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준‘타조알’이미지깨고알찬연기선물

입력 2008-04-1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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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민자씨의황금시대’배우김영준
사내는 185cm가 훌쩍 넘는 큰 키를 애써 작은 여자에 맞추려고 수그린다. 머뭇머뭇 여자를 바라보고 서있다가도, 직접 쓴 사랑의 시를 낭송하며 사랑에 적극적이다. “누구나 그런 사랑을 꿈꾸지 않나요? 순수하게 나만 바라보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첫사랑의 이상, 향수 같은 걸 그리는 인물이 철수예요.” 배우 김영준은 철수다. 어느 순간 TV에서 좀처럼 보기 힘들었던 김영준은 현재 새로운 도전, 연극에 몰입 중이다. ‘민자씨의 황금시대’에서 시인지망생이자 편의점에서 일하는 20대 총각, 철수로 등장한다. 민자씨의 딸 미아를 일편단심 사랑하는 역할이다. 미아가 “니네 별로 돌아가”라고 쏘아붙여도 “만난 지 297일, 사흘 뒤면 300일”이라며 장미꽃을 건넨다. 여자가 돌아선 등 뒤에도 “편의점에 들러 삼각 김밥을 챙겨가라”고 외치는 잔정 많은 남자다. 바둑이, 철수, 영희 … 이 셋이 연달아 나오는 교과서 만큼이나 철수는 향수를 부르는 캐릭터다. - 한 달 넘게 철수로 살고 있는 기분은 어떤가. “완벽하게 철수가 될 수는 없지만 철수가 돼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철수는 동화 같은 느낌이 나야 한다. 원래 두꺼운 목소리를 어려 보이려고 톤을 높이기도 했고, 무대에 오르면 ‘철수스럽게’ 된다. 여자를 처음 만났다고 생각하고, 내가 고등학교 때 여자를 처음 만났을 때를 생각하며 연기에 집중한다.” - 철수는 상처가 깊은 냉소적인 여자를 사랑하는 역할이다. 실제 영준이었다면? “100를 다 준다. 100를 다하는 타입이다. 프러포즈하고, ‘좋다. 좋다’ 다가가 최선을 다하고 다한다. 나중에 그 여자 잡았어야 하는데… 그런 후회도 안 생길 만큼. 그래도 그 사람이 싫다고 하면 속상할 거다. 낯간지러워서 철수처럼 뭘 써서 선물한 적은 없다.” - 시트콤, 영화를 거쳐 연극을 하게 된 계기는? “열아홉에 모델 일을 시작해 우연찮게 시트콤을 하게 됐다. 하다보니 욕심이 생겼는데 소위 ‘내공’이 부족하다고 느꼈다. 그 때 같은 사무실에서 강성진, 유해진, 성지루 형들 연극하는 걸 보다가 어떻게 저렇게 잘 할까, 과연 나도 해낼 수 있을까 고민했다. 싸이더스로 소속사를 옮기면서 연극을 하겠다고 말했다. 스물일곱, 스물여덟에 문득 내 인생을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 철수와 미아 커플이 등장할 때마다 중년 관객들이 많이 흐뭇해한다. 관객 반응을 살피는 편인가? “클로저 할 때는 누가 그랬다. 관객을 잡아야 한다고. 그래서 관객의 눈을 많이 봤다. 그런데 평균적인 반응이 어느 순간 다르면 문득 내가 딜레마에 빠진다. 그러면서 쳐다보면 안 되겠다 느꼈다. 지금은 관객석 볼 때도 사람을 안 쳐다본다. 많은 사람이 아름답다고 향수에 젖기를 바란다.” - 연극의 매력이 뭔가? “매일 긴장한다. 관객들은 처음 보시니까, 항상 다시 철수가 돼서 생각을 한다. 그런 게 재미있고 좋다. 매번 새롭다. 한 호흡으로 가고, 이 작품이 끝날 때까지 집중해서 할 수 있으니까 좋다. 계속 배워서 다른 이미지를 보여주고, 손톱만큼이라도 더 나아진 연기를 하고 싶다. 항상 초심으로 돌아가려고 한다. 노래가 됐든, 춤이 됐든, 무술이 됐든 무조건 배워야 한다.” 배우 김영준은? 1998년 MBC 시트콤 ‘뉴 논스톱’ 데뷔 2001년∼2002년 영화 ‘신라의 달밤’, ‘달마야 놀자’ 등 2003년∼2004년 KBS ‘보디가드’, MBC ‘황태자의 첫사랑’ 2005년∼2006년 KBS ‘왜 꼭 이래야만 하는가’ 등 2007년∼2008년 연극 ‘클로저’ , ‘민자씨의 황금시대’ 변인숙기자 baram4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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