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rts & Law Story] 관중 야유에 손가락 욕…푸이그, 모욕죄가 아닌 이유

입력 2017-06-22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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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다저스 야시엘 푸이그는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악동이다. 푸이그는 14일(한국시간) 클리블랜드와의 원정경기 2회초 선제 2점홈런을 치고 덕아웃으로 들어가다 프로그레시브 필드의 관중을 향해 손가락 욕을 해 물의를 빚었다.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대상 특정하지 않아 모욕죄 성립 힘들어
1경기 출장정지 징계…선수 매너의 문제
만약 심판 향해 그랬을 땐 법적 처벌 가능

어느 종목이건, 어느 리그건 ‘악동’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선수들이 있다. 메이저리그(MLB)에선 LA 다저스 야시엘 푸이그가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것이다. 그런 푸이그가 얼마 전 또 한 번 철부지 같은 행동으로 구설에 올랐다.

14일(한국시간) 프로그레시브 필드에서 벌어진 클리블랜드와의 원정경기. 푸이그는 2회초 선제 2점포를 때리고 다이아몬드를 돌아 덕아웃으로 들어가다가 갑자기 관중석을 향해 가운뎃손가락을 펴 보였다. 경기 후 기자들이 그 이유를 묻자 푸이그는 몇몇 관중이 자신에게 야유를 퍼부어 그들의 수준에 맞춰준 것이라고 답했다. 관중이 자신의 홈런과 세리머니에 야유를 해서 복수한 것이라는 취지였다. 만약 이런 행동이 우리나라에서 벌어졌다면 우리 법률로는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 손가락 욕은 모욕에 해당

외국 영화에 보면 자주 등장하는 욕설이 있다. 마치 우리나라의 ‘열여덟’처럼. 의미도 거의 비슷하다. 따라서 다른 사람에 대한 경멸적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그것은 모욕일까? 명예훼손일까?

모욕은 타인에 대해 추상적인 경멸의 의사를 표시하는 경우다. 단순한 욕설이 전형적이다. 예를 들면 ‘사기꾼’, ‘거짓말쟁이’라고 하는 경우다. 물론 말로 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행동이나 몸짓으로도 할 수 있다. 명예훼손은 구체적으로 사실을 명확히 지적해서 타인의 사회적 가치를 떨어트리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저 사람이 지난번에 술에 취해 길거리에서 노상방뇨를 했다’고 한다거나, ‘저 사람이 회사 돈을 개인적으로 사용했다’고 하는 것이다.

푸이그는 구체적으로 사실을 나타낸 것이 아니라 동작을 통해 관중에게 경멸적 의사를 표시했다. 따라서 관중을 모욕한 것에 해당한다.


● 여러 사람에 대한 모욕죄도 가능할 수 있다!

그런데 푸이그의 행동에는 문제가 하나 있다. 그것은 한 사람에게 손가락 욕을 한 것이 아니라 여러 명을 대상으로 했다는 점이다. 푸이그도 몇몇 관중의 야유에 대해 복수한 것이라는 취지로 이야기했다. 이처럼 여러 사람을 상대로 한 모욕죄도 성립할까?

원칙적으로 하나의 행동으로 여러 사람을 모욕하거나 명예를 훼손하는 것도 가능하다. 다만 그 여러 사람이 누구인지 명확히 특정될 수 있어야 한다. ‘기자들은 다 도둑놈’이라고 하는 경우와 ‘A사 기자들은 다 도둑놈이다’라고 하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앞의 경우는 대한민국에 있는 모든 기자들을 지칭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대상이 너무 많다. 또 신문기자만 이야기하는지, 방송기자나 잡지기자도 포함되는지 명확하지 않다. 결국 그 대상이 특정됐다고 볼 수 없다. 뒤의 경우는 A사라고 그 대상이 특정돼 있다. 적게는 수명에서 아무리 많아도 수백명을 넘지 않는다. 그 대상이 그리 어렵지 않게 특정이 된다. 따라서 앞의 경우는 대한민국 전체 기자에 대한 모욕죄가 성립하지 않지만, 뒤의 경우는 A사 기자들에 대한 모욕죄가 성립할 가능성이 높다.

푸이그의 경우를 살펴보자. 자신에게 야유를 하는 관중을 대상으로 한 것이지만, 그 사람이 누구인지는 특정하지 않았다. 많은 관중 사이에서 그 사람이 누구인지 찾아내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따라서 푸이그의 행위가 관중에 대한 모욕죄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 죄가 되지 않아도 징계는 된다!

KBL에선 5반칙으로 퇴장 당하던 한 외국인선수가 손으로 돈을 세는 동작을 한 적이 있다. 이 경우는 명백히 모욕이나 명예훼손에 해당한다. 그 동작이 자신에게 파울을 지적한 심판을 향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법적으로 죄가 되지 않으면 징계도 받지 않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푸이그는 손가락 욕으로 결국 1경기 출장정지 징계를 받았다. 스포츠에는 정정당당한 승부 외에도 지켜야 할 것이 있다. 경기장 안팎의 매너도 그 중 하나다. 그것은 선수도, 관중도 마찬가지다. 스포츠건, 사회생활이건 지켜야 할 것을 지킬 때 비로소 아름다워질 수 있다.

법무부 법질서선진화과장 양중진 부장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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