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길의 스포츠에세이] 경남구단의 제재금 2000만원은 어떻게 나왔을까

입력 2019-04-02 1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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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자유한국당

2일 열린 한국프로축구연맹 상벌위원회에 시선이 쏠린 이유는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한 첫 사례였기 때문이다.

프로축구연맹은 회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이는 대한축구협회와 국제축구연맹(FIFA), 아시아축구연맹(AFC)도 마찬가지다. 이들 단체들은 정관을 통해 경기장 내 정치 행위를 철저하게 금지하고 있다.

K리그 4라운드 경남FC와 대구FC의 경기(3월30일)에서 벌어진 자유한국당의 선거 유세 논란은 분명한 규정 위반이다. 결국 경기장 관리의 책임을 물어 홈팀 경남 구단이 상벌위원회에 회부됐다.

이날 상벌위원회에는 위원장인 조남돈 변호사를 비롯해 허정무 프로축구연맹 부총재, 오세권 대한축구협회 상벌위원, 윤영길 한체대 교수, 홍은아 이화여대 교수, 김가람 변호사 등이 참석했다.

상벌위원들은 선거열기가 고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남 구단이 사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과 선거운동원이 입장게이트를 통과하는 상황에서 티켓 검표나 선거운동복 탈의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을 귀책사유로 판단했다.

반면 구단이 유세단의 경기장 진입과 유세 활동을 제지했던 사실을 확인했고, 타 정당의 경기장 진입은 미리 방지하는 등 구단이 규정 준수를 위해 노력했던 점을 참작 요인으로 봤다.

그래서 나온 결정이 제재금 2000만원의 징계다.

이번 결정을 두고 ‘적절했다’는 평가가 다수를 이룬다. 중징계를 피하면서도 홈팀에 관리소홀의 책임을 물어 실질적인 징계를 했다는 점 때문이다.

그렇다면 제재금 2000만원은 어떻게 책정됐을까.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한 경우 10점 이상의 승점감점 혹은 무관중 홈경기, 연맹 지정 제3지역 홈경기 개최, 2000만원 이상의 제재금, 경고 등이 징계로 가해진다. 상벌위원회에 회부됐을 때 관심은 경남이 승점 감점을 당하느냐였다. 그렇게 될 경우 후폭풍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상벌위원들은 우선 경남 구단이 적극적인 정치 행위를 하지 않은 점을 염두에 뒀을 것이다. 이는 승점 감점의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할 수 있는 잣대다. 경기장 관리의 책임이 있는 구단이 능동적인 정치행위를 했으면 모를까 그렇지 않을 경우 가장 강력한 중징계를 부과하기는 어렵다. 또 구단이 제3자에 의해 권리가 침해됐다고도 해석될 수 있다. 따라서 애초부터 승점 감점은 대상이 아니었을 것이다.

무관중 홈경기나 연맹 지정 제3지역 홈경기 개최의 경우는 상벌위원회 개최 날짜와 맞물려 해석할 수 있다. 당장 경남은 2일 밤 전북 현대와 K리그 5라운드 홈경기를 치른다. 논란 와중에도 정상적으로 홈경기를 치른 뒤에 다시 징계를 받아 무관중 홈경기나 제3지역 홈경기를 개최할 경우 전북과 다음 홈경기 상대팀 간에 유리 또는 불리한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홈경기가 열리기 몇 시간을 앞둔 상황이어서 이 같은 징계를 주기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제재금 2000만원은 규정상 최소 금액이다. 하지만 감경규정이 따로 있다. 이를 통해 1/2까지 줄일 수 있어 실질적인 하한선은 1000만원이다. 그런데 중징계를 피한 상황에서 제재금마저 줄일 경우 책임을 묻는 강도가 너무 약해진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그래서 2000만원은 상벌위원회가 결정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카드가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상벌위원회가 회의 날짜를 2일로 잡은 건 관례 때문이다. 연맹은 통상적으로 다음 라운드 경기가 열리기 전에 상벌위원회를 열어왔다. 4라운드 이후 5라운드 경기 전에 잡을 수 있는 날짜는 2일밖에 없었다. 다행히 재·보선 날짜는 4월3일이다. 선거 결과에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으면서 객관적으로 징계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유일한 날이기도 했다.

아무튼 초유의 사태로 초미의 관심사가 됐던 경기장 선거 유세 논란은 2000만원의 제재금 징계로 마무리가 됐다.

최현길 전문기자·체육학 박사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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