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 인터뷰] “젓가락질 방법 잊은 것 같았다” LG 영건, 드디어 감 잡았다

입력 2021-02-22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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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이상규. 스포츠동아DB

젓가락질, 시계를 보는 법 등은 의식을 하지 않아도 습관처럼 익숙하다. 아무리 기억이 흐릿해져도 이런 익숙함은 사라지지 않는다. 투수에게는 공을 던지는 일이 습관이다. 말로 표현하긴 어려울지언정 투구 동작은 근육 하나하나가 기억하고 있다.

이상규(25·LG 트윈스)는 지난해 바로 이 습관과 어색해졌다. 구속이 느릴 때도, 성적이 안 좋을 때도 ‘자기 것’하나만큼은 잃지 않았기 때문에 더 놀라운 일이었다. 성적은 곤두박질쳤다. 비시즌 내내 몰두했지만 한번 떠난 ‘내 것’은 쉽게 돌아오지 않았다. 2021년 봄, 이상규는 익숙함을 되찾았다.

LG는 21일 올해 첫 라이브피칭을 실시했다. 투수가 실전을 가정하고 마운드에 오르고 타자도 타석에 들어서는 훈련이다. 이상규는 라이브피칭 첫날 30구를 던졌다. 투구 결과 자체는 만족스럽지 않았다. 하지만 마지막 2구를 던지며 느낌이 ‘탁’ 왔다.

2020년 5월과 가까워질 수 있다는 희망을 찾았기에 고무적이다. 2019년까지 1군 1경기 등판에 그쳤던 이상규는 지난해 5월 12경기에서 2승4세이브1홀드, 평균자책점(ERA) 1.46을 기록했다. 고우석이 무릎 부상으로 빠졌을 때 임시 클로저 역할을 맡기도 했다. 하지만 6월 이후 16경기에서 승리 없이 3패, ERA 10.13의 성적을 기록한 채 반등하지 못했다.

“여름 이후 엄청 힘들었다. 꿈속에서도 좋았을 때 모습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자다 깨서 섀도우 피칭을 한 적도 있다. 희한하게 데이터 쪽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좋았을 때와 비슷했다. 아마 여러 폼을 많이 섞어 던진 게 문제가 된 것 같다. ‘내 것’을 잃었다. 2군에만 머물 때 누가 뭐라 해도 내 것이 있었는데 그걸 잊었다. 젓가락질을 까먹은 사람이 된 것처럼 갑자기 그랬다.”

감각은 사라질 때처럼 다시 찾아올 때도 예고 없이 ‘갑자기’ 들이닥쳤다. 이상규는 “잘못 던지고 있다는 걸 한순간에 찾았다. 오늘 그래서 밝아졌다. 실마리는 하체에 있었던 것 같다”고 진단했다. 이어 “오후, 야간에 바로 던져볼 생각”이라고 터득했다. 인터뷰장을 빠져나가는 이상규의 표정이 밝았다.

이날 찾은 감각만 유지할 수 있다면 최고 150㎞를 상회하는 속구로 무장한 영건은 LG 불펜에 큰 힘이 될 것이다.

이천|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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