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토크 in BIFF③] 조성하 “포기하려던 연기, 아내 말 한 마디에 용기 내”

입력 2017-10-18 10: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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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 사이트 기준 배우 조성하의 데뷔작은 영화 ‘미소’(2004)다. 인물 정보에서는 단역으로 출연한 영화 ‘화산고’(2001)가 데뷔 작품. 또 다른 지식백과에서는 조성하가 1990년부터 활동해온 것으로 나와 있다. 조성하에게 스스로 생각하는 진짜 ‘데뷔작’을 물었다.

“프로 데뷔작은 뮤지컬 ‘캣츠’(1990)겠죠. 이 작품으로 돈을 벌기 시작했거든요. 이전에도 연극배우로 활동했고 의미 있는 시간이었지만 조성하라는 이름의 배우로 시작한 건 ‘미소’부터 예요. 오디션을 통해 캐스팅됐는데 대학로를 나와서 제가 새롭게 출발하게 만든 작품이죠. 영화, 영상 장르를 조금 더 깊이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게 됐고 연기법을 제대로 배우기 시작했죠.”

연기를 시작한 시기가 아니라 상업 영화 진출 시기를 ‘데뷔’로 강조하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그만큼 조성하에게 영화는 배우로서 ‘출발선’이었던 것. 조성하는 “영화를 통해 제2의 인생이 시작됐다”고 강조했다.

“‘미소’에서 맡은 역할이 경비행장 강사이자 사장이었어요. 경비행기 학원에서 텐트를 치고 먹고 자고 살면서 연기에 충실했죠. 그때 디테일 문제에 봉착했어요. 인물의 감정선을 따라가는데 연극과 차이가 어마어마하더라고요. ‘앵글 안에서의 배우는 어떻게 살아 움직여야 하는가’ 고민했어요. 연기에 호기심을 크게 가지게 됐죠. 제대로 공부해서 그동안 겪어보지 못한 디테일을 만들어 봐야겠다 마음먹었죠.”

대학로를 주 무대로 하던 배우가 본인의 의지로 상업 영화 오디션에 참가했다. 오래 머물렀던 둥지를 떠날 때는 큰 용기와 결정적인 계기가 뒤따르는 법. 당시 조성하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잠시 망설이던 조성하는 그 이유를 솔직하게 털어놨다.

“결혼하고 아이를 키우다 보니 부양에 대한 책임을 느꼈어요. 그런데 극단 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연극만 해서는 답이 없는 거예요. 저는 제가 좋아서 연극을 했지만 가족에게는 기본적인 삶이 충족되지 않으니까요. 고민하다 연기를 포기해야겠다 싶었어요. 집사람에게 ‘이제 연기를 안 하고 싶다. 돈 벌어서 우리 식구들에게 따뜻한 밥을 먹이고 싶다’고 말했어요. 그러니 집사람이 ‘안 된다. 당신이 성공하는 거 보려고 여태까지 살아왔는데 당신의 가능성을 믿고 따라온 나는 뭐가 되느냐. 포기하지 마라’고 하더라고요.

더 큰 숙제가 생긴 거죠. 연기도 해야 하고 돈도 벌어야 하잖아요. 고민 끝에 영화로 가서 연기도 하고 돈도 벌어서 우리 가족을 부양하는데 일조해야겠다 싶었어요. 오디션을 보러 다니다 ‘미소’에 캐스팅 된 거예요.”

조성하는 아내에 대해 “나의 가능성을 봐준 유일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인생의 동반자이자 최고의 빅팬. 아내의 응원이 없었다면 지금의 배우 조성하는 없었을지도 모른다. 아내의 지지 속에 ‘미소’를 마친 조성하는 소처럼 일 해왔다. 매체에 진출한 지 14년 됐는데 출연작은 50편 이상이다.

“한 작품 한 작품 하다보니 점점 많은 분이 찾아주시더라고요. 좋은 작품을 통해 ‘조성하라는 배우가 있습니다’라고 출사표를 던졌죠. 마흔부터는 ‘황진이’(2006)를 계기로 방송도 하게 됐고요. 거의 쉬지 못하고 오늘까지 이렇게 살고 있어요. 시간이 빨리 가는 것 같아요. 어마어마한 세월이 남았지만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쏜살같이 지나간 것 같아요.”


영화 ‘황해’ ‘파수꾼’ ‘화차’ ‘히말라야’에 드라마 ‘황진이’ ‘성균관 스캔들’ ‘욕망의 불꽃’ ‘왕가네 식구들’ ‘구가의 서’ ‘화정’ ‘동네의 영웅’ ‘THE K2’ 최근 드라마 ‘구해줘’까지. 모두 소중한 작품이겠지만 조성하의 최고 ‘인생작’은 무엇일까. ‘황진이’를 지목하는 듯 했지만 여러 작품을 언급하면서 고르게 애정을 드러냈다.

“터닝 포인트는 ‘황진이’였던 것 같아요. 배우로서 점핑 시점이었죠. 캐릭터도 작품에 대한 반응도 좋았던 작품은 ‘성균관 스캔들’이에요. 그런 멋진 역할만 하면 매일 밥 먹듯이 할 수 있을 것 같아요(웃음). 늘 최고의 배우들이 해왔던 역할이고 중대한 캐릭터인데 저에게 왔다는 게 사실 부담이었어요. 원작의 정조와 다르게 표현하면서도 멋진 왕으로 그려야 하니까 많은 과제를 떠안고 연기했죠.

‘황해’도 기억에 남네요. 1년 동안 피와 함께 했던 혈전의 작품이에요. 체력과 정신력 모두 필요로 했어요. ‘욕망의 불꽃’은 멜로의 가능성을 보여준 작품이고 ‘왕가네 식구들’은 엄청난 시청률로 많은 사랑은 받은 작품이죠. ‘구해줘’도 크게 주목받은 작품이었고요. 여러 작품을 하면서 선한 역할도 되고 악한 역할도 되고 재밌는 역할도 된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어서 감사하고 행복해요.”

드라마 ‘왕가네 식구들’에서는 “얼굴이 반쪽이 됐네”라는 대사 하나 때문에 2주 만에 10kg을 감량하기도 했다는 조성하. 이번 ‘구해줘’ 때도 역할을 위해 지속적으로 체중을 줄였다고 밝혔다. 확실히 이전보다 훨씬 날렵한 인상이었다. 하지만 급격한 체중 증량과 감량 탓에 건강상의 문제도 겪고 있다고 고백했다. 그럼에도 그가 몸을 혹사하는 것은 배우로서의 욕심과 욕망 때문이었다.

“아무래도 힘들죠. 몸이 가끔 오작동하기도 해요. 심하게 아플 때는 2-3개월 내내 아파요. 몸에 안 좋은 것은 알지만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제가 너무 불편해요. 매순간 최선을 다하고 싶어요. 선생님들이 ‘배우는 무대 위에서 죽을 때 행복하다’고 말씀하시잖아요. 저도 배우로서 몇 세까지 살다 죽을지는 모르겠지만 좋은 작품에서 좋은 역할로 살다가 죽으면 행복할 것 같아요.”

해운대(부산)|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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