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영 투혼에도’ 노골드로 출발, ‘펜싱 코리아’의 험난한 여정

입력 2018-08-20 05:3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박상영.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대한민국 펜싱 대표팀은 2014인천아시안게임(AG)에 걸린 12개의 금메달 가운데 8개를 따내며 이 종목 강국의 이미지를 굳혔다. 그러다 보니 2018자카르타-팔렘방AG에서도 펜싱이 메달밭이 될 것으로 기대하는 목소리가 컸다. 한국 선수단의 목표인 금메달 65개와 종합 2위 달성을 위해서도 펜싱에서 어떻게 첫 단추를 끼우느냐가 중요했다. 그러나 첫날부터 금메달을 수확한 검객은 나오지 않았다. 19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남자 에페와 여자 사브르 개인전에서 은메달 한 개와 동메달 두 개를 따내며 첫날 여정을 마쳤다.

남자 에페 박상영(울산광역시청)과 정진선(화성시청)은 준결승까지 순조로운 행보를 보였다.

둘이 결승에서 맞붙는 ‘행복한 시나리오’도 나올 수 있었다. 그러나 정진선이 준결승에서 세계랭킹 4위 드미트리 알렉사닌(카자흐스탄)에 패해 동메달을 기록하면서 박상영은 외로운 싸움을 해야 했다. 정진선도 “(박)상영이와 함께 결승에서 맞붙는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며 “앞선 경기처럼 천천히 했어야 하는데, 결승을 먼저 생각한 것 같다”고 아쉬움을 숨기지 못했다.


● 박상영의 아름다운 투혼

설상가상으로 박상영도 알렉사닌의 벽을 넘지 못했다. 결승에서 12-15로 패하며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컨디션이 최악이었다. 초반부터 오른 무릎을 잡으며 통증을 호소했고, 1-4로 뒤진 상태에선 잠시 경기를 중단하기도 했다. 무릎을 자주 굽혀야 하는 종목의 특성상 최고의 경기력을 기대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2라운드 종료 직후 마사지를 받는 그의 표정에서 고통이 묻어났다. 9-12에선 “괜찮냐”고 묻는 심판을 돌려보내는 투혼을 선보였다.

그만큼 절실했고, 절실함은 통하는 듯했다. 3-9의 열세를 딛고 12-13까지 추격했다. 그러나 결과까진 바꾸지 못했다. 결국 2연속 실점하며 고개를 숙였다. 엄청난 통증을 딛고 마지막까지 싸웠지만, 한 번 벌어진 틈을 완벽하게 메우기는 힘들었다.

2017년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한 뒤 자비를 들여 개인자격으로 국제대회에 참가하는 등 수없이 자신을 채찍질하고, “처음 출전하는 AG에서 반드시 금메달을 따겠다. 설렘을 안고 준비했다”던 박상영 본인에게는 아쉬운 결과였다. ‘할 수 있다’ 신드롬을 일으켰던 2016리우올림픽의 영광은 이어가지 못했지만, 챔피언의 품격은 잃지 않았다. 아쉬운 패배에도 불구하고 알렉사닌에게 진심으로 축하를 건넨 보여준 박상영에게 큰 박수가 쏟아졌다.

양달식 대표팀 감독은 “안타깝다”며 “(박)상영이가 왼쪽 수술을 받은 왼쪽 무릎이 아프니 트라우마를 느낀 것 같기도 하다. 남자 에페가 변수가 많은 종목이다 보니 쉽게 예측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김지연.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 김지연, AG 첫 개인전 금메달은 다음으로

여자 사브르에서도 김지연(익산시청)이 동메달 하나를 획득한 데 만족해야 했다. 4강전에서 금메달리스트 취앤 지아루이(중국)에게 13-15로 석패했다. 막판까지 대등한 경기를 펼쳤지만,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한 탓에 고배를 마신 것이다. 김지연은 “스타트를 잘 끊어야 한다는 생각에 부담이 컸다. 항상 이겼던 선수라 더 아쉬움이 크다”고 밝혔다. 윤지수(서울시청)도 8강전에서 세계랭킹 3위 다무라 노리카(일본)에게 13-15로 아쉽게 패했다.

자카르타(인도네시아)|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