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잃은 갈매기와 독수리, 고개 숙인 ‘1982 절친’

입력 2019-07-09 13: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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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이대호(왼쪽)-한화 김태균. 스포츠동아DB

‘독수리 군단’ 한화 이글스와 ‘갈매기’ 롯데 자이언츠가 탈꼴찌를 두고 치열히 경쟁하고 있다. 감독 이하 코칭스태프는 분위기 쇄신을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지만 선수들의 줄부상과 ‘믿었던 카드’의 슬럼프가 두 팀을 어렵게 만든다. 1982년생 동갑내기 절친으로 KBO리그의 중흥기를 이끌었던 이대호(롯데)와 김태균(한화)은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다.


● 하위권에 처진 독수리와 갈매기


8일까지 롯데는 31승54패2무(0.365)로 최하위에 처져있다. 5위 NC 다이노스와 승차는 어느새 11경기까지 벌어졌다. 이대로면 사실상 가을야구 진출이 쉽지 않다. ‘8888577’로 대변되는 암흑기의 잔상 탓에 꼴찌 이미지가 강하지만, 롯데의 정규시즌 마지막 최하위는 2004년이다. 15년 만의 악몽 재현 위기다. 프로 원년팀이 사상 처음으로 10위로 떨어진다면 내부적으로 큰 소용돌이를 피하기 힘들다.

한화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지난해 11년 만에 가을야구 무대를 밟으며 암흑기를 청산하는 듯했지만, 올해는 33승53패(승률 0.384)로 9위에 처져있다. 8위 KIA 타이거즈(2.5경기차)보다 최하위 롯데(1.5경기차)가 더 가깝다. 정확히 한 달 전인 6월 8일 이후 24경기에서 5승19패로 최악의 흐름에 빠진 것이 지금의 순위로 이어졌다.


● ‘1982 절친’ 김태균과 이대호 책임론

자연히 두 팀의 간판선수들이 팬들의 화살을 맞고 있다. ‘동갑내기’ 이대호와 김태균은 각 팀 최고 연봉자다. 김태균은 일본프로야구에서 복귀한 2012년부터 5년간 리그 전체 최고 연봉자였다. 2017시즌에 앞서 메이저리그에서 돌아온 이대호가 올해까지 3년간 이 배턴을 이어받고 있다. 8년간 ‘연봉킹’의 위엄을 양분해왔다는 의미다. 올해 연봉은 이대호가 25억 원, 김태균이 10억 원이다.

하지만 이대호는 87경기 타율 0.287, 11홈런, 68타점으로 저조하다. OPS(출루율+장타율)는 0.805에 불과한데, 2005년 이후 가장 낮다. 30대 중반이 지나면 성적이 급락한다는, 이른바 ‘에이징 커브’를 피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대체선수대비승리기여(WAR)는 1.22에 불과하다. 리그 야수 가운데 56위다. WAR은 포지션 보정이 들어간다. 지명타자 위주로 출장하는 이대호이기에 승리기여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양상문 감독은 9일 사직 NC 다이노스전에 앞서 ‘붙박이 4번’ 이대호를 6번타순까지 내렸다. 6번 선발출장은 2008년 7월 18일 이후 4008일 만의 일이다. 양 감독은 “한동안 6번을 맡길 계획이다. 마음의 짐을 내려놓길 바란다”고 밝혔다.

김태균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김태균은 76경기에서 타율 0.317, OPS 0.841을 기록 중이다. 눈에 보이는 성적은 이대호보다 낫다. 하지만 김태균의 OPS는 장타율(0.429)이 아닌 출루율(0.412)의 영향이 크다. 순장타율은 0.112로 리그 39위에 불과하다.

이들은 팀을 대표하는 프랜차이즈 스타다. 이들의 초고액 연봉에는 이러한 상징성도 반영돼 있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팀이 하위권에 처질수록 이들이 중심을 잡아줘야 한다. 이들의 책임이 무겁다.

사직|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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