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워? 그럼 가지마!” 벤투의 일갈, 북한 원정 앞두고 정신력 UP

입력 2019-10-11 1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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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남자 축구대표팀 벤투 감독.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무서워한다고? 겁먹은 선수는 빼고 (북한) 원정을 간다.”

10일 화성종합경기타운에서 열린 2022카타르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홈 2차전. 스리랑카에게 8-0 쾌승을 거둔 대한민국 축구국가대표팀 파울루 벤투 감독(포르투갈)은 음산한 북한 현지 분위기에 대한 대처방안을 취재진이 묻자 이렇게 답했다.

지난달 투르크메니스탄 원정(2-0)에 이어 2연승을 달린 한국은 15일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북한과 원정 3차전을 펼친다. 북한도 2연승을 달리고 있어 조 1위를 놓고 다투는 아주 중요한 승부다.

10월 여정을 시작하면서, 또 스리랑카전을 앞두고 벤투 감독이 “눈앞의 경기부터 치른 뒤 본격적으로 생각하겠다”던 북한 원정이 정말 코앞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상황은 좋지 않다. 대표팀은 북한의 철저한 비협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금껏 북한축구협회에서 대한축구협회로 전달된 내용은 ‘선수들에 한해 다른 팀들처럼 방북에 협조 하겠다’는 정도다. 바꿔 말하면 선수들 이외의 인원들은 협조 대상이 아니라는 얘기다. 벤투 감독을 포함한 대표팀 코칭스태프와 의무·장비 등 선수단 지원스태프, 협회 임·직원들이 아직 ‘협조’를 얻지 못한 부류에 해당된다. 북한은 우리가 요구한 30명을 20명 이하로 낮춰줄 것을 통보했다.

당연히 선수들의 식단을 책임질 조리장 등 원정 선발대 파견부터 불투명하고 국내 취재진 방북도 확정되지 않았다. 중계방송 인력의 파견 결정도 이뤄지지 않아 TV 생중계 여부도 결정되지 않았다.

월드컵 지역예선을 주관하는 아시아축구연맹(AFC)이 우리 협회를 열심히 지원하고 있으나 한계가 뚜렷하다. 정부는 속수무책이고 북한은 아예 무시하는 전략으로 나온다. ‘가능하다,

가능하지 않다’는 가장 기본적인 이야기조차 하지 않는다. 대한축구협회가 이런 시국에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그저 계속 협조 요청을 하고, 공문을 보내는 것이 유일하다.

그러나 여기서 끝이 아니다. 태극전사들은 12일까지 경기도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훈련하다 13일 중국 베이징으로 이동, 비자 수속을 밟은 뒤 14일 평양에 입성하기로 했다. 경기 다음날인 16일 귀국하는 초단기 스케줄이다.

대표팀의 사정을 전할 감시의 시선이 없다보니 북한 측의 몽니도 우려스럽다. 소지품으로 트집을 잡고, 동선을 꼬이게 하는 등의 말도 안 되는 방식으로 선수단의 피로도를 가중시킬 가능성도 있다.

여느 때보다 훨씬 강한 정신력이 필요하다. 벤투 감독이 특유의 딱딱한 표정을 풀지 않고 “무서운 선수는 북한 원정에 동참시키지 않겠다”고 말한 배경이다. 심지어 “결원이 생기는 것을 감수할 수 있다”는 표현도 덧붙였다.

다행히 선수단은 흔들리지 않는다. ‘캡틴’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을 비롯한 태극전사들은 “북한 원정도 한 경기일 뿐이다. 오직 경기만 생각하고 있다”고 입을 모으며 결연한 자세로 결전을 준비하고 있다.

화성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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