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바람이 분다’ 잠실에 찾아온 허프의 계절

입력 2017-09-13 21:26:00

1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LG트윈스와 롯데자이언츠의 경기가 열렸다. 1회초 LG 선발 허프가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잠실 |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저녁바람이 제법 쌀쌀한 가을이 다가왔다. 야구장에서는 긴팔 옷을 걸친 관중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다. 롯데와 LG의 시즌 15차전이 열린 13일 잠실구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LG의 응원석인 1루 측에는 ‘유광점퍼’를 입은 팬들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들은 단순히 옷차림만으로 가을이 다가왔음을 직감하지 않았다. 한 투수의 역투가 펼쳐지는 것을 보며 가을야구 향기에 흠뻑 취했다. 주인공은 쌍둥이 군단의 선봉장 좌완 ‘에이스’ 데이비드 허프(33)였다.

허프는 롯데전에 선발로 나서 7이닝 1실점(비자책점)의 호투를 펼쳤다. 시속 150㎞까지 나오는 빠른 직구와 상대 타자의 타이밍을 뺏는 변화무쌍한 체인지업으로 거인군단을 가볍게 요리했다. 7회까지 정확히 100개의 공을 던지면서 허용한 안타는 단 5개, 심지어 볼넷은 단 한 개였다. 스트라이크존 좌우를 구석구석 파고드는 완벽한 제구에 롯데 강타자들은 그대로 얼어붙을 수밖에 없었다.

경기초반부터 깔끔한 투구가 빛났다. 허프는 2회까지 6타자를 모두 범타로 돌려세우며 완벽한 경기 운영능력을 보였다. 3회에는 선두타자 앤디 번즈에게 2루타를 맞으며 실점위기에 놓였으나 후속타자들을 다시 범타로 엮어내 실점하지 않았다. 4회에는 수비 실책으로 1점을 내줬으나 앞선 3회와 마찬가지로 후속타자들을 연이어 처리했다. 이대호~강민호~박헌도가 모두 득점권에서 허무하게 물러났다. 6회까지 큰 위기 없이 이닝을 끝낸 허프는 7회에 흔들렸다. 2사 이후 번즈와 문규현에게 연속안타를 맞아 2사 1·2루 위기에 처했다. 그러나 대타 정훈을 스탠딩 삼진으로 처리하며 마지막까지 추격을 허용하지 않았다.

LG는 허프에 이어 8회부터 올라온 필승조가 리드를 지키며 결국 3-1 승리를 거뒀다. 최근 2연패에서 탈출하며 살얼음판 중위권 싸움 속에서 귀중한 1승을 챙겼다. 선발승을 올린 허프는 시즌 6승(4패)째를 올렸다. 공교롭게도 6승 모두 잠실구장에서 기록한 승리였다. 6월 14일 원정 두산전을 제외하면 5승이 전부 홈팬들 앞에서 만든 승리다.

9월의 맹활약 역시 놀랍다. 지난해 후반기부터 LG에 합류한 허프는 2016년 9월, 4경기에서 2승1홀드무패 방어율 1.13을 기록하며 LG의 가을야구를 이끌었다. 올해에도 9월 3경기에서 여전히 1점대 방어율을 기록 중이다. ‘가을 사나이’ 허프의 잠실등판이 올해에도 LG팬들에게 포스트시즌이라는 큰 선물을 안길 수 있을지 궁금하다.

잠실 |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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