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민·하송, 의혹만으로 감독교체 결정·당일 손혁 면접

입력 2019-11-06 16: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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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동아DB

키움 히어로즈가 장정석 전 감독과 결별 후 비난여론이 거세지자 적극적인 공세로 전환했다. 그러나 논란은 더 커지고 있다. 해명에 석연치 않은 내용이 많고 대부분 사실 확인도 부족하다. 거짓 해명이라는 반박도 나왔다.

키움은 6일 이장석 전 대표가 얼마 전 물러난 옛 경영진에게 장 전 감독과의 재계약을 지시했다는 의혹을 공개했다. 장 전 감독이 이 전 대표를 면회했다는 부분도 강조하며 결별 사유로 설명했다. 근거로 임은주 부사장이 녹취록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곧장 임은주 부사장은 스포츠동아와 전화통화에서 “전혀 사실이 아니다. 이 전 대표와 관련된 녹취 중 장 전 감독에 관련된 내용은 전혀 없다”며 “나뿐 아니라 모든 프런트가 장 전 감독을 굉장히 좋아했고 재계약은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계약기간 3년에 연봉도 더 많이 드려야 한다는 의견을 나눴는데 대표이사가 바뀌면서 갑자기 중단됐다”고 말했다.

키움은 장 전 감독의 개인적인 면회 사실까지 공개하며 비난 여론을 잠재우려 했지만 오히려 감독교체 과정에서 대표이사가 독단적이면서 졸속으로 일을 처리했다는 것이 상세히 드러났다.

키움 강태화 홍보·마케팅 상무는 “구단은 장 전 감독 재계약이 거론됐다는 녹취 파일은 확보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 전 대표가 경영진에게 재계약을 지시했다는 의혹제기가 있었기 때문에 재계약을 할 수 없었다”며 “매우 안타까운 상황이지만 구단 입장에서는 이 전 대표의 경영개입 의혹 녹취파일까지 공개된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 횡령죄로 실형이 확정돼 KBO의 영구 실격 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재계약과 관련해 이 전 대표가 어떤 발언을 했는지 구단의 설명과 달리 직접적인 녹취파일은 존재하지 않는다. 개인적인 면회 또한 구단 내부 규정을 어긴 것은 아니다.

히어로즈 하송 대표는 이 전 대표의 ‘옥중경영’ 의심 정황이 보도되자 장 전 감독까지 한 프레임에 놓고 결별을 결정했다.

허민 키움 히어로즈 이사회 의장. 스포츠동아DB

흥미로운 부분은 손혁 신임 감독의 면접 날짜다. 이 전 대표의 경영개입 의혹이 보도된 날짜는 10월 30일이다. 그리고 그 다음날 손혁 코치는 하송 대표와 면접을 했다. 단 하루 만에 감독교체, 신임 감독 후보 면접이 이뤄진 셈이다.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베테랑 야구단 대표, 단장이 경영을 맡고 있는 팀들도 감독 교체와 선임까지 과정은 매우 신중하게 이뤄진다. 특히 신인 감독 후보 선정에는 오랜 시간을 투자해 검증 절차를 거친다.

강태화 상무는 이 부분에 대해 “30일 오전에 이미 그날 오후 ‘옥중경영’ 의혹 보도가 나간다고 확인을 했다 그날 재계약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고 빠른 선임을 위해 후보들에게 연락을 취했다”고 답했다.

키움 안팎에서는 이번 논란에 대해 허민 이사회 의장이 이름이 계속 거론되고 있다. 한 야구인은 “포스트시즌 시작 전 장 전 감독을 만났다. ‘재계약이 어려울 수도 있을 것 같다’는 말을 해서 깜짝 놀랐다”며 “그래서 ‘한국시리즈까지 올라가면 그만두고 싶어도 못 그만 둔다’고 격려를 했다. 돌이켜보면 ‘이장석 사람’으로 분류되는 인사는 모두 좌천되고 물러나는 시기였다”고 전했다. 한 구단 관계자는 “사실상 허민 이사회 의장이 구단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경영진을 감시하는 역할을 위해 이사회 의장을 맡았는데 감독 선임까지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감독 낙점을 허 의장이 했다면 심각한 월권행위다. 하송 대표는 허민 의장과 한 몸처럼 움직이는 심복이다.

허민 의장과 손혁 감독은 오래전부터 깊은 친분을 쌓아온 것으로 알려져있다. 미국 내셔널피칭어소시에이션(NPA)에서 훈련을 받았다는 공통점도 있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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