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영은이상우의행복한아침편지]효심깊은형수님고맙습니다

입력 2008-08-1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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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겨울, 경북 영덕에 홀로 사시는 어머니께서 시장에 가시다 빙판길에서 넘어지는 사고를 당하셨습니다. 넘어지면서 땅을 잘못 짚어 손목을 다치셨는데, 정밀검사를 해보니 왼쪽 손목이 부러져 수술을 받아야 했습니다. 오른 손목뼈에 금이 가서 장기간 입원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진단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더 심각했습니다. 양손을 다치시다보니 씻겨 드리는 것은 물론 밥도 먹여드려야 하고, 화장실에 갈 때도 도와드려야 했습니다. 누군가 항상 어머니 옆에서 수발을 들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일단 어머니를 형제들이 사는 부산으로 모셔와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 상의했습니다. 저는 “아무래도 간병인을 하나 써야 하지 않겠냐?”라고 했지만 큰 형수님께서 “어머님은 제가 돌봐드릴 테니까 다들 아무 걱정 말고 돌아가세요. 삼촌들 걱정 안하게 제가 알아서 잘 할게요”라고 하시는 겁니다. 평상시에도 형수님이 워낙 어머니께 잘 하는 줄 알지만 장기간인데 걱정이 됐습니다. 어머니 곁에 꼭 붙어 있어야 하는 일이니까요. 하지만 형수님 뜻이 완고하셔서 모든 걸 맡기기로 했습니다. 그 날 이후 형수님은 병원과 집을 오가며 어머니를 간호하기 시작했습니다. 형수님은 혹시라도 밤중에 어머니가 화장실이라도 가고 싶으시면 어쩌나 싶어 병실에서 새우잠을 주무셨습니다. 새벽 일찍 일어나 집에 가서 아이들과 형님 아침을 챙겨주고, 다시 병원으로 오시는 생활을 아무런 불평없이 하셨습니다. 형수님은 병원에서 하루 종일 어머니의 수발을 들면서 어머니의 말벗이 되어주셨습니다. 누군가 뼈 붙는데 사골국이 좋다고 하자 그 바쁜데도 곰국을 만들어 드렸습니다. 우리 친자식들도 못하는 일을 형수님께선 사랑과 정성을 다해 어머니를 돌봐드렸습니다. 한번은 병원에 갔더니 같은 병실을 쓰는 환자분이 절 보고 “누구냐?”고 물으셨습니다. 그래서 형수님께서 시동생이라고 했는데, 제가 어머니께 “엄마, 이젠 손 좀 괜찮아요?”하고 묻자 그 환자분은 저와 형수님, 그리고 어머니를 이상한 눈으로 번갈아 보는 것입니다. 그래서 형수님께서 왜 그렇게 보냐고 했더니 “시동생이면 여기 할머니와 사돈지간 아닌가? 근데 왜 엄마라고 불러요?”라고 하시는 겁니다. 알고 봤더니, 평소에 형수님께서 저희 어머니께 시어머니라고 부르지 않고 엄마라고 불렀던 것입니다. 혼자 매일매일 친자식보다 더 극진하게 어머니를 돌봐드려서 그 곳에선 모두들 모녀지간이라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이후 형수님의 간호와 사랑으로 어머니는 예상보다 빨리 병원에서 퇴원하셨습니다. 저희 형수님 너무 멋있고 자랑스럽지 않나요? 어떤 때엔 형수님과 어머니 사이가 너무 좋아보여서 괜히 어머니를 빼앗긴 기분이 들기도 하지만, 어머니께 잘하는 형수님께 항상 죄송하면서도 감사할 따름입니다. 부산 수영|이상열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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