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 한소아 “나도 이제는 꽃길 좀 걷고 싶네요”

입력 2017-05-09 11: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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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소아, 사진=메이큐마인 웍스

최근 ‘너목보’에 출연해 이슈를 모은 가수 한소아에게는 ‘우여곡절’, ‘긴 무명생활’, ‘파란만장’ 과 같은 말들이 따라붙는다.

틀린 말이 아니다. 실제로 한소아는 오랫동안 무명가수로 지내왔으며, 내심 기대를 모았던 중국판 ‘나가수’는 시작도 하기 전에 방송 자체가 사라져버렸다.

한소아가 ‘너목보’에서 눈물을 왈칵 쏟아낸 건, 그러지 않는 게 이상할 정도로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이 때문에 한소아와의 인터뷰는 무겁고 진지할 거라고 예상됐다. 하지만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본 한소아는 의외로 밝고 쾌활했다.

한소아 본인은 “원래 말이 없고 예전에는 진지했다. 내 안에 여러 모습이 있는데 요즘은 제일 밝은 한소아다”라고 감정 기복이 있는 편이라고 했지만, 밝고 유쾌한 그녀의 모습은 아직 알려지지 않은 매력을 잔뜩 가지고 있다는 걸 알려주기에 충분했다.

일단 ‘지금의 한소아’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위해선 ‘너목보’ 출연을 빼놓기 힘들다. ‘너의 목소리가 보여’시즌 4에 ‘중국 나가수 실력자’로 출연한 한소아는 눈에 뛰는 미모와 빼어난 가창력, 그리고 무대에서 흘린 뜨거운 눈물로 단숨에 많은 사람의 주목을 받았다.

무대에서 흘린 눈물의 의미를 묻자 한소아는 “사실 기대를 안 하고 방송에 나갔다. 너무 기대하면 실망이 클 거 같아서 편하게 갔다. 그런데 막상 무대를 보니까 기대가 되더라. 첫 번째로만 떨어지지 않았으면 했다. 엄마가 어디 가서 나왔다고 하려면 좀 오래 나와야 할 거 같아서 첫 번째로만 떨어지지 말자고 기도했는데, 딱 나를 처음 지목해서 진짜 억장이 무너지는 느낌이었다. 처음에는 억울해서 눈물이 난 거 같다. 더 보여주고 싶은데 그러지 못해서 감정이 복받쳤다”라고 입을 열었다.

억울함은 곧 서러움으로 이어졌고, 이는 말로 형언하기 힘든 복합적인 감정으로까지 커졌다.

한소아는 “노래가 끝날 때쯤 되니까, 이 무대가 마지막일 거 같은 기분이 들더라. 마지막 소절을 부르는데 이루말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이었다. 마지막은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그때 진짜 작가도 울고 패널도 울었다. 내가 어떻게 여기가지 왔는지를 알고 있으니까 그런 거 같다. 정말 감정이 복받쳐서 울었다. 속눈썹이 떨어진지도 모르고 울었다”라고 당시의 심경을 밝혔다.

이처럼 한소아의 감정을 복받치게 만든 인생 역경 스토리는 그녀가 가수로 첫발을 내딛었을 때부터 시작된다.

한소아는 “어려서부터 가수가 하고 싶었다. 음악에 관심이 많았다. 중학교 때 친구 중에 한명이 진짜 노래를 기가 막히게 잘했다. 그 친구가 지역 대회에 나갈 때 따라 나갔는데, 내가 금상을 받고 걔가 은상을 받았다. 그때부터 노래를 관심 있게 시작했고, 서울에 올라오면서 진짜 가수를 할 수 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 처음에는 클래식 작곡가를 지원했다. 음악선생님을 하려했는데 그 길이 정말 아니더라. 그래서 6년 만에 졸업을 하고 가수를 하게 됐다. 처음에는 집에서 반대를 했는데, 그 와중에 OST를 부르고 계속 음악을 했었다. 내가 부른 OST중에 ‘사랑 그만큼’이라는 곡이있는데, 이 노래가 드라마에서 계속 나오니까 그때부터 엄마가 하고 싶은 거 하라고 하더라”라고 가수에 발을 들이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한소아, 사진=메이큐마인 웍스


