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루수로보낸1개월,이대호는과연?

입력 2008-05-04 08:4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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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초로 한국 프로야구의 수장을 맡게 된 롯데의 제리 로이스터 감독은 부임과 함께 국가대표 1루수 이대호를 3루로 옮기는 파격적인 변경을 단행했다. 공격력 강화가 그의 목표! 2008시즌의 출발을 알린 한화와의 개막전 시작과 김수연-추승우로 이어진 1,2번 타자의 라인드라이브를 연속으로 낚아채며 육중한 몸매로 인해 수비에서 문제가 있을 것이라는 주변의 우려를 무색케 했던 3루수 이대호. 한 달이 지난 지금 롯데는 공격과 수비, 팀 조직력 면에서 모두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었을까? ▲ 공격력의 극대화 → 조성환의 발견과 선수기용의 다양화 사실 이대호의 3루 포지션 이동이 전혀 낯선 소식은 아니었다. 그는 이미 아마추어 시절은 물론 프로 입단 초기에 주로 3루수로 출전해왔다. 다만 이대호라는 4번 타자에게 수비력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3루보다는 편안한 1루로 옮겨 공격에만 전념하게 하자는 의미 때문에 1루에 정착한 것이다. 그 뒤로도 김동주가 빠진 2006 도하 아시안 게임에서 당시 김재박 국가대표 감독의 요청으로 3루 글러브를 꼈고, 전임 강병철 감독 역시 3루 변경을 추진한 적이 있다. 로이스터 감독도 처음에는 이대호를 3루수로 테스트해보겠다는 입장이었다. 다른 공격력이 좋은 선수를 1루수로 기용한다면 지난해 ′이대호와 여덟 난쟁이′라는 지난해 롯데의 오명은 씻을 수 있겠지만 만약 그렇게 하도고 공격이 그대로라면 그야말로 하나 마나 한 일이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효과는 예상치 못하게 1루보다는 오히려 2루에서 더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대호의 3루 전향으로 2루에서 1루로 옮긴 박현승을 대신해 주전 2루수가 된 조성환은 28일까지 타율 .357에 13타점을 올리며 롯데 타선의 새로운 핵으로 등장했다. 특히 롯데의 ′유니폼 데이′였던 지난 25일 삼성과의 경기에서 오승환을 상대로 10회말 끝내기 안타를 때려낸 그는 데뷔 10년 만에 일약 스타로 탄생했다. 조성환은 개막 당시만 해도 8번이었으나 지금은 롯데의 3번 타자이다. 그 누가 그를 군대에서 복귀한지 채 5달밖에 지나지 않은 선수라고 생각하겠는가? 조성환의 이런 활약은 이대호가 올 시즌에도 계속 1루수로 나왔다면 아마 보기 힘들었을 것이다. 물론 이대호 본인의 타격 기록이 약간 하락한 것은 사실이다. 지난해 4월에만 6홈런, 타율 .387에 7할을 넘는 장타율을 과시하며 트리플 크라운 2탄을 예감케 했던 그의 활약은 올 시즌 5홈런과 5할대 장타율로 다소 주춤하고 있다. 그러나 조성환과 가르시아가 앞뒤에서 보조해주고 있는 롯데의 중심타선을 감안하면 올해는 굳이 작년처럼 반드시 이대호가 모든 걸 다 해줄 필요는 없는 상황이라는 점도 염두해야 할 것이다. ▲ 수비수 이대호 → 조금 더 지켜볼 문제 아무리 전력의 극대화가 된다 하더라도 2006년 타격 트리플크라운, 2년 연속 골든글러브를 모두 1루에서 수상한 선수를 다른 포지션으로 옮기는 것은 자칫 공수에서 전력의 극대화가 아닌 전력의 불균형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았다. 실제로 멀리 갈 필요도 없이 SK의 정근우는 2006년 2루수로 출전하며 매 경기 호수비와 45개의 도루 등 공수의 맹활약으로 그 해 2루수 골든글러브를 수상했지만, 바로 이듬해 유격수로 위치를 변경한 후 한 시즌 내내 수비력의 문제점을 노출하기도 했다. 현재 국가대표를 맡고 있는 김경문(두산) 감독은 이대호의 3루 이동이 표면위로 오른 뒤 열린 베이징 올림픽 2차 예선에서 이대호를 3루수로 출전시키며 실전 감각을 익히도록 했다. 물론 당시에는 김동주가 개인적인 사정으로 귀국하는 바람에 벌어진 급작스런 상황이었던 데다가 3루수로의 연습도 부족했지만 수차례 빠른 땅볼타구를 놓치는 등 불안한 모습을 여실히 보여줬다. 시즌 후 경기에서 이대호는 3개의 실책을 기록하며 .951의 수비율을 보이고 있다. 실책이 아주 많은 편도 아니고 아직 초반이기 때문에 성공이냐 실패냐를 가늠하기는 어렵지만 다른 3루수에 비해 수비폭이 좁은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물론 지난해 1루에서 다이빙캐치를 시도하다 어깨가 탈골되는 부상을 당하기도 했던 이대호에게 호수비를 바라는 것은 무리인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실제로 지난 10일 삼성과의 경기에서는 5회 박진만의 3루 라인 타구에 다이빙캐