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범현의 폴 인 베이스볼] 23일 준PO 4차전…투수교체 타이밍에서 희비 갈렸다!

입력 2018-10-23 22: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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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넥센 히어로즈와 한화 이글스가 맞붙는 ‘2018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준플레이오프 4차전이 열렸다. 선발 투수로 등판한 넥센 이승호가 역투하고 있다. 고척|김종원 기자 won@donga.com

2연패 후 반격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한화 이글스, 파죽의 3연승 기회를 눈앞에서 놓친 넥센 히어로즈가 23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준플레이오프(준PO·5전3선승제) 4차전을 치렀다. 3차전에서 베테랑 김태균의 결승타로 꼬였던 매듭을 푼 한화는 고졸 신인 좌완투수 박주홍을 4차전 선발로 내세우는 파격을 단행했다. 올 시즌 메이저리그를 강타한 ‘오프너(opener·선발 임무를 부여받은 불펜투수)’의 성격이 짙은 선택에는 여러 의문부호가 따를 수밖에 없었다. 넥센도 고졸 2년차 좌완투수 이승호로 맞붙을 놓았다. 4선발로 미리 준비한 카드는 분명하지만, 기세가 살아나기 시작한 한화 타선을 막을 수 있을지는 역시 미지수였다.

박주홍은 올 시즌 구원으로만 22경기에 등판해 1승1패, 평균자책점(ERA) 8.68을 기록했다. 이승호는 시즌 막판 선발 4회를 포함해 32경기에서 1승3패4홀드, ERA 5.60을 올렸다. 두 번째 투수의 투입시기와 활약이 중요하고 불펜 총동원이 불가피했던 4차전 승부에선 결국 넥센이 한화를 5-2로 꺾고 3승1패로 SK가 기다리고 있는 PO 무대로 올라섰다. 한화는 11년 만에 맛보는 가을야구를 4경기 만에 일찍 마쳤다.


Q=이승호는 1회부터 1사 만루에 몰리며 몹시 흔들렸다. 1실점으로 출혈을 최소화했지만, 자칫 이번 준PO의 향방 자체가 크게 요동칠 뻔했다.

A=1회초 경기 시작 전 마운드에 올라 워밍업을 할 때부터 스트라이크를 던지지 못했다. 결국 불안한 제구 때문에 너무 쉽게 실점했다. 많이 긴장해서였는지, 불펜에서부터 준비가 좀 부족해서였는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첫 타자부터 원하는 볼을 던질 수 있어야 한다.


Q=넥센은 3회말 안타 하나 없이 동점에 성공했다. 상대 투수의 볼넷과 수비 실책을 놓치지 않았다.

A=넥센은 1사 3루 김재현 타석에서 스퀴즈번트로 1-1 동점을 만들었다. 박주홍의 상태를 생각하면 이 상황에서 한화는 투수교체를 시도할 만했다. 김재현은 낮은 변화구에 약점이 있는 타자다. 삼진을 유도하든 내야땅볼을 유도하든 1점을 쉽게 내주지 않는 카드를 썼으면 결과가 어땠을까 궁금하다. 벤치에서 전략적으로 접근해볼 시점이었다. 유리한 볼카운트(0B-1S)에서 스퀴즈번트로 너무 쉽게 점수를 잃었다. 이런 단기전에선 초반이라도 1점이 무척 중요하다. 그 1점 때문에 승부가 갈리곤 한다.

23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넥센 히어로즈와 한화 이글스가 맞붙는 ‘2018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준플레이오프 4차전이 열렸다. 선발 투수로 등판한 한화 박주홍이 역투하고 있다. 고척|김종원 기자 won@donga.com


Q=박주홍은 올 정규시즌에 3이닝 넘게 던져본 적이 없는 투수다. 4회말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좀 무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A=정규시즌 투구이닝과 투구수를 고려했을 때 박주홍에게 무엇을 더 기대했는지 의문이다. 1사 후 박병호를 볼넷으로 내보낸 뒤 곧바로 송성문에게 중전안타를 맞고는 지친 모습이 역력했다. 본인이 몇 차례 덕아웃을 쳐다보는 등 힘든 기색을 내비쳤다. 결국 2사 만루에서 김규민에게 역전 결승 2타점 적시타를 맞았다. 투수교체 타이밍이 아쉬웠다. 감독은 늘 이런 상황에서 ‘한 타자만 더, 한 타자만 더’ 하다가 교체 타이밍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투수교체는 어렵다. 넥센은 4회초 먼저 안우진을 마운드에 올렸는데, 안우진을 상대로는 추가득점이 쉽지 않다고 봤을 때 한화의 투수교체 타이밍에 더 아쉬움이 남는다.


Q=양 팀 선발투수들이 그다지 위력적이지 않았는데도 초반 득점은 적었다. 반대로 타자들이 못 쳤다고 볼 수도 있지 않나.


A=양 팀 타자들은 모두 스윙이 컸다. 특히 넥센은 홈런이 나왔던 1·2차전 때와 달리 3차전에 이어 4차전에서도 타자들의 집중력과 타이밍 모두 흐트러진 듯했다. 빠른 볼을 던지는 투수이거나 에이스급 투수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좋은 타구를 만들지 못했다. 스윙도 커졌고, 노림수도 좀 부족했다. 박주홍한테 2안타에 그쳤고, 7회까지도 4안타의 빈공에 시달린 원인이다.


Q=눈에 보이지 않는 실책성 플레이도 속출했다.

A=전반적으로 이번 준PO는 스코어만 놓고 보면 한두 점차로 박빙이었는지 몰라도 경기 내용을 들여다보면 수비 실책과 주루 미스, 팀 배팅에 대한 의식 부족 등 준PO에 어울리지 않았다. 선수들은 자신의 기량을 발전시키고 팬들에게 좋은 플레이를 보여줄 수 있도록 더 노력해야 한다.


Q=이번 준PO를 전반적으로 평가한다면.

A=한화는 준PO를 앞두고 타자들의 컨디션 조절에 실패한 것 같다. 베스트 컨디션이 아니었다. 단기전은 컨디션 싸움이다. 아무리 뛰어난 타자라도 컨디션을 잘 맞추지 못하면 원하는 타구를 생산할 수 없다. 한화는 또 잦은 주루 미스와 수비 실책 등으로 스스로 흐름을 끊곤 했다. 그래도 한화 한용덕 감독은 초보 사령탑으로서 11년 만에 팀을 포스트시즌으로 올려놓는 리더십을 보여줬다. 박수를 보내주고 싶다. 이번 준PO가 좋은 단기전 경험이 됐을 것이다. 넥센은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준PO까지 선수들이 집중력을 잃지 않기 위해 애를 썼다. 넥센 장정석 감독 역시 포스트시즌 첫 경험에서 팀을 PO까지 올려놓았다. PO에서도 좋은 경기를 펼치기를 바란다.

고척|조범현 스포츠동아 해설위원·정재우 전문기자 jac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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