데뷔를 맞이한 가수들 누구나 그렇겠지만, 한소아도 그때는 장밋빛 미래가 펼쳐질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세상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한소아는 “정식 데뷔한지 11년이 됐다. OST를 했을 때만해도 잘 될지 알았다. 사실 처음에는 내가 가이드 가수였다. OST 가이드를 불렀는데, 원래 부르기로 한 가수가 안어울렸나 보더라. 그래서 그냥 내가 노래를 부르게 됐다. 그때 집에서 서포트를 해줄 상황도 아니었는데 이렇게 올라온걸 보고 이게 내 길이라고 생각했다. 그랬는데 솔로앨범을 내기가 그렇게 힘들더라”라고 그사이 많은 마음고생을 했음을 털어놓았다.

물론 드문 드문 싱글과 앨범을 내긴 했지만, 그사이 한소아는 여러 회사를 전전하면서 오랜 시간을 인내해야했다.

한소아는 “두 군데서 연습생 생활도 했다. 결국 앨범 못 내고 마지막에 다른 회사를 들어갔는데 거기서도 앨범을 못 냈다. 그래서 이전부터 알고 지내던 JQ와 아무 생각 없이 회사 없이 해보자하고 하고 쭉 같이 일하다가, 3년 전에 지금 회사와 만나 노래를 내고 있다”라고 말했다.

다행히 지금 회사에서는 꾸준히 음원을 낼 수 있었고, 대박은 아니더라도 수익적인 면에서도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

한소아는 “내가 원래는 생계형 음원 가수라고, 꾸준히 음원을 냈다. 웬만한 월급 받는 이상은 나왔다. 정말 감사하게 생각한다”라고 안정적인 생활을 지낸 시기도 있었음을 알렸다.

그러나 이런 생활도 그리 오래 가지는 않았다. 야심차게 진출한 중국에서, 한한령의 직격탄을 맞고 빈손으로 한국에 돌아오는 악재를 맞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한 충격은 컸다. 한소아는 “중국에서 ‘나가수’ 출연이 확정돼 방송만 기다리는데, 정말 이틀 전에 하차 통보를 받았다. 중국 온지 1년 만에 입 떼기 시작했는데, ‘일이 오는 구나’ 하는 찰나에 국가적인 사태로 돌아오게 됐다. 한국에 왔는데, 우울증이 왔다. 정말 감정이 컨트롤이 안 되더라”라고 고통스러웠던 순간을 떠올렸다.

이런 역경을 거쳐 출연한 ‘너목보’였기에 한소아가 무대에서의 느낀 감정은 남다를 수밖에 없었고, 흐르는 눈물도 주체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한소아가 ‘너목보’의 출연 그 자체에 만족을 한다면, 이는 그저 하나의 추억으로 남은 채 끝날 뿐이다. 한소아도 이를 알고, ‘너목보’를 새로운 마음가짐을 다지는 계기로 삼고 있다.

한소아, 사진=메이큐마인 웍스


한소아는 “전에는 꾸준히 음악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지금은 이게 마지막 앨범인 거처럼 하려한다. ‘다음 앨범 또 내면 되지’라는 생각이아니라 간절해졌다. 지금이 끝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이런 각오로 내놓은 앨범이 9일 정오 발표된 미니앨범 ‘한소아 with 정수완’이다. 이번 앨범에는 과거 한소아가 발표했던 ‘내맘 훔친 너’, ‘일기’, ‘37.5c’의 새로운 편곡버전과 신곡이자 타이틀곡 ‘마른 꽃’이 수록됐다.

한소아는 “5월 9일에 앨범이 나온다. 미니앨범이다. 4곡인데 1곡은 신곡이고, 3곡은 재편곡이다. 대선일인데 틈새시장을 노리겠다”라며 웃었다.

대선일에 발표하는 앨범인 만큼 지난해 제목으로 화제를 모았던 ‘내가 이럴려고’도 재편곡해서 발표하는 건 어떤지 추천하자 한소아는 “그 곡은 이번 앨범에 안 들어간다”라고 말해 아쉬움을 자아냈다.

