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안소희 “선배 이병헌·공효진과 연기 호흡, 가장 큰 부담감”

입력 2017-03-02 15: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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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라며 미소를 지으며 안소희가 인터뷰 장소를 찾았다. ‘원더걸스’ 막내 소희가 아닌 배우 소희는 여전히 낯을 가리고 조심스러워했지만 ‘원더걸스’ 시절처럼 말 한마디 제대로 하지 못하는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배우로서, 또 안소희로서 새로운 발걸음을 내디디며 용기 있는 홀로서기의 시작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영화 ‘뜨거운 것이 좋아’(2008)로 스크린에 데뷔한 그는 지난해 ‘부산행’으로 ‘배우 안소희’를 알린 후 ‘싱글라이더’에서 배우로서 자리매김을 하게 됐다. 안소희는 “’부산행’은 ‘저 이제 연기를 시작합니다’라고 알린 작품이었다면 ‘싱글라이더’는 연기자로서 뿌리를 내리게 해준 작품이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싱글라이더’에서 안소희는 호주에서 2년간 농장 일을 하면서 고생스럽게 번 돈을 좋은 조건으로 환전을 하려다 사기를 당하다 재훈(이병헌)을 만나게 되는 유진아 역을 맡았다. 진아는 재훈에게 자신에게 사기를 친 사람들에게 도로 돈을 받아야 한다며 도움을 구하고, 그 과정에서 서로의 처지를 이해하고 공감하게 되는 인물이다.

안소희는 연기도 연기지만, 무엇보다 대선배인 이병헌, 공효진 등과 함께 해야 한다는 것이 가장 큰 부담감이었다고 했다. 말을 걸기까지 수십 번을 망설이기도 했다. 그는 “아무래도 이병헌 선배와 붙는 장면이 많아서 떨렸다”라며 “하지만 이병헌 선배가 많은 것을 알려주시며 도와주셨다”라고 말했다.

“되게 감사했던 것은, ‘이건 이렇게 해야 돼’가 아니라 ‘이런 표현을 하려고 했던 거였어?’라고 물어보셨어요. 그러시곤 자신의 의견도 말씀하시면서 ‘이건 좀 어색한 것 같아’, ‘이렇게 말하면 (관객들이)다른 의미로 생각할지도 몰라’라고 하시고 여러 방향으로 연기를 할 수 있게 기회를 많이 주셨어요. 그 때부터 용기를 얻고 궁금한 것이 있으면 물어봤어요. 죄송했던 것은, 제가 넉살 좋은 막내이질 못했어요.”

무엇보다 이병헌, 공효진의 연기에 대한 집중력에 대해 가장 많이 놀랐다고 한 안소희는 “공효진 선배는 정말 연기를 자연스럽게 하신다. 스태프들과 대화를 나눌 때와 연기하시는 것이 비슷하시다. 그런 자연스러움이 정말 부러웠다”라며 “또 이병헌 선배는 카메라 앞에서는 정말 몰입하시는 게 피부로 와 닿을 정도다. 그런 모습에 나 역시 집중을 할 수 있게 됐다”라고 말했다.


의외로 연기호흡이 가장 어려웠던 것은 강아지 ‘치치’였다. 극 중에 공효진과 그의 아들이 호주에서 키우는 강아지 ‘치치’는 안소희 곁에 가장 오래 있었다. 안소희는 “강아지가 날 정말 싫어하는지 나한테만 안기면 ‘으르렁’ 거리고 물려고 했다”라며 “달래면서 연기를 해야 했다. 왠지 치치가 나를 자기보다 밑으로 생각했나보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진아를 연기하면서 안소희는 ‘원더걸스’ 시절도 떠올랐다. 워킹홀리데이로 홀로 호주에 온 진아의 모습이 마치 미국 활동을 하러 뉴욕에 갔던 자신의 모습과 비슷했기 때문이다. 안소희는 “진아가 느꼈을 감정에 대해 공감이 갔던 것 같다”라며 “20~21살에 미국에 가서 느꼈던 외로움이 아마 진아도 가졌을 외로움이 아닐까”라고 말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지금 제가 있기까지 도움이 된 시간이었어요, 분명히. 하지만 당시에는 정말 힘들었어요. 태어나서 처음으로 부모님과도 오랫동안 떨어져있었고 말도 안 통했으니까요. 언어를 배우며 활동을 해야 하니 쉽지 않았어요. 물론 ‘원더걸스’ 멤버들과 스태프들이 함께 있었으니 완전히 혼자는 아니었지만 낯선 곳에서 ‘사회인’으로 적응을 하는 것은 많은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아요.”


가수로서는 많은 이력을 갖고 있지만 배우로서는 이제 거의 첫 시작이다. 예전과는 매우 다른 현장을 가고 있지만 어색하진 않다. 안소희는 “원래 가수보다는 연기에 더 관심이 있었다”라며 “꼬마였을 때는 드라마 보면 따라 하고 사극이 나오면 장롱에서 한복을 꺼내 입었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뜨거운 것이 좋아’를 촬영하고 나서 ‘나 이거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촬영장에 있는 순간이 너무 즐거웠어요. 연기로 지적을 받아도 혼난다는 기분보다는 고칠 생각을 더 했어요. 한 작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정말 재미있었어요. 또 가수는 무대에서 즉각적인 반응을 받는다면, 연기자는 시간이 좀 지나고 반응을 볼 수 있잖아요. 그런 재미도 있는 것 같아요.”

안소희는 ‘싱글라이더’ 홍보 등 일정이 마치면 여행을 갈 계획이라고 했다. 친구와 함께 가는 여정이지만 혼자만의 시간도 가져볼 것이라고 말했다.

“(공)효진 언니가 연기를 하려면 정말 많은 것을 경험해보고 느껴봐야 한다고 하셨어요. 보고 관찰하고 느껴보라고요. 그래서 정말 그렇게 해보려고 해요. 또 이제 홀로서기를 시작했으니 많은 것들을 혼자서 잘 해보고 싶어요.”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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