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 스트라이크가 끝나면 ‘용규 놀이’가 시작된다

입력 2011-07-0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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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용규. 스포츠동아DB

이용규의 독특한 승부 방법에 관중들은 왜 열광하나?
커트 성공률 93%·헛스윙 비율 1.8%
끈질긴 승부에 관중들도 긴장감 상승
이대호 “완전히 경지에 올랐다” 극찬
말 그대로 신드롬이자 히트상품이다. KIA 이용규(사진)는 4일까지 타율 0.384로 타격 1위를 달리고 있다. 꿈의 기록인 4할이 눈앞에 보인다. 그러나 지금 성적만으로는 이용규 신드롬이 설명되지 않는다. 흔한 성적은 아니지만 3할8푼 이상 타율도 손에 꼽히는 대기록은 아니다. 이용규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는 그만의 독특한 승부 방법에 있다. ‘커트 신공’, ‘용규 놀이’로 불리는 커트와 파울 능력은 지금까지 프로야구에서 볼 수 없었던 전혀 새로운 히트상품이 됐다.


○어떤 공도 피할 수 없는 그물망 스윙

이용규를 상대로 상대팀 투수들은 55경기에서 무려 1106개의 공을 던졌다. 1경기 평균 20.1개에 달한다. 타석 당 투구수는 4.3개다. 타격 2위 LG 이병규(0.367)의 3.4개에 비하면 매 타석에서 상대 투수에게 1개 이상 더 많은 공을 던지게 만든다. 타석당 투구수는 전체 5위지만 초구부터 작전을 수행해야하는 경우가 잦은 1번 타자임을 감안하면 매우 높은 수치다. 특히 이용규는 상대 투수의 패턴을 한번 읽기 시작하면 10개 이상 끈질기게 파울을 때리며 물고 늘어진다. 두산 니퍼트 등 상대팀 에이스들도 고개를 흔든다. 투 스트라이크 이후 이용규의 커트 성공률은 93.1%에 이른다. 전체 헛스윙 비율은 1.8%밖에 되지 않는다. 모두 다른 타자들을 압도하는 빼어난 커트 능력이다.


○홈런보다 무서운 용규 놀이

홈런에 열광하는 시대에 이용규는 쳐내기 힘든 공을 배트로 맞히는 능력으로 관중들을 열광시키고 있다. 파울이 7∼8개 이상 되기 시작하면 ‘이용규가 과연 다음 공도 파울로 때려낼 수 있을까’ 궁금해 하며 흥분한다. 이용규는 지금까지 그 누구도 선보이지 못한 새로운 야구의 재미를 매 타석에서 선보이고 있다. 팬들은 이용규의 커트 능력을 ‘용규 신공’, 투 스트라이크 이후 상대 투수의 공을 커트해내는 모습을 ‘용규 놀이’라고 부르며 열광하고 있다.

이용규는 그동안 ‘홀수해 징크스’에 시달렸다. 데뷔 첫 해인 2004년을 제외하면 지난해까지 짝수해는 모두 3할 이상에 성공했지만 홀수해에는 모두 3할에 실패하고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렸다. 이용규는 “올해는 꼭 징크스에서 탈출하기 위해 더 열심히 타격훈련을 했다”고 말했다. 기술적인 부분도 변화를 줬다. 오른발을 끌고 나오며 중심을 이동하는 특유의 스트라이드 폭을 줄였다. 더 날카로워진 타격으로 정교하게 제구된 공도 파울로 때려내 투수에게 홈런보다 무서운 파울 공포심을 심어주고 있다. 홈런은 공 1개지만 이용규를 잡기 위해서는 공 10개도 부족할 때가 많다. 이용규는 “잘 제구된 공은 안타가 아닌 파울로 만든다는 생각으로 더 강하게 때리고 있다”며 “이제 어떤 공도 배트에 맞힐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대호도 고개를 가로젓는 용규 신공

이용규는 롯데 이대호의 타격 다관왕 수성에 가장 큰 경쟁자로 떠올랐다. 이미 타격 부분에서는 이용규가 크게 앞서고 있다.

이대호는 이용규에 대해 “완전히 경지에 올랐다. 볼도 안타로 만들 수 있는 능력이 대단하다. 이제 막을 수 없다”고 평가했다. 허구연 MBC 해설위원은 “지금까지는 분명히 약점을 갖고 있는 타자였다. 그러나 올해 이용규는 완벽하다”고 설명했다.

이경호 기자 (트위터 @rushlkh)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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