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L 너무 불어서 탈…WKBL은 너무 안 불어서 탈

입력 2017-12-13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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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국제 룰을 기준으로 하는데, 전혀 다른 잣대를 들이대는 남녀 프로농구의 심판판정이 도마에 올랐다. 남자보다 몸싸움에 관대한 WKBL은 10일 아산 우리은행 나탈리 어천와(22번)가 부천 KEB하나은행 이사벨 해리슨과 몸싸움을 하는 빌미를 제공했다. 어천와가 퇴장선언 뒤 당혹스런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제공 | WKBL

■ 남녀프로농구 ‘같은 룰, 다른 판정’

남자농구 몸만 스쳐도 가차없이 휘슬
여자농구는 피가 나도 외면…불만 커


최근 남·여 프로농구는 심판판정 문제로 홍역을 앓고 있다.

남자프로농구(KBL)는 심판의 휘슬이 너무 자주 불려서 탈, 여자프로농구(WKBL)는 심판 휘슬이 너무 안 불려서 탈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두 리그가 똑같이 국제농구연맹(FIBA)룰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같은 룰인데 심판판정 기준이 다르다 보니 완전히 다른 농구가 펼쳐진다.

KBL은 신체접촉과 관련해서 매우 예민하게 심판 휘슬이 나온다. 특히 접전 상황에서는 몸이 살짝만 닿았다 싶어도 가차 없이 휘슬이 불린다. 선수들 사이에서는 ‘숨만 쉬어도 파울이 불린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몸싸움에 휘슬이 민감하게 불리다보니 판정기준이 흔들린다. 전주 KCC의 이정현은 6일 SK와의 원정경기 3쿼터 후반 골밑 슛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공격자파울을 선언 당했다. 상대 센터 최부경의 안면을 치기는 했지만, 정상적인 슛 동작이었다. KCC는 심판설명회를 요청해 이정현의 공격자파울이 심판의 오심이라는 확인을 받았다.

헤인즈를 수비하다 팔꿈치에 얼굴을 가격당한 최진수. 사진|MBC 스포츠플러스 캡쳐


반면 8일 서울 SK와 고양 오리온의 경기에서는 SK의 헤인즈가 슛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오리온 최진수의 안면을 팔꿈치로 가격했지만 수비자 최진수의 파울이 나왔다. 이로 인해 팬들 사이에서는 ‘KBL이 SK를 밀어주고 있다’는 말이 오간다. 진 팀은 진 팀대로 기분 나쁘고 이긴 SK 역시 뒷맛이 개운치 않다.

반면 WKBL은 몸싸움에 관대하다. 상대 선수의 거친 동작으로 피가 나는 데도 휘슬이 불리지 않는다. 팔꿈치 사용은 기본이다. 스크린 동작 때 팔꿈치를 들어 아예 상대선수의 목을 치는 장면이 비일비재하다. 10일 부천 KEB하나은행과 아산 우리은행과의 경기에서 벌어진 이사벨 해리슨(KEB하나은행), 나탈리 어천와(우리은행)의 격한 다툼도 여기에서 비롯된 것이다. WKBL은 재정위원회를 통해 해리슨과 어천와에게 300만원의 벌금과 1경기 출장정지 징계를 내렸다.

사진제공|WKBL


KBL과 WKBL심판부는 같은 룰에서 전혀 다른 판정기준으로 움직이지만 ‘심판 판정의 항의는 팀의 주장만이 할 수 있다’는 FIBA의 룰만큼은 공통적으로 철저히 지킨다. 나이어린 선수들은 오심으로 나온 파울에 억울함을 호소하지만 심판으로부터 “저리가라”는 말을 듣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심지어 시즌개막 이전의 연습경기 때 판정과 관련한 설명을 요청하다가 “FIBA룰에 따르라”는 지적에 테크니컬파울까지 받은 감독도 있다. ‘주장만 항의 할 수 있다’는 룰이 방패막이인 셈이다.

남자프로농구 A구단 감독은 “심판도 사람이 하는 것 아닌가. 누구나 실수할 수 있다. 다만 납득이 되도록 설명만 해주면 된다. 최소한 자기가 내린 판정에 설명은 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여자프로농구 B구단 감독은 “항의가 거세지는 것은 판정 자체에 억울함도 있지만, 설명을 요구해도 마냥 ‘감독은 항의할 수 없다’는 심판들의 태도에 더 화가 나는 것이다. 답답하다”면서 한숨을 쉬었다.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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