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우의 오버타임] ‘시범경기 부진’ 삼성, 정규시즌은 다를까?

입력 2018-03-22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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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김한수 감독.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김한수 감독이 이끄는 삼성은 올해 명예회복을 다짐하고 있다. 2010년대 초반 KBO리그를 쥐락펴락하던 ‘왕조’의 부활까진 아니어도 지난 2년간의 극심한 부진에서 탈피해 명가다운 면모를 되찾고자 한다. 은퇴한 ‘국민타자’ 이승엽이 없는 첫 시즌이라 결말이 더 궁금증을 자아낸다. 시범경기 결과와 내용은 영 신통치 않다. 1승을 따내기도 버거웠다. 물론 역사적으로 시범경기와 정규시즌의 성적은 일치하지 않았던 때가 훨씬 많다(간혹 물구나무서기를 한 때도 있다). 그럼에도 투타에 걸쳐 지난 두 시즌과 비교해 별반 다르지 않은 무기력함을 올해 시범경기에서 되풀이해 삼성의 페넌트레이스 행보가 관심을 모은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 원인은 무엇인가?

시계바늘을 삼성이 정규시즌 우승을 독식한 2011년부터 2015년까지로 되돌려보자. 2011년 3.35(1위)→2012년 3.39(1위)→2013년 3.98(4위)→2014년 4.52(2위)→2015년 4.69(3위)로 팀 방어율에서 꾸준히 정상권을 유지했다. 팀 타율도 2011년 0.259(6위)→2012년 0.272(1위)→2013년 0.283(2위)→2014년 0.301(1위)→2015년 0.302(1위)로 견고했다. 5년간 누적 팀 방어율(3.99) 1위, 팀 타율(0.284) 1위였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투타에 걸쳐 강력함과 조화로움이 발휘된 덕분에 승승장구할 수 있었다.

그러나 2016년부터 마운드의 수치가 급격히 나빠졌다. 팀 방어율이 2016년 5.64로 8위, 2017년 5.88로 10위에 그쳤다. 2016년 0.293으로 3위에 올랐던 팀 타율도 지난해에는 0.279로 8위까지 떨어졌다. 지난 2년간 누적으로 환산하면 팀 방어율은 5.76으로 9위, 팀 타율은 0.286으로 7위다. 왕조를 떠받치던 ‘투수왕국’은 주축선수들의 연쇄이탈과 노쇠화로 와해됐고, 2016년 박석민(NC)과 2017년 최형우(KIA)의 이적에 따라 공격력이 급격히 쇠퇴했음도 데이터로 확인된다.

FA로 떠나보낸 최형우-차우찬-박석민. 삼성에서 부진한 성적을 거둔 레나도-레온-벨레스터(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 본질은 따로 있다?

공교롭게도 삼성의 몰락은 지배구조의 변화와 궤를 같이한다. 삼성전자의 전폭적 지원 속에 독립적으로 운영되던 삼성 라이온즈는 2016년 1월 제일기획 산하 삼성 스포츠단으로 편입됐다. 구단 운영주체가 바뀌기 직전부터 안팎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투자축소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졌고, 더러는 구단의 장기적 존속 여부까지 걱정했다. 실제로 공격적이던 구단운영 기조가 제일기획 하에선 급속히 수정됐음이 여기저기서 감지됐다. 프리에이전트(FA)와 외국인선수 영입에서 삼성은 더 이상 ‘큰 손’이 아니었다. 2년 연속 정규시즌 9위에 머무는 동안 현장에선 특히 외국인투수들의 부진을 크게 아쉬워했다. 과거의 삼성이라면 이름값부터 달라졌을 것이란 얘기였다.

2018 프로야구 시범경기에서 최하위를 기록한 삼성은 과연 정규시즌에서 명가의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까. 외국인 투수의 기량에는 의문점이 있지만 FA로 영입한 포수 강민호의 존재가 마운드의 높이와 라커룸에서의 팀 분위기를 살리는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 시범경기와는 다를까?

지난 겨울 삼성은 모처럼 화끈한 뉴스를 만들어냈다. 롯데에서 FA로 풀린 포수 강민호를 전격적으로 영입했다. 강민호와 삼성의 4년 총액 80억원 계약에 야구계는 깜짝 놀랐다. 겨우(?) 이 만한 계약에도 야구계가 흥분했다는 사실은 삼성의 현주소와 무관치 않은 듯해 씁쓸한 뒷맛을 남기지만, 어찌됐든 강민호는 삼성 타선의 짜임새와 마운드 운영에 적잖은 도움이 될 전망이다. 여기에 더해 오치아이 에이지 투수코치와 진갑용 배터리코치가 김한수 감독의 참모로 새롭게 합류했다. 오치아이 코치는 2010년부터 3년간 이미 삼성에서 일한 바 있고, 진 코치는 더 길게 설명할 필요도 없는 삼성의 레전드다.

이들의 가세는 앞으로 어떤 효과를 불러올까. kt 김진욱 감독은 13일 삼성과 시범경기 개막전을 치른 뒤 상대 신인투수 양창섭의 호투(4이닝 3안타 4볼넷 3탈삼진 1실점)를 설명하며 이렇게 말했다. “불리한 볼카운트에서 변화구를 던지고,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직구를 던지더라. (일반적인 다른 국내투수들과 달리 그렇게 던지려면) 기본적으로 제구력과 자신감이 있어야 하는데, 강민호에 대한 믿음이 있는 것 같다. 오치아이 코치가 불러온 변화 같기도 하다.”

사령탑 데뷔 시즌이었던 지난해 주축선수들의 연이은 부상과 외국인투수의 부진에 긴 한숨을 내쉬었던 김한수 감독도 이들의 합류를 반기고 있다. 김 감독은 “(강)민호가 들어오면서 라커룸 분위기도 밝아졌다. 평소 파이팅이 넘치는 선수답게 동료들과 잘 어울린다”며 “공격력이 있는 포수라 라인업을 짤 때도 여유가 생겼다”고 밝혔다. 오치아이 코치에 대해서도 “우리 투수들을 잘 알고, 나름의 노하우도 갖추고 있어 마운드 안정에 큰 보탬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제 24일이 되면 새로운 시즌이 열린다. 지난해의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출발이 몹시도 중요하다. 4승2무20패, 지난해 4월말 삼성이 받아든 성적표다. 시즌 내내 삼성을 괴롭힌 지독한 부진의 근원이다. 지난 2년간 몰락한 왕조의 측은함을 불러일으켰던 삼성이 시범경기의 부진을 털어내고 화려한 옛 명성에 걸맞은 새 봄을 맞이하기를 기대해본다.

정재우 전문기자 jac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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