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 권오광 감독 “‘타짜’ 세계관, MCU처럼 확장되는 날 왔으면”

입력 2019-09-18 09: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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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인터뷰] 권오광 감독 “‘타짜’ 세계관, MCU처럼 확장되는 날 왔으면”

처음엔, 필명이 아닐까 싶었다. ‘타짜 : 원 아이드 잭’의 연출자의 이름이 오광이라니. 물어보니 할아버지가 지어주신 이름이라고. 어릴 적에는 이 이름을 좋아하지도 않았다. 권오광 감독은 “‘오’자 돌림에 할아버지께서 ‘광’을 붙여주셨다”라며 “무슨 운명인지, 지금 내가 ‘타짜’ 연출을 하고 있다니 할아버지께 감사드린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11일 개봉한 ‘타짜 : 원 아이드 잭’은 순항 중이다. 개봉 첫날 33만이 넘는 관객이 영화를 찾았다. 이는 ‘타짜’(13만 6950명)와 ‘타짜-신의 손’(20만 1749명)의 기록은 물론 역대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 최고 흥행작인 ‘내부자들’(23만 949명)의 오프닝 스코어까지 넘겼다. 개봉 2주차에도 꾸준히 2위를 지키며 관객을 모으고 있다.

<이하 권오광 감독과의 인터뷰 일문일답>

Q. 다른 ‘타짜’ 시리즈와 달리 동시대로 설정을 잡았다. 이유가 있나.

- 작품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을 때, 내겐 큰 도전이자 부담이었다. 어떻게 하면 전작들과 다른 지점을 둘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했다. 도박과 삶에 관한 이야기를 동시대로 옮겨오면 이야기가 풍부해질 것 같았다. 지금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이들 중에 ‘상대적 박탈감’, ‘염세주의’ 등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그런 이들에게 결과보다는 과정에서 의미를 찾는 게 중요하다는 걸 전하고 싶었다.

Q. 화투에서 포커로 종목이 바뀌었다. 극 중에서 나오는 용어들이 낯설어 이해하기 어렵던데.

- 그 점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 판 자체를 어렵게 그리지 않기로 결정했다. 카드나 패보다는 인물의 표정이나 갈등을 집중해서 보여주자고 생각했다. 최종 편집본에서는 카드 장면을 줄이기도 했다. 감독으로서는 ‘카드’의 세계를 좀 더 세밀하게 보여주고 싶었는데 대중성과 멀어질 것 같아 선택하지 않았다.


Q. 관련된 인물들에 대한 조사도 있었을 것 같다.

- 인터뷰도 하고 현장을 다니며 자료 조사를 하기도 했다. 카드와 화투의 큰 차이점은 사이즈라는 점이다. 화투는 손바닥에 숨기는 기술이 있다면 카트는 크기 자체가 크고 52장이라 화투에서 쓰는 반칙은 쓰기 어렵다. 게다가 팀으로 움직여 한 사람을 완전 넋이 나가게 하는 것이 기술이다. 인터뷰 했던 분이 “사기꾼들의 궁극의 기술은 ‘믿음’이다”라고 했었다. 상대방이 나를 100% 믿게끔 하는 것이 최고의 기술이라고 말했다.

Q. 포커를 쳐본 적도 있나?

- 김광빈 감독과 홍석재 감독과 한 번 쳐 본적이 있다. 서로 막말을 할 정도의 절친이라서 장난삼아 포커를 친 적이 있는데 거기서 나온 말을 대사로 쓰기도 했다. 예를 들면 “수학여행 왔어?” 같은 대사다.

Q. 영화가 챕터별로 구성돼있다.

- 첫 번째 챕터 ‘도일출’ 이 이야기가 갖고 있는 욕망이 밀집돼있는 드라마다. 하지만 두 번째 챕터부터 캐릭터들이 소개가 되면서 케이퍼 무비처럼 이야기가 전개된다. 챕터를 나누니 장면의 분위기가 무게를 각각 달리할 수 있었다.

