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황의 V리그, 몸값 폭등의 시대가 온다

입력 2018-05-11 05:3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FA 최대어 전광인. 스포츠동아DB

한국배구연맹(KOVO) 김윤휘 사무총장은 최근 구단 단장들에게 휴대전화로 메시지를 보냈다. ‘선수 계약 시, 옵션을 없앴으면 좋겠다’는 요지였다. ‘샐러리캡(남자 25억원, 여자 14억원) 안에서 선수단 페이롤을 해결하자’는 메시지다.

그러나 이를 접한 몇몇 부자구단들은 강한 반감을 나타냈다. ‘KOVO가 규정 바깥의 영역까지 간섭하려 드는 것은 월권’이라는 시각이다. 실제 옵션에 관한 KOVO의 규제는 없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재정 규모가 협소한 구단들은 KOVO의 생각에 원론적으로 찬성한다. 옵션의 적정성과 범위를 놓고, 뜨거운 갈등이 예고되고 있다.

이 구도에서 주목할 지점은 ‘왜 배구팀들이 돈을 못 써서 안달일까’에 있다. 국내 4대 프로스포츠 중 상대적으로 연봉 억제가 잘 되었던 배구도 ‘자본 확장의 시대’에 본격 진입했음을 알리는 전조라 할 수 있다.

KGC 인삼공사와 연봉 3억원에 1년 계약한 한수지. 스포츠동아DB



● 왜 이 시점에 배구선수 몸값이 급등할까?

2017~2018시즌 V리그의 평균 시청률은 남자 0.89%, 여자 0.79%로 나타났다. 포스트시즌만 떼어내면, 남자 1.41%, 여자 1.06%에 달한다. 케이블 TV의 대박 시청 기준인 1% 벽을 돌파한 것이다. 전년 대비 남자는 13%, 여자는 10%의 시청률이 올랐다. KOVO는 도드람양돈농협과 2019~2020시즌까지 3시즌에 걸쳐 타이틀스폰서 계약을 체결했는데 총액이 90억원에 달한다. KBSN과의 중계권 계약은 2020~2021시즌까지 5시즌에 걸쳐 총액이 200억원이다. 배구가 겨울스포츠 킬러콘텐츠로 떠오르자 투자가치 자체가 상승할 수밖에 없다. ‘기왕 쓸 돈, 더 써서 승리하자’로 모 기업의 발상이 전환되고 있다. 인색한 이미지였던 인삼공사가 FA 센터 한수지를 잔류시키기 위해 연봉 3억원을 베팅한 것은 여자배구계 전체를 경악시킨 상징적 사건이었다. ‘3억은 김희진(IBK기업은행), 양효진(현대건설) 같은 최고선수들만 받는다’는 관념이 깨진 것이다. 현행 규정상, 여자배구 연봉 상한선(3억 5000만원)을 감안하면 몸값 양극화의 심화를 예고한다.



● 다가오는 ‘돈 잔치’를 어떻게 봐야할까?

FA 최대어 전광인의 몸값은 ‘역사적 규모’가 될 것이 유력하다. 대한항공 한선수의 연봉(5억)을 넘길 것은 기정사실이다. ‘B팀이 연봉 10억원을 제시한다’는 소문까지 돌고 있다. 심지어 C팀 감독은 현역선수 최고연봉과 동일액수인 5억을 요구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런 상황을 과열로 볼지, 성장으로 볼지에 관해선 판단이 갈린다. “수요-공급 법칙에 따라 가격은 책정되는 것이고, 고액선수가 나와야 어린 선수들에게 배구를 할 동기를 줄 수 있다”는 주장이 있다. 한편에서는 “국제경쟁력 등 실력에 걸맞은 액수인가”라는 반론도 있다. 다만 분명한 사실은 FA등급제, 샐러리캡 같은 제도로는 이 상승을 잡지 못한다는 것이다. 애당초 적정가격이라는 개념은 환상이다. 가격은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이 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