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 혼혈모델 한현민 “한국, 편견 없이 살 수 있었으면”

입력 2017-12-19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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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지가 선정한 ‘2017 가장 영향력 있는 10대 30명’. 17세라는 나이에 어깨가 으쓱해질 만한 일이 생겼지만 모델 한현민은 세간의 주목에 어리둥절할 뿐이다. 이유를 물으니 “친구들은 타임지를 안 읽으니까요”라며 너스레를 떤다. 1m 90cm의 키, 까만 피부에 이국적인 외모까지. 겉모습만 보면 영어 등 외국어를 사용할 것 같지만 뼛속까지 한국인인 한현민을 만났다.

인터뷰로 만난 한현민은 특별하고 평범했다. 나이지리아인 아버지와 한국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국내 1호 혼혈 모델이다.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따가운 시선을 받으며 자랐지만 그것을 이겨낸 한현민의 이야기는 특별했다. 하지만 다른 친구들과 똑같이 학교를 다니고 PC방에서 축구게임을 즐기는 여느 10대와 다름없는 평범한 학생의 모습이었다.

우선, 그에게 타임지 이야기를 꺼냈다. 아직까지 피부로 와 닿지는 않는다고 솔직히 말했다. 그럼에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 이게 깨어나지 않는 꿈이었으면 좋겠다. 나의 ‘리즈시절’(연예인 등 유명 인물이나 유명 그룹의 전성기를 뜻하는 말)이 안 끝났으면”이라는 말로 웃음을 자아냈다.

한현민은 원래 야구선수가 되고 싶어 했다. 평소에도 친구들과 축구하러 가는 걸 좋아할 만큼 스포츠를 좋아했다. 하지만 그는 “집안사정이 넉넉한 편은 아니었다. 운동선수가 되려면 생각보다 드는 비용이 크더라. 5남매를 키우시는 부모님이 도저히 하실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포기를 했다”라고 말했다.


“그래도 꿈이었으니 아쉽죠. 아주 가~끔은 후회도 하는데 이제 와서 달라질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그래도 경기는 열심히 보고 있어요. 좋아하는 팀이요? 한화요. 그리고 류현진 선수를 제일 좋아해요. 스포츠 뉴스도 열심히 보고 있어요. 최근에 한참 FA 나오고 계약도 하고 그러던데 흥미롭게 보고 있어요.”

그렇다면 모델의 꿈은 어떻게 꾸게 된 걸까. 평소 옷 입는 걸 좋아하고 어떻게 입어야 더 멋지게 보이는지 관심이 있었던 터라 옷을 입고 사진을 SNS에 올리기 시작했다. 어머니의 격려도 컸다. “모델을 해보라”는 어머니의 적극적인 격려로 혼자서 워킹연습을 해보기도 했다. 그러던 중 지난해 5월 소속사 대표를 만났다.

“제 사진을 봤다고 지금 대표님이 연락을 하셨어요. 이태원에서 만났는데 대뜸 워킹을 해보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러더니 바로 같이 일해보자고 하셨어요. 사실 그 때는 지금보다 몸이 더 호리호리해서 핏이 좀 괜찮았어요. 하하. 지금도 살 빼야 하는데 먹고 싶은 게 너무 많아서요. 방송에서 많이 이야기 했는데 순대국을 진짜 좋아하고요. 간장게장도 너무 좋아해요. 이 세상에는 왜 이렇게 맛있는 게 많은 거죠?”

모델 일을 시작한 지 이제 2년. 패션디자이너 한상혁의 쇼 오프닝 무대를 시작으로 한현민은 패션 화보, 뮤직비디오, 예능 프로그램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모델로 활동하며 가장 기분 좋은 순간은 자신이 조금씩 발전하고 있다는 게 눈으로 보인다는 것이라고. 그는 “작업 결과물 볼 때가 가장 행복하다. 예전보다 나아진 게 보이면 보람도 느껴지고. 그리고 이전에는 내 자신이 멋지다고 생각 안 했는데 이젠 좀 멋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옛날에는 사진 찍는 걸 안 좋아했어요. 왜냐하면 친구들이 놀릴까봐요. 늘 못생겼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문자 프로필 사진도 제 사진이 아닌 늘 다른 사진을 걸어놨어요. 그런데 모델은 내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거잖아요. ‘내가 가장 멋있어’, ‘내가 제일 잘 나가’라는 생각을 하고 사진을 찍어야 하니까 점점 제가 멋져보였어요. 모델을 통해 내 모습을 좋아하게 됐어요.”

하지만 힘든 점도 있다고 하며 “밥 못 먹는 거”라며 ‘세상 심각’한 표정을 지어 웃음을 자아냈다. 한현민은 “먹는 걸 정말 좋아한다. 패션쇼나 화보촬영이 있으면 몸을 만들어야 하지 않나. 너무 슬프다”라며 “모델 되기 전에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는데 한 겨울에는 반팔을 입고 한 여름에는 패딩을 입더라. 처음엔 너무 덥고 추웠는데 그래도 다양한 옷을 입으니까 재미있다”라고 말했다.

사실 한현민에게 ‘혼혈’이라는 단어를 꺼내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어렸을 적에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놀림도 많이 당했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고 최근 화제가 된 만큼 자신의 기억들을 꺼내놓은 시간이 많았을 터. 하지만 한현민은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솔직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며 “한국 사람들이 다문화가정에 대한 편견을 갖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저도 이해해요. 한국은 단일민족국가였잖아요. 생김새가 다르니 당연히 다르게 볼 수밖에 없죠. 친구들이 놀려도 이해했어요. 친구 부모님이 ‘쟤랑 놀지마’라고 하셨던 적도 있었어요. 속상하지만 어쩌겠어요. 그래도 부모님께서 ‘현민아, 넌 특별한 사람이야’라고 많이 응원해주셨어요. 남들과 다르기 때문에 좋은 일이 생길 거라고 늘 말씀해주셨고요. 이제는 세상이 변하고 있잖아요. 다문화가정이 많이 생기고 한국에 사는 외국인들도 점점 늘어나는걸요. 선입견이 사라졌으면 좋겠어요. 서로 어울리며 살았으면 좋겠어요.”

이에 한현민의 큰 꿈은 “대한민국에서 편견없이 살아가는 것”이다. 그 외에 다른 꿈이 있는지 물어보니 “파리, 밀라노, 뉴욕 컬렉션에 서 보는 것, 그리고 캠퍼스 낭만을 누려보는 것”이라고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진짜 해외 컬렉션에 꼭 서고 싶어요. 그래서 지금 tvN ‘나의 영어 사춘기’로 영어 공부 열심히 하고 있어요. 서로 의사소통은 해야 하니까요. 하하. 그리고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교도 꼭 가고 싶어요. 어디 학과요? 제가 배우고 싶은 게 뭔지 생각하고 결정하고 싶어요. 사실 캠퍼스를 가기만 해도 좋을 것 같아요. 하하.”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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