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쫓기는’ SK와 ‘잰걸음’ 두산·키움, 역대급 1위 전쟁 시나리오

입력 2019-09-25 16:24: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SK 염경엽 감독-두산 김태형 감독-키움 장정석 감독(왼쪽부터). 스포츠동아DB

산술적인 유리함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급한 쪽은 오히려 ‘쫓기는 선두’ SK 와이번스다. ‘여기까지 온 것도 성공’이라는 여유로 무장한 2위 두산 베어스와 3위 키움 히어로즈의 잰걸음이 SK를 위협하고 있다.

‘2019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의 포스트시즌(PS) 진출 팀은 24일 모두 결정됐다. 그러나 한국시리즈(KS)와 플레이오프(PO)에 직행할 팀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선두 SK와 2위 두산, 3위 키움의 순위 싸움은 시즌 최종전까지 진행될 기세다. SK가 24일 KT 위즈전에서 패한 반면, 두산은 같은 날 NC 다이노스와 무승부를 거두며 두 팀의 게임차는 1경기까지 줄었다.

SK와 두산 모두 5경기씩 남겨둔 상황에서 확률적으로 유리한 쪽은 SK다. 두산은 SK보다 무조건 1승을 더 해야 한다. 두산이 5경기 전승을 하더라도 SK가 마찬가지로 전 경기를 잡는다면 순위는 뒤집어지지 않는다. 3위 키움도 자력 우승 가능성은 없다. 남은 2경기를 모두 이겨놓은 뒤 SK가 2승3패, 두산이 3승2패 이하를 기록하길 기다려야 한다.

그러나 지금 SK 선수단이 느끼는 부담의 무게는 이러한 숫자놀음을 스스로 지우고 있다. 이대로면 80승 고지에 선착하고도 정규시즌 1위를 해내지 못한 유일한 사례가 될 수도 있다. 염경엽 SK 감독은 “선수들이 수성을 해본 경험이 적다. 나 역시 마찬가지”라며 “그런 부담을 덜어주지 못한 내 잘못”이라고 밝혔다.

십수 년째 각종 프로스포츠 구단 심리 자문을 맡으며 국내스포츠심리학의 대가로 꼽히는 한덕현 중앙대 스포츠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SK 선수단이 느낄 부담감을 마라톤에 빗댔다. 한 박사는 “마라톤은 30㎞ 지점까지 2위 그룹에 처진 쪽의 우승 가능성이 오히려 높다”며 “우승 후보들은 대개 레이스 중후반에 치고 나간다. 그 전까지는 자신의 시야에 목표물을 둬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SK는 시즌 내내 선두였다. 눈앞에 누군가가 있던 적이 없다”며 “심리적으로 불안 수준이 높아지며 효율적인 퍼포먼스를 기대하기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SK는 24일까지 9월 팀 타율(0.233)과 팀 평균자책점(4.82) 모두 최하위에 처져 있다.

반면 쫓는 팀들은 묵묵히 자신의 보폭을 유지하고 있다. 정확히 한 달 전인 8월 24일까지 SK와 두산은 7.5경기, 키움은 9경기 차이였다. 이 격차를 한 달 만에 줄인 것 자체가 가장 큰 소득이라는 분위기다. PS 어느 시리즈에서든 SK를 만나도 해볼 만하다는 자신감을 가진 것이다. 잃을 게 없다는 추격자의 심정이니 발걸음은 한결 가볍다.

이변 없는 굳히기냐, 추격자의 대역전극이냐. SK 입장에서 전자는 KS까지 한숨을 돌릴 모멘텀이 되지만, 후자는 두산 혹은 키움의 페이스메이커로 시즌을 보낸 게 된다. 올 시즌 내내 잠잠하던 순위표가 요동치고 있다.

사직|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