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좋아 보이려 입는 게 아니에요!” 돔 밖으로 나온 ‘민소매’의 영웅들

입력 2024-06-13 15: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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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송성문. 스포츠동아DB


“몸 좋아 보이려고 입는 게 아니에요(웃음).”

기온이 섭씨 30도를 웃도는 날이 부쩍 늘었다. 현장의 많은 야구인들은 “벌써부터 이렇게 후덥지근해 큰일”이라며 우려하기 시작했다. 선수들의 훈련복도 덩달아 가벼워졌는데, 훈련 풍경이 유독 눈에 띄는 구단이 있다. 민소매 차림의 키움 히어로즈다.

키움에는 올 시즌 새로 제작된 민소매와 반바지 훈련복 차림의 선수가 많이 보인다. 과거에도 반팔 티셔츠의 소매를 잘라내거나 어깨가 드러나도록 걷어올린 채 훈련하는 선수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그런데 키움의 민소매 훈련복은 조금 다르다. 농구 유니폼을 연상케 할 정도로 목과 어깨가 시원하게 드러나는 디자인이다.

여기서 재미난 오해도 생긴다. 유독 굴곡진 팔뚝이 눈에 띄는 주장 송성문은 “야구는 파워 스포츠다. 순간적으로 힘과 속도를 내야 할 일이 많다. 올해 열심히 운동하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몸 좋아 보이려고 일부러 (민소매를) 입는 것은 아니다”며 웃었다. 홍원기 키움 감독도 “내게 지급된 것은 입을 용기가 나지 않아 바로 장롱에 넣어뒀다”고 농담한 뒤 “몸이 안 좋은 선수들은 긴팔을 받쳐 입는 듯한데, 선수들이 일부러 티내는 것은 아니다”며 미소를 지었다.

실제 여름철에는 복장에 따라 체감온도의 차이가 유독 크다. 과거 국립환경과학원의 연구에 따르면, 넥타이만 풀어도 체감온도가 2도 낮아지는 효과가 있다. 반팔과 민소매, 훈련복마다 다른 재질의 차이도 마찬가지로 체온에 큰 영향을 미친다. 홍 감독은 “선수 시절 훈련복장 규정도 참 엄격했다. 긴바지에 유니폼을 모두 갖춰입곤 체온을 유지하기 어려웠지만, 선수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민소매의 효과가 있더라”고 밝혔다.

고척돔이 홈구장인 키움은 야외구장에도 적응해야 한다. 실제 온도 차이도 크다. 구단 관계자는 “고척돔의 실내 온도는 외부보다 평균 5도 가량 낮다”고 설명했다. 서울시설공단은 고척돔의 여름철 온도를 26~28도로 유지하고 있는데, 관중의 편의와 선수들의 경기력을 고려해 실제로는 24~25도로 맞추기도 한다. 선수들에게는 30도를 웃도는 실외(원정경기)에 적응해야 하는 문제도 있는 셈인데, 키움은 나름의 해법을 찾은 듯하다.


사직|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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