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희 “고1때 국가대표 ‘동방신기’ 덕분이죠”

입력 2012-03-23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프로 첫 발을 내딛는 여고생 골퍼 김지희가 2012년 KLPGA 투어 신인왕 등극이라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박화용 기자|inphoto@donga.com 트위터 @seven7sola

2012 KLPGA 신인왕 유력후보 ‘여고생 골퍼’ 김지희

신지애, 김하늘, 안신애, 양수진의 공통점은 모두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의 신인왕 출신이다. 신인왕은 스타가 되는 지름길이다. 2012년 KLPGA 투어에서 또 한명의 루키가 스타 등극을 꿈꾸고 있다.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골프단체전 금메달과 개인전 동메달을 획득한 김지희(18·넵스)는 올 시즌 가장 유력한 신인왕 후보다. 프로 첫발을 내딛는 김지희의 얼굴에 환한 웃음꽃이 피었다.


난 동방신기 광팬
엄마 콘서트 약속에 이 악물고 국대 성공
‘광저우AG 금’도 땄지만 콘서트는 아직…

넵스와 후원 맺고 제2의 프로인생 시작
‘진정한 프로’ 최나연·유소연 언니가 롤모델
올해 목표는 신인왕과 동방신기 콘서트!



○국가대표 힘들었지만 소중한 추억

그는 고등학교 1학년 때 국가대표로 발탁됐다. 이때부터 차세대 한국여자골프를 이끌 유망주 소리를 들었다.

목표는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이었다. 여자골프는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남녀 단체와 개인전을 싹쓸이한 메달박스. 실력으로 볼 때 이번에도 금메달 2개는 문제없었다.

김지희는 2관왕을 노렸다. 하지만 개인전 금메달을 놓쳤다. 동료인 김현수가 2관왕의 주인공이 됐다. 은메달을 놓고 중국선수와 연장전을 치렀지만 패하면서 동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국가대표 시절은 그에게 가장 소중한 추억이다. 힘들 때도 많았지만 재미있는 일도 많았다.

“합숙 훈련 때 코치님 몰래 밖에 나가서 노래방을 간 적이 있었죠. 또 숙소로 치킨을 배달시켜 먹기도 했었어요. 코치님이 전혀 눈치 채지 못하셨는데, 그만두실 때 우리가 실토했죠.”

하고 싶은 것도 많고 먹고 싶은 것도 많은 10대 소녀들에게 합숙은 가장 힘든 일 가운데 하나였다. 다행히 아시안게임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이들의 일탈은 모두 용서가 됐다. 단체전 금메달을 목에 걸면서 프로로 직행하는 길이 열렸다. 곧바로 정회원 자격을 얻게 된 김지희는 작년 말 프로 전향을 선언했다. 그리고 12월 시드선발전에 출전해 당당히 정규투어 진출에 성공했다. 18세 여고생에게 새로운 인생이 시작됐다.


○동반신기 때문에 국가대표 됐어요

그의 골프인생에서 아이돌 그룹 ‘동방신기’는 빼놓을 수 없다. 10대의 김지희에게 동방신기는 절대적인 존재였다.

“제가 동방신기의 엄청난 팬이에요.”

말을 꺼내자마자 김지희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딸의 이런 마음을 잘 아는 어머니는 중요한 순간마다 빅딜(?)을 제안했다.

“네가 유명한 선수가 되면 동방신기를 만날 수도 있다. 국가대표가 되면 동방신기 콘서트를 보여주겠다. 그러니 열심히 해라.”

엄마의 제안은 솔깃했다.

“국가대표가 되려고 열심히 연습했어요. 그리고 고등학교 1학년 때 국가대표가 됐죠. 그런데 콘서트를 보여주지 않으시더라고요.”

엄마의 두 번째 제안이 이어졌다. “아시안게임 대표로 선발되면 콘서트를 꼭 보여주겠다.”

김지희는 아시안게임 선발전에서 가까스로 티켓을 따내는 데 성공했다. 선발전 마지막 날 경기에서 동료인 김효주에 10번홀까지 7타 차 앞서있었지만 16번홀에서 동타를 허용하는 위기를 맞았다. 선발전을 통과하지 못하면 콘서트 관람도 모두 날아갈 절체절명의 순간이었다. 뚜렷한 목표가 있었던 김지희는 위기를 벗어나 광저우행 티켓을 잡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콘서트 관람은 물 건너갔다. 곧바로 합숙이 이어졌다.

딸을 유혹하는 엄마의 제안은 또 나왔다.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면 꼭 보여주겠다.”

김지희는 이번에도 엄마의 말을 믿었다. 그리고 아시안게임에서 당당히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러나 꿈에 그리던 콘서트 관람은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세 번이나 유혹에 빠졌던 김지희는 “더 이상 그런 제안에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면서 “프로가 됐으니 올해 좋은 성적 내서 연말에 당당하게 보러 갈 거예요”라고 활짝 웃었다.

○드레스 입고 시상식에 서야죠

3월 15일. 김지희에게 제2의 인생이 시작됐다. 프로가 된 김지희는 넵스와 후원 계약을 체결했다. 처음으로 자신의 진가를 확인해주는 자리였다.

“이제 진짜 프로가 된 것 같아요. 친구들이 계약금 받은 걸로 밥을 사라고 난리에요. 시간 내서 크게 한 턱 쏴야 할 것 같아요.”

그는 “항상 웃고 에너지 넘치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라고 했다. 그러면서 “최나연, 유소연 언니 같은 선수가 되고 싶어요”라고 수줍게 웃었다.

작년 12월 대만에서 열린 스윙잉 스커츠 대회 때의 일이다. 아마추어 초청선수로 출전하게 된 김지희는 최나연과 함께 연습라운드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그에겐 꿈만 같은 시간이었다.

“나연이 언니의 모든 게 다 좋아요. 그날 언니의 모습을 보면서 진정한 프로의 자세가 무엇인지도 배우게 됐죠. 비가 내려 연습라운드 하는 것만으로도 피곤했을 텐데 경기가 끝나고 팬들에게 일일이 사인해주고 기념 촬영하는 모습이 너무 멋있게 보였어요.” 유소연도 그가 닮고 싶은 롤모델이다.

“소연이 언니를 보면 골프를 위해서 태어난 사람처럼 보여요. 필드에서의 당당한 모습도 그렇고 학교생활이나 영어로 인터뷰하는 모습까지 정말 멋있어요.”

여기까지는 아마추어 김지희의 생각. 프로가 된 이상 롤 모델인 최나연과 유소연도 우승을 놓고 싸워야 할 경쟁상대다.

“올 한해는 프로골퍼 김지희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보여주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선 반드시 신인왕을 손에 넣어야겠죠.”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na1872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