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①] 에픽하이 “국내외 호평, 음악할 기회 또 얻어 감사할 뿐”

입력 2017-10-25 1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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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인터뷰①] 에픽하이 “국내외 호평, 음악할 기회 또 얻어 감사할 뿐”

데뷔 14년차 아저씨 힙합 그룹이 건재함을 증명했다.

그룹 에픽하이(타블로, 미쓰라, 투컷)가 3년 공백을 깨고 발표한 정규 9집 ‘WE’VE DONE SOMETHING WONDERFUL’로 차트를 흔들었다. 더블 타이틀곡 ‘연애소설(ft.아이유)’ ‘빈차(ft.오혁)’는 1위와 2위를 차지했고 미국 빌보드에서도 에픽하이를 한국에서 가장 중요한 팀으로 꼽았다.

호평에 대해 에픽하이는 한국말로는 “음악할 기회를 또 얻게 돼 감사할 뿐”이라고 마음을 전했고 빌보드 평가에 향해서는 “땡큐”라고 화답했다.

“차트에 연연하지 말고 기대 하지도 말자고 했었는데 저는 조금 기대했었어요. 제 기대보다 더 큰 반응이 있어서 즐겁고 행복하고 감사합니다.” (투컷)

“일단 앨범을 발표해 속이 후련해요. 오랜 시간 작업한 만큼 발매하는 것 자체가 걱정이었거든요. 에픽하이의 존재를 잊으셨을까봐... 다행히 결과가 좋아서 감사했죠.” (미쓰라)

“ ‘WE’VE DONE SOMETHING WONDERFUL’ 우리가 이번 앨범 제목처럼 느낄 수 있을 때까지는 컴백하지 말자고 다짐했었어요. 부족하더라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습니다. 다행히 반응이 좋아서 축복받은 느낌이에요.” (타블로)


에픽하이의 음악 감수성은 ‘어른’이다. 타블로는 “30대 후반으로 접어들어서는 일부러 젊어보이려고 우리를 감추지 않았다. 물론 앨범에 참여한 아티스트들은 젊지만 우리가 풀어내는 가사는 있는 그대로의 우리다. 아저씨라는 단어가 우리에게 딱 맞다”고 현재의 에픽하이를 소개했다. 디지털 싱글이 아닌 꽉 찬 정규 앨범을 고집하는 부분도 에픽하이 고유의 특징이다.

“매번 앨범으로 컴백하려고 해요. 주변에선 혹은 회사에서도 가끔 안쓰러워하죠. ‘이제는 디지털 싱글의 시대이고, 싱글을 주기적으로 빨리 발표해야 돈을 번다. 왜 앨범만 고집하냐? 가족도 있는데 돈 벌어야하지 않겠냐’라는 거죠. 그런데 앨범이 아니면 우리는 못 해요.” (타블로)

“저희는 앨범 세대고, 학습돼 있어요. 앨범이 가장 이상적인 그림이라고 생각하고요. 솔직히 디지털 싱글은 무섭습니다. 한 곡만 발표하면 많은 걸 쏟아 부어야하잖아요. 우리가 싱글을 해낼 수 있을지 의문이에요.” (미쓰라)

싱글이든 정규 앨범이든 에너지를 쏟아야하지만 에픽하이는 꾸준히 창작의 고통을 느껴야 살 수 있는 아티스트였다. 어쩌면 그들이 긴 공백기를 버티고, 대중이 에픽하이의 음악을 잊지 않은 배경일지도 모른다.

“시간이 흐르다보니 점점 스스로에게 엄격해지더라고요. 그런데 고통스럽다기보다는 그것조차 즐거워요.” (투컷)

“에픽하이에게는 창작의 고통보다는 창작하지 않았을 때 느끼는 고통이 더 고통스럽기 때문에 창작을 해요. 우리는 무언가를 만들지 않으면 삶의 일부를 잃죠. 스스로를 괴롭혀요. 에픽하이는 절대 음악적으로 능력이 있거나 타고난 팀이 아니거든요. 할 줄 모르는 것들이 굉장히 많은 그룹이고, 더욱더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어요. 부족해서 더 열심히 하게 되는 순기능이 있죠.” (타블로)


14년 전 epic(서사시)과 high, 시에 만취되거나 높은 서사성을 추구하기로 팀의 방향을 잡은 세 사람은 “low의 끝을 경험해야 high를 느낄 수 있더라”고 정규 9집을 기점으로 또 한 번 음악을 대하는 자세를 다잡았다.

“에픽이라는 단어에 하이를 붙였을 때는 ‘높이 비상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고 저희는 3집 때 ‘FLY’로 high를 경험했었어요. 제가 생각했을 때 high라는 단어를 느끼려면 깊은 low를 경험해봐야 high의 의미를 더 알게 되는 거 같아요. 에픽하이는 14년 전에 데뷔했을 때부터 쭉 잘된 그룹이 아니거든요. 항상 high에서 low로 떨어지고 low에서 더 이상 low가 없는 상황까지 내려가기도 했죠. 한걸음 한걸음 올라가려고 합니다. 그렇다보니 high에 대한 감사함이 남다르고 음원 차트 올킬했다는 말을 들었는데 올킬이라는 단어가 굉장히 파괴적이고 센 단어잖아요. 그럼에도 저희는 감사함 말고는 아무 것도 느껴지지 않더라고요. 기적, 축복의 감정이 앞서죠. 특히 이 나이에 가요계에서 쉽지 않은 일이었는데 더 좋은 음악을 만들기 위해 더 최선을 다할 겁니다.” (타블로)

“‘다음에 또 음악해도 되는 기회가 생겼네’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어요. 우리 현재 위치에선 앨범을 내고 사랑받으면 음악할 기회가 생긴 거라는 고마운 마음이 더 크거든요. 더욱더 열심히 하게 되더라고요.” (투컷)

동아닷컴 전효진 기자 jhj@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YG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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