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지도 웃지도 못했던 ‘벨기에’ 코치 앙리의 하루

입력 2018-07-12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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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 축구대표팀 티에리 앙리 코치.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반대편 벨기에 벤치에 앉은 프랑스 슈퍼스타에겐 어색함만이 흘렀다.”(영국 더 선)


프랑스와 벨기에가 2018러시아월드컵 결승행을 놓고 격돌한 11일(한국시간) 상트페테르부르크 스타디움. 경기장에는 양국 감독과 선수만큼이나 주목받은 한 코치가 있었다. 티에리 앙리(41)였다.


프랑스 스타플레이어 출신으로서 1998프랑스월드컵 우승을 이끈 앙리는 벨기에 코치직을 맡고 있다. 그런데 운명의 장난처럼 앙리는 자국 후배들과 월드컵 4강전에서 맞붙게 됐다. 전 세계 언론의 관심은 당연히 두 나라 사이에 놓인 앙리에게 쏠렸다.


앙리는 평소처럼 벨기에 선수단을 이끌고 경기장에 나타났다. 킥오프에 앞서서는 20년 전 월드컵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디디에 데샹(50) 프랑스 감독과 웃으며 인사를 나눴다.


그러나 반가운 해후 뒤부터는 냉정한 승부의 세계만이 존재했다. 앙리는 승리를 위해 90분간 분주히 움직였다. 한 손에 들린 작전판을 들여다보며 상황에 몰두했고, 때로는 벨기에 선수들과 은밀히 귓속말을 나누기도 했다.


0-0으로 맞선 후반 6분. 프랑스의 코너킥 상황에서 사무엘 움티티(25·바르셀로나) 헤딩골이 터졌다. 평소 같으면 쾌재를 불렀을 앙리는 금세 표정이 어두워질 수밖에 없었다. 이후 벨기에는 동점을 만들지 못했고, 앙리는 굳은 표정으로 벨기에의 패배를 지켜봐야했다.


복잡한 심경에 사로잡힌 선배 앞에서 뢰블레 군단 후배들은 최대한의 예의를 갖추는 모습이었다. 경기 직후 앙리와 마주한 선수들은 기쁨을 드러내지 않았다. 대신 한 명씩 번갈아가며 선배를 꼭 끌어안았다. 앙리 역시 진한 포옹으로 후배들의 결승행을 축하했다. 프랑스 골키퍼 위고 요리스(32·토트넘)는 경기 직후 소감에서 대선배를 향한 존경심을 이렇게 표현했다. “그(앙리)는 마음이 찢어졌을 것이다. 그러나 모든 것을 떠나 그는 프랑스인이다.”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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