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m의 저주 못 깼지만…울지마 최민정, 넌 감동이었어!

입력 2018-02-13 21:4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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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쇼트트랙대표 최민정.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세계 최강으로 손꼽히는 한국여자쇼트트랙대표팀에게도 숙원이 있었다. 바로 올림픽 500m를 정복하는 것. 힘을 앞세운 서양 선수들에게 번번이 밀린 터라 국내에서 열리는 첫 동계올림픽인 2018평창동계올림픽에선 반드시 500m라는 미지의 영역을 정복하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그동안 1998나가노동계올림픽 전이경(SBS 해설위원), 2014소치동계올림픽 박승희(26·스포츠토토)의 동메달이 역대 최고 성적이었다. 13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최민정(20·연세대)이 이를 넘어서길 바랐지만, 그 꿈은 이번에도 이뤄지지 않았다.

최민정은 이날 여자 500m 결승에서 최종 2위로 결승선을 통과하고도 비디오판독 결과 실격당하는 아픔을 겪었다. 마지막까지 1위 경쟁을 하며 홈팬들을 열광케 했지만, 실격이라는 결과로 아쉬움을 남겼다. 그는 결국 눈물을 흘렸다.


● 아찔했던 준준결승, 막판 스퍼트로 기사회생

최민정은 예선을 전체 1위의 기록(42초870·올림픽신기록)으로 통과한 덕분에 준준결승 조편성이 무난했다. 그러나 준결승으로 가는 과정은 험난했다. 42초996으로 결승선을 통과하며 취춘위(중국·42초954)에 이어 2위로 간신히 준준결승을 통과했다. 3위 마르티나 발체피나(이탈리아·43초023)와 격차는 불과 0.027초였다. 4위 페트라 야스자파티(헝가리·43초043)와의 차이도 0.05초 미만이었다. 1번 코스에서 출발하고도 스타트 직후 자리를 잡지 못한 탓에 마지막까지 살얼음판 승부를 벌인 끝에 막판 스퍼트로 2위를 차지했다.

여자 쇼트트랙대표 최민정.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 죽음의 조를 넘어서다

간신히 준준결승을 통과한 최민정은 준결승 1조에 편성됐다. 강호 판커신(중국)과 아리아나 폰타나(이탈리아)는 물론 예선에서 조 1위를 차지한 소피아 프로스비르노바(러시아)까지 넘어서야 하는 쉽지 않은 승부였다. 준준결승에서 판커신보다 먼저 결승선을 통과한 프로스비르노바도 무시할 수 없는 복병이었다.

그러나 최민정은 순식간에 우려를 기우로 바꿨다. 스타트부터 산뜻했다. 폰타나와 함께 선두그룹을 형성하며 여유 있게 치고 나갔고, 세 바퀴를 돌 때까지 2위를 유지했다. 3위 프로스비르노바와 격차는 충분했다. 네 바퀴째를 돌며 폰타나마저 앞지른 최민정은 42초422의 올림픽 신기록으로 골인했다. 세 바퀴째부터 꾸준히 8초대의 랩타임을 유지한 결과였다. 준준결승에서 크리스티가 작성한 기록을 한 시간도 안 돼 갈아치웠다.


● 결승은 불운의 연속

1번 코스에서 출발한 최민정은 세 바퀴를 돌 때까지 3위를 유지했다. 스타트가 좋았던 폰타나와 야라 반 케르크호프(네덜란드)를 쫓는 형국이었다. 이들을 추월하려다 부탱의 팔에 막히는 불운을 겪기도 했다.

막판 스퍼트는 엄청났다. 최민정은 반 케르크호프를 추월하며 폰타나와 격차를 좁혔다. 결승선을 통과해 사진판독을 할 때까지 쉽사리 순위를 예측할 수 없었다. 42초569에 결승선을 통과한 폰타나와 기록 차이는 0.05초 미만이었다. 사진판독 결과 최민정이 다소 늦게 결승선을 통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심판진이 도와주지 않았다. 뒤늦게 최민정의 ‘임피딩(밀기)’ 반칙에 따른 실격을 선언했다. 결과가 아쉬웠다. 그러나 최민정의 이날 질주는 한국이 500m에서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컸다. 폭발적인 스퍼트와 코스를 자유자재로 파고드는 기술을 최민정이 모두 보여줬다. 그의 질주 자체로 감동이었다.

강릉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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