Q. 박정민을 ‘도일출’역으로 캐스팅한 이유가 있나.

- 박정민이 독립영화에 나오던 시절부터 보고 있었다. 사실 박정민은 선택할 때까지 고민이 많았을 것이다. 시리즈물은 어찌할 수 없는 비교대상이 있다. 배우에겐 스트레스였을 텐데. 그럼에도 박정민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에 꼭 캐스팅을 하고 싶었다.

Q. 류승범은 인도네시아까지 가서 만났다고.

- 통화를 하는데 자꾸 신호가 끊겨서 아예 내가 가기로 했다. 어디냐고 하니 인도세니아 롬복이라더라. PD와 함께 갔는데 맨발로 살고 있더라. 그 때 그 모습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바닷가에서 영화와 관련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다.

Q. 류승범이 연기한 ‘애꾸’는 원작과 결이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 원작에는 동년배처럼 나오는데 일출의 성장을 지켜봐줄 수 있는 형 같은 인물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제인 ‘원 아이드 잭’이 서구권에서는 다양한 의미로 전달이 되는데 여기선 그냥 ‘애꾸’로 표현을 했다. 이야기를 만들며 ‘애꾸’가 ‘짝귀’와 연관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Q. ‘마돈나’역의 최유화는 촬영 도중에 투입이 됐다. (원래 캐스팅이 됐던 김민정이 하차를 선언했다.)

- 다른 사람보다 늦게 들어왔지만 아주 훌륭하게 해줬다. 굉장히 열심히 해줘서 고마웠다. 늦게 들어왔지만 잘할 수 있었던 이유는 최유화는 캐스팅 물망에 있었던 배우였다. 관람을 하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연출을 잘못한 나의 탓이다.

Q. 박정민과 최유화의 베드신도 있었지만 섹슈얼한 느낌은 나지 않더라.

- 일부러 그렇게 촬영했다. 그 장면이 섹시하지 않았으면 했다. 그래서 사운드도 그들이 대화하는 내용을 넣었다. 도일출과 마돈나는 외로운 사람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정사 장면은 서글프고 감정에 메말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일출이 맞을 때 마돈나가 떠나는 장면은 처연한 느낌을 주고 싶었기 때문데 베드신 역시 격정적이지 않게 촬영하려고 했다.

Q. ‘타짜 : 원 아이드 잭’이 상업영화 데뷔작인 것으로 알고 있다. 흥행에 대한 부담감은 없는지.

- 아무래도 상업영화이니 많은 것들을 고려하게 된다. 촬영에 뺀 것도 많다. 예를 들면 애꾸가 도일출에게 소개시켜주는 여성 같은 경우 나중에 다시 한 번 더 등장하는데 팔이 하나 없는 채로 나온다. 메시지로는 좋은데 그로테스크한 면이 없지 않아 그 장면은 삭제해버렸다. 아무래도 선택을 해야 할 경우 대중의 관점에서 다시 한 번 더 보게 되는 것 같다.

Q. 연출을 하며 가장 힘든 점이 있었다면 무엇일까.

시리즈라는 중압감이 컸다. 최동훈, 강형철 감독님 작품을 보고 영화를 배우다시피 했으니 그 부담감은 어마어마하다. 그리고 주조연 8명의 배우들의 하모니를 맞추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각 캐릭터마다 색이 다 다르니 이걸 다 살려주고 싶은데 하나의 영화로 만들려니 어쩔 수 없이 삭제되는 경우도 있었다.

Q. 만약에 4편이 제작이 확정된다면 연출할 생각이 있는지.

- 없다. 예전에 강형철 감독님이 2편을 만들고 ‘3편 만드는 사람 고생하라’고 하셨다고 하던데 나 역시 마찬가지다. 4편은 스케일이 좀 더 크고 오락이 많다. 한 마디로 버라이어티하다. 저는 ‘타짜’라는 세계관이 확장됐으면 좋겠어요. MCU도 코믹북으로 시작했듯 ‘타짜’도 영화로 옮겨지면서 장점이 늘어나는 시리즈가 되면 좋을 것 같다. 4편 감독님, 연출 잘 하세요! (웃음)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롯데시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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