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우의 오버타임] 이미 이용규 용서했던 한용덕 감독

입력 2019-09-02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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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2일 무기한 참가활동 정지 처분을 받았던 이용규(왼쪽)가 1일부로 해제된 후 한용덕 감독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대전|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나도 수없이 잘못, 누군가의 용서로 여기까지”
시즌 내내 괴로웠던 마음의 짐 벗었지만 상처
베테랑 능력 활용 위한 공존 시도는 끝내 실패


한화 이글스의 포스트시즌 진출이 가물가물해지기 시작한 7월부터 일부 팬들은 한용덕 감독을 향해 비난을 넘어서는 비방의 글과 말을 쏟아내고 있다. 최하위 탈출을 장담할 수 없는 지금에 이르러선 강도를 더해 인신공격으로까지 변질되고 있다. 온라인상으로만 국한되지 않는다. 사인을 요청하는 팬을 가장해 접근했다가 “언제 물러나느냐”며 시비를 거는 이도 있었다. 심지어 가족이 지켜보는 앞에서였다.

지난해 깜짝 3위 돌풍을 일으킨 한화가 올해는 익숙한 과거의 자리를 맴돌고 있다. 실망감과 상실감이 클 수밖에 없는 현실 앞에서 현장 사령탑에게 책임을 추궁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성적부진의 궁극적 책임은 감독에게 있으니 그 누구도 결코 피해갈 수 없는 통과의례다.

한 감독의 능력을 불신하는 쪽에선 공통적으로 ‘팀 내 불화’를 거론한다. 지난해부터 일부 베테랑 선수들과 갈등을 빚더니 급기야 올해는 이용규의 트레이드 요청이라는 전대미문의 악재마저 자초했다고 성토한다. 국가대표 2루수로 한 시절을 풍미한 정근우의 중견수 전향에 따라 포지션과 타순이 조정된 이용규가 불만을 억누르지 못한 채 항명사태를 일으키도록 한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는 얘기다.

정근우의 ‘중견수 실험’은 전반기 막판부터 사실상 종료됐다. 그 대신 정근우는 다른 두 베테랑 김태균, 이성열과 함께 스타팅 라인업의 두 자리를 공유하고 있다. 1루수 또는 지명타자(DH)다. 선발출장이 여의치 않은 날에는 덕아웃에서 대기한다. 일각에선 “이럴 바에야 정근우를 백업 2루수로 활용하는 편이 낫지 않느냐”며 고개를 갸웃한다. 같은 맥락에서 정근우의 백업 2루수 활용 여부를 일찌감치 물은 적이 있는데, 한 감독은 고개만 가로저었다.

한 감독은 정근우의 능력을 높게 평가한다. 나이가 들어 운동능력은 점차 퇴화하고 있지만, 야구센스가 뛰어나 타격과 주루에선 여전히 활용도가 높다고 본다. 벤치에 앉혀두기(백업 2루수 또는 1루수·DH 교대출장)에는 아까운 그 능력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스프링캠프부터 외야에서 두 베테랑의 공존을 추진했다. 30대 중후반인 김태균(지명타자)-이성열(1루수)-송광민(3루수)과 더불어 정근우(중견수)-이용규(좌익수)를 라인업의 주축으로 삼으려고 했다.

그러나 이용규의 이탈로 시즌이 개막하기도 전에 큰 그림은 어긋났다. 그 혹독한 대가를 시즌 내내 치러왔다. 옳고 그르고를 떠나 ‘선수가 대들었다’는 인식 때문에 감독으로서의 리더십은 물론 개인적 커리어(야구인생)에도 적잖은 흠집이 생겼다. 지도자 생활을 지속하는 내내 따라붙을 주홍글씨이자 낙인이다.

한 감독이 주위의 시선에 부담을 느끼기 시작하던 7월 그 무렵이다. 팀 성적이 본격적으로 곤두박질치면서 한 감독 역시 무척 예민할 때였다. 원정 감독실에 우두커니 앉아 있던 그에게 애증이 서려 있을 그 이름을 어렵사리 꺼냈다. ‘의외로 순순히’ 다음과 같은 답변이 돌아왔다. “나도 살면서 수없이 잘못을 저질렀지만, 누군가의 용서로 여기까지 왔다.” 이용규를 복귀시키겠다는 결심을 한 감독은 이미 굳힌 상태였다.

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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