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료10만원에준비는100만원“헉!”

입력 2008-04-1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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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지만 늘 그대로인 것도 있다. 가수의 방송출연료가 그렇다. 10년 전인 1998년 가수들의 음악 프로그램 출연료는 지금과 별 차이가 없다. 한국방송연기자노조 산하 가수지부가 2006년 설립과 함께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1999년부터 2006년까지 8년간 가수의 출연료는 10.9상승했다. 1997년에는 IMF 구제금융 이후 출연료가 삭감되는 아픔을 겪었다. 톱스타들의 드라마 출연료는 거침없이 올라가는데, 가수의 음악 프로그램 출연료는 왜 거북이 걸음일까. ○“IMF때 절반 삭감 후 회복 안돼” 1998년은 H.O.T와 젝스키스가 가요계를 평정하던 시기였다. H.O.T는 ‘열맞춰’로, 젝스키스는 ‘커플’로 인기를 얻으며 라이벌 구도를 형성했다. 당시 두 팀을 담당했던 매니저들에 따르면 이들의 음악 프로그램 출연료는 1인당 약 10만 원. 멤버수에 따라 H.O.T는 약 50만원, 젝스키스는 약 60만 원을 받았다. 당시 H.O.T의 활동을 담당했던 관계자는 “60여만 원 중에 이런 저런 비용을 제외하고 팀에 돌아오는 실수령액은 45만∼48만 원선이었다”고 밝혔다. 이 가요관계자는 “당시엔 IMF 시기여서 가수 출연료의 일부가 제작비로 쓰여지는 경우도 있었다. 음악 프로그램 무대에 투입된 제작비에 따라 출연료에서 공제되는 금액이 3만∼4만 원 정도 돼 평균 50만 원을 받았던 걸로 기억된다”고 말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2008년 출연료는 별 차이가 없다. 2008년 현재 방송 음악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신인들은 대략 10만 원에서 15만 원을 받고 있다. 90년대 중반부더 활동했던 음반 기획사의 관계자는 “1998년 당시 IMF때문에 출연료가 50가량 삭감됐는데, 사실 10년이 지나도록 원상 회복이 안 되고 있는 것이다”고 말했다. ○데뷔년도·수상 경력에 따라 차등 지급 그렇다면 가수들의 방송출연료는 어떻게 책정될까. 방송사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개 출연료는 활동 연차와 수상 경력에 따라 정한다. 그룹의 경우 1인당 출연료를 정해 팀 단위로 지급한다. 그렇다 보니 그룹의 1인당 출연료는 솔로 가수의 그것보다 조금 낮다. 가요계의 한 매니저는 “아무리 인기가 많다고 해도 보통 4∼5명으로 구성된 그룹의 출연료는 35만 원 정도로 일정하다고 보면 된다”고 밝혔다. 최근 ‘원 모어 타임’으로 절정의 인기를 얻고 있는 쥬얼리는 올해로 데뷔 8년차이다. 그녀들의 출연료는 30만∼35만 원선이다. 경력 5년 이상의 중간급 가수의 출연료는 같은 연차라도 드라마 출연 경력이나 수상 여부에 따라 달라진다. 가수 마야는 방송에 출연할 때마다 28만 원을 받는데, 데뷔 5년인 그녀와 비슷한 경력의 가수들보다 조금 많은 액수이다. 드라마에 출연한 경력도 인정됐기 때문이다. 수상 경력에 따라 출연료가 달라지기도 한다. 가요 순위 프로그램에서 1위를 차지할 경우에는 1만∼2만 원, 연말 시상식에서 대상을 받았을 때는 최대 5만 원까지 출연료가 오르기도 한다. ○‘방송출연=홍보활동’으로 간주, 출연료 적어 가수의 출연료는 사실 그들이 한번 출연하는 데 투입하는 비용보다 턱없이 적다. 가수가 가요 프로그램에 출연하기 위해서는 의상을 준비하고 밴드나 댄서, 코러스, 악기 연주자 등의 인력까지 포함해 평균 100만 원선의 비용이 든다. 만약 댄서들의 규모가 크거나, 몇십명의 현악 주자들이 등장하는 대형 무대를 준비할 경우에는 그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진다. 가수들의 출연료가 이처럼 실비에도 못미칠 정도로 적은 것은 방송출연을 음반홍보활동으로 보는 시각 때문이다. KBS 김시규 책임프로듀서(CP)는 “가수의 음악 프로그램 출연료도 1년마다 승급제가 있지만 10년 전에 비해 여전히 큰 변화가 없는 건 사실”이라며 “전부터 가수에게 음악 프로그램은 주 수입원이 아닌 음악을 알리는 무대라 여겨 제작진이나 음반기획사나 출연료에 대해 크게 연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SS501의 소속사인 DSP이엔티의 김기영 이사도 “가수는 국내에서 현실적으로 행사 등이 주 수입원이기 때문에 음악 프로그램 출연료에 대해 큰 관심을 가지는 편이 아니다”며 “음악 프로그램에 출연하느냐 마느냐에 따라 행사 출연료가 차이가 나기 때문에 방송 출연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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