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카 동희야, 롯데 팬들의 영웅이 되어줘” 사직 떠난 날, 이대호가 부른 후계자 이름 [스토리 베이스볼]

입력 2022-10-10 16: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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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이대호. 사진제공 | 롯데 자이언츠

“(한)동희가 잘할 겁니다.”

‘조선의 4번타자’ 이대호(40·은퇴)는 ‘누가 후계자가 될 것 같으냐’는 질문에 조금도 주저하지 않았다. 20년 현역생활의 마침표를 찍기 전 가장 먼저 떠올린 이름은 한동희(23·롯데 자이언츠)였다. 이대호의 경남고 후배로 2018년 1차지명을 받은 한동희는 신인 때부터 돋보인 남다른 힘으로 줄곧 ‘포스트 이대호’로 평가받아왔다. 이대호는 “언제 갑자기 더 잘해질지 모르는 것”이라며 “잠재력만큼은 충분하다. 많이 기대하고 있으니 다들 응원해달라”고 당부한 뒤 그라운드를 떠났다.

한동희는 이대호를 홈런으로 배웅했다. 이대호의 은퇴경기였던 8일 사직 LG 트윈스전. 한동희는 1-2로 뒤진 2회말 선두타자로 나서 벼락같은 동점포를 터트렸다. 이대호는 올 시즌 롯데 덕아웃 분위기를 상징한 ‘포옹 세리머니’로 한동희를 반긴 뒤 활짝 웃었다. 이대호는 올해 덕아웃 가장 끝에서 홈런을 친 후배들을 하나둘씩 안아주기 시작했는데, 한동희가 그의 마지막 세리머니를 받는 주인공이 됐다.

이대호(오른쪽)가 한동희에게 전한 메시지. 사진제공 | 롯데 자이언츠


한동희가 받은 것은 세리머니뿐만이 아니었다. 이대호는 은퇴경기를 기념해 후배들에게 건넬 메시지를 손글씨로 일일이 적어 전광판에 띄웠다. 은퇴경기를 함께 뛴 모든 선수가 등장할 때마다 이대호가 쓴 편지를 본 뒤 타석 또는 마운드에 섰다. 그 중 한동희에게는 “조카 (한)동희야. 삼촌은 떠나지만, 롯데 팬들의 영웅이 되어줘”라고 써줬다. 한동희는 이 메시지를 본 뒤 처음 들어선 타석에서 비거리 120m의 큰 아치로 답장을 대신했다.

한동희는 롯데의 최고 기대주다. 프로 5년차에 접어든 올 시즌에는 또 다른 가능성을 드러냈다. 129경기에서 타율 0.307, OPS(출루율+장타율) 0.817, 14홈런, 65타점을 올렸는데, 데뷔 이후 규정타석을 채운 뒤 3할을 기록한 것은 처음이다. 또 3연속시즌 두 자릿수 홈런(2020년 17개·2021년 17개)도 달성했다.

이대호와 성장곡선도 유사하다. 이대호가 알을 깨기까지 걸린 시간은 5년이다. 4, 5년차에 데뷔 후 처음으로 2연속시즌 두 자릿수 홈런(2004년 20개·2005년 21개)을 친 뒤 6년차에는 122경기에서 타율 0.336, OPS 0.980, 26홈런, 88타점으로 리그를 대표하는 타자로 거듭났다. 이대호에게 타자 전향을 권했던 우용득 전 롯데 감독은 “대호도 반열에 오르기까지 시간이 필요했다. 한동희도 1, 2년 더 지났을 때는 지금보다 더욱 성숙한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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