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피치의 설움과 이재학의 슬라이더

입력 2019-02-12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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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이재학. 스포츠동아DB

NC 다이노스 이재학(29)은 2018시즌 총 658차례 타자와 상대했다. 초구 승부 결과가 유난히 좋지 않았다. 이재학의 초구 피OPS(출루율+장타율)는 무려 1.123에 달했다. 피안타율은 0.419였다. 시즌 피홈런이 13개였는데 이 중 초구홈런이 5개였다. ‘투피치 선발투수’의 한계였다.

이재학은 ‘서클 체인지업의 달인’으로 통한다. 사이드암 투수로 우타자 기준 바깥쪽에서 몸쪽 스트라이크 존을 파고드는 공의 움직임이 위력적이다. 2013년 10승5패 평균자책점 2.88로 돌풍을 일으키며 신인왕에 오른 비결이었다.

그러나 140㎞안팎의 포심 패스트볼과 서클체인지업 단 두 가지 공의 조합은 수 싸움에 불리할 수 밖에 없다. 타자는 단 두 가지 공만 머리 속에 그리고 타석에 서면 됐다. 단 하나의 공만 노리는 초구 승부에서 약했던 이유다. 반면 5구까지 싸움이 이어지면 피OPS는 0.399 피안타율은 0.124까지 떨어졌다. 공격적인 투구로 2S를 잡고 서클체인지업으로 타자를 유혹한 덕분이었다. 그러나 2013년 같은 압도적인 모습을 되찾기 위해서는 제3의 결정구가 필요하다. 본인 스스로도 이 부분을 절실하게 받아들이며 매년 슬라이더를 실전용으로 가다듬기 위해 노력을 거듭한 이유다.

지난 시즌 이재학은 총 2740개의 공을 던졌다. 이 중 포심이 46.3%, 서클체인지업이 42.7%였다. 그리고 슬라이더가 11%를 기록했다. 주목할 부분은 꾸준히 증가한 슬라이더 구사 비율이 처음으로 10%를 넘어섰다는 점이다. 특히 이재학의 슬라이더는 지금까지 보여 주기용 공이 아닌 승부구로도 사용되기 시작했다.

이재학은 2019시즌 슬라이더의 진화로 또 한번의 비상을 꿈꾸고 있다. 2년 연속 10승 달성에 실패한 원인을 스스로 진단하며 더 다양한 승부구로 리그 정상급 변화구인 서클 체인지업의 가치를 끌어올리겠다는 다짐이다.

이재학은 “지난해 팀 성적이 좋지 않아 개인 기록의 아쉬움이 더 아프게 다가왔다”면서도 “다행히 슬라이더를 더 많이 던질 수 있게 됐다. 올해는 중요한 순간에도 던질 수 있는 공으로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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