이어 한소아는 “(‘내가 이럴려고’는)작사까지 다하고 제목이 안 정해졌었는데, 가사 안에 그 문장이 있었다. 그래서 ‘그냥 가자’라고 했는데...”라며 탄생비화를 덧붙였다.

‘내가 이럴려고’는 수록되지 않았지만, 신곡 ‘마른꽃’도 그녀의 음악을 기다린 팬들에게는 충분히 좋은 선물이다. 한소아는 “이번 노래는 사랑이 말라가는 연인의 감정을 표현한 곡이다. 내용과 달리 너무 우울하지 않은 곡이다. 또 그렇게 부르려고 했다”라고 설명했다.

이번 신곡도 신곡이지만, 한소아의 향후 활동과 관련해 한 가지 더 궁금한 건 ‘섹시 댄스 가수 한소아의 모습을 다시 볼 수 있을까’이다.

실제 한소아는 2014년 제이큐와 함께 싱글 ‘나쁜놈.나쁜놈.나쁜놈’, ‘눈엔 눈 이에는 이’를 발표했고, 특히 ‘눈엔 눈 이에는 이’는 파격적인 섹시 콘셉트를 내세워 그녀를 알던 팬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이에 한소아는 “내 팬은 두 종류다 음원만 듣는 분은 음원만 안다. 내가 댄스한 걸 잘 모른다. 반대로 댄스쪽으로 팬이 된 분은 내가 이렇게 음원을 많이 낸지 모른다. 갭이 있다”라며 웃었다.

이어 그녀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는 변화를 주고 싶었다. 과감한 시도였는데, 욕도 많이 먹었다. 뭐하러 그런 시도를 했냐고 하는데, 후회는 안한다. 더 시간이 지났으면 시도조차 못했을 거 같다. 그때가 할 수 있는 마지막 시점이라고 생각했다”라며 “그래서 이제 댄스는 힘들 거 같다”라고 말해 이제 ‘섹시댄스가수 한소아’의 모습은 보기 힘들 거라고 말해 또하나의 아쉬움을 남겼다.

댄스가수 한소아는 아니더라도, 한소아가 매순간 간절하게 가수를 하겠다는 마음가짐은 변함없다. 미모도 겸비한 만큼 혹시 연기 쪽은 생각이 없는지 묻자 한소아는 “싱어송라이터 한소아에 매진하고 싶다. 연기는 절대 안한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쭉 연기만 한사람과 비교하면 내가 얼마나 부족하겠나. 내가 가수를 원했던 것처럼 연기를 쭉 원했던 사람들도 많다. 물론 기회가 된다면 한번쯤은 하고 싶은 생각은 있지만, 내가 ‘하고 싶다’라고 말하는 건 아닌 거 같다”라고 말할 정도로 가수 활동에 대한 각오를 드러냈다.

그리고 가수 한소아로서 당장 눈앞의 목표는 ‘불후의 명곡’이다.

한소아는 “나는 ‘불후의 명곡’ 같은 큰 무대에 서보는 게 꿈이다. 한국에서 그런 무대는 서본 적이 없다. 제일 큰 무대가 ‘엠카운트다운’이었다. 우스갯소리로 회사에 ‘불후의 명곡’에서 노래하다가 급사해도 좋으니까 제발 좀 서게 해달라고 했다”라고 ‘불후의 명곡’ 무대에 대한 열망을 드러냈다.

눈앞의 목표는 ‘불후의 명곡’이지만, 먼 목표는 딱히 어떤 것이라고 세워 놓은 게 없다. 다만, 매순간 간절하게 음악을 하는 만큼 많은 사람이 한소아의 음악을 들어주고 호응해 주기를 바랄 뿐이었다.

한소아는 “그냥 내 음악 많이 들어줬으면 좋겠다. 그동안 고생 많이 했다. 나도 이제는 꽃길을 걸어보고 싶다”라며 한소아라는 가수를 기억하고 사랑해 주기를 기원했다.

동아닷컴 최현정 기자 gagnr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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