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주“바람에맞서지말라”

입력 2008-03-15 10:5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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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는 제피로스라는 골프장이 있다. 제피로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바람의 신. 제일 고요한 서풍을 관장한다고 한다. 모처럼 제주까지 왔다가 짓궂은 바람 때문에 라운드를 망칠까 봐 붙인 이름이란다. 바람으로 유명한 제주에서 희비가 엇갈리는 건 프로골퍼들도 마찬가지였다. 14일 제주 서귀포 핀크스GC(파72)에서 열린 국내 첫 유럽프로골프투어 대회인 발렌타인챔피언십 2라운드. 이날 최고 시속 77km의 강풍이 불어 경기는 2시간이나 지연된 뒤 어렵게 재개됐다. 풍향마저 수시로 변해 선수들은 클럽 선택과 코스 공략에 애를 먹었다. 악조건 속에서도 남다른 생존 전략을 터득한 선수들은 순위를 끌어올렸다. 우선 지난해 국내 투어 상금 랭킹 3위 김형태(테일러메이드)가 돋보였다. 김형태는 타이거 우즈의 트레이드마크인 낮은 탄도의 ‘스팅어 샷’을 앞세워 버디 7개에 보기 1개로 6타를 줄였다. 중간 합계 9언더파를 기록해 일몰로 47명이 경기를 끝내지 못한 가운데 공동 4위. 단독 선두 그레이엄 맥도월(북아일랜드)과는 3타 차. 공을 평소보다 오른발 쪽에 두고 임팩트 때는 클럽 페이스를 닫아 저탄도의 직선 타구를 구사했다는 김형태는 첫날 세컨드샷에서 3번 아이언을 치고도 80야드를 남겼던 10번홀(파5)에서 6번 아이언으로 투온 후 버디를 잡기도 했다. 김형태는 “빈 스윙을 하는 동안에도 바람이 달라져 캐디에게 어드레스 직전 풍향을 알려 달라고 주문했다”고 말했다. ‘탱크’ 최경주(나이키골프)는 전날 쓰던 사각 드라이버 대신 1월 하와이 소니오픈에서 우승할 때 쓴 반달 모양의 스모5000 드라이버를 들고 나와 효과를 봤다. “자연에 맞서는 것은 둔한 생각”이라고 말한 최경주는 버디 4개와 보기 1개를 해 중간 합계 4언더파로 공동 19위까지 뛰어올랐다. “올해 들어 가장 힘든 라운드였다”고 털어놓은 앤서니 김은 이틀 연속 보기 없이 4타를 줄여 8언더파로 지난해 브리티시오픈 챔피언 파드리그 해링턴(아일랜드) 등과 공동 6위에 올랐다. 김치찌개 장아찌 등 평소 즐겨 먹던 한국 음식을 마음껏 먹어 힘이 난다는 그는 “바람이 불어 집중력을 유지하려고 애썼다. 캐디와도 대화를 많이 했다”며 자신만의 노하우를 공개했다. 서귀포=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dongA.com에 동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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