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100년, 최고의 작품 ‘실미도’

입력 2019-08-14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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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실미도’. 사진제공|시네마서비스

■ 비극적 역사 다룬 실화…첫 1000만 영화 위업

북파 부대 ‘실미도 684부대’ 극화
3년간 감시·학대 리얼하게 담아내
강 감독 “목격자 심정으로 만들어”


실화 바탕의 영화에 대한 관객의 지지는 때로 폭발적이다. 잊혀진 역사의 순간을 되새기게 하고, 미처 제대로 알지 못했던 인물을 다시 주목받게 만드는 극적인 효과로 해당 영화들은 대체로 흥행해왔다.

실화의 힘으로 관객의 감정을 자극하고 시대적 공감까지 확보하면서 영화 그 이상의 가치를 발휘한 작품이 본격 탄생하기 시작한 건 강우석 감독의 2003년 작품 ‘실미도’부터다. 1960∼70년대 북파특수부대인 ‘실미도 684부대’ 이야기를 극화한 영화의 누적 관객은 1108만 명(배급사 집계). 그야말로 ‘국민적’ 지지 속에 1000만 관객 시대를 연, 상징적이면서도 결정적인 작품이다.

영화는 월북한 아버지로 인한 연좌제에 얽혀 수감된 주인공 강인찬(설경구)에게 한 군인이 찾아와 ‘나라를 위해 칼을 잡겠느냐’고 제안하면서 시작한다. 그렇게 도착한 인천의 부둣가에는 인찬과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이 모여 있다. 영문도 모른 채 외딴섬 실미도로 끌려간 이들은 어느 새 훈련병이 돼 “주석궁에 침투해 김일성 목을 따 오는” 임무를 받고, 악랄한 감시와 학대 속에 지옥훈련을 받기 시작한다.

북파특수부대원 31명이 3년간 겪은 참상을 통해 역사의 희생자이자 목격자로서 이들의 삶을 스크린에서 되살린 ‘실미도’는 대담한 메시지는 물론이고 이후 한국영화 제작 규모와 방식의 변화까지 이끈 작품으로 기록된다. 주인공 설경구를 비롯해 안성기, 정재영, 허준호, 임원희, 강신일 등 주연급 배우들을 대거 기용한, 이른바 ‘멀티캐스팅’의 시초이기도 하다. 지중해 몰타에서 찍은 수중 침투 및 뉴질랜드에서 촬영한 겨울 훈련 장면 등을 통해 리얼리티를 확보해 관객의 시선을 단번에 빼앗기도 했다.

개봉 첫 주에만 159만 명을 모은 ‘실미도’는 이듬해 2월 1000만 관객 돌파에 성공, ‘불세출의 기록’이란 평가를 받았다. 당시 강우석 감독은 “관객이 영화가 아니라 진짜 실미도 사건현장을 지켜보는 목격자가 돼야 한다는 마음으로 만들었다”(동아일보·2004년 1월6일자)고 밝혔다. 뒤를 이어 2004년 2월 개봉한 강제규 감독의 ‘태극기 휘날리며’까지 1000만 관객을 동원하면서 한국영화 성장에 결정적인 기폭제가 됐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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