는 한양대 광고홍보학과(95학번)를 졸업했다. 공연기획사 좋은콘서트, 카카오엠의 전신인 서울음반, 네이버뮤직, 카카오뮤직, 딩고뮤직을 거쳤다. 딩고뮤직의 히트 시리즈 세로라이브, 이슬라이브를 만든 주인공이다. 중년 창업에 두려움을 느끼기도 했던 그는 ‘소셜’과 ‘데이터’에서 해법을 찾았다.

“음악 분야의 다양한 크리에이터들이 오랫동안 좋은 콘텐츠를 계속 선보일 수 있고 그들을 좀 더 가치 있게 만드는 일을 하는 회사가 되고 싶다.”

스페이스 오디티는 작품에 참가한 크리에이터들을 강사로 초대해 매월 ‘오디티 토크’ 행사를 벌인다. 이들의 이야기를 온라인 매거진 형태로 정리해 소개하기도 한다. 5월 ‘오디티 토크’는 30·31일 위워크 서울역 4층 라운지에서 열린다. 엠넷 ‘고등래퍼2’ 전지현 PD, 미스틱엔터테인먼트 조영철 대표, 콧수염필름즈 이상덕 감독, 박찬일 셰프 등이 연사로 나선다.

스페이스 오디티 직원들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서로를 영어이름으로 부른다. 벡, 케이트, 애슐리, 브레드, 로직, 에반, 라이언 등과 같은 이름이다. 직급에 얽매이지 않는 수평적 업무를 위한 호칭이다.

스페이스 오디티 김홍기 대표.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앞으로 꿈꾸는 회사는.

“매년 진화하는 음악회사가 되고자 한다. 어찌 보면, 내 스스로 알아서 진화를 했던 것 같다. PC통신부터 무료신문 시대를 겪고 포털과 소셜과 모바일 시대까지, 음악을 주제로 회사를 옮기며 지금까지 진화하며 살아남은 것 같다. 그런데 지금은 어쩌면 이런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 회사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올해 회사의 주요 프로젝트가 있다면.

“올해 안에 기획사와 뮤지션들이 활동하고 계획함에 있어서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모바일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1차로 만들어봤는데, 곧 개발자들도 출근해 IT회사의 면모를 갖춰보려 한다.”


-궁극의 목표는 무엇인가.

“어떤 기획사를 말하면 대개 그 소속 가수를 떠올린다. 음악 하면 스페이스 오디티가 떠올랐으면 좋겠다. 작은 움직임이지만, 오디티 토크(콘퍼런스)가 SXSW(북미 최대 음악축제)와 같은 세계적 음악행사가 됐으면 좋겠다. 음악을 잘하고 싶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회사, 그런 사람들에게 솔루션을 주고 서로 협업하는 그런 회사를 꿈꾼다. ‘음악을 주제로 재미있는 것을 계속하는구나’라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주면서, 좋은 크리에이터들을 연결해 좋은 콘텐츠를 꾸준히 만들어내는 게 목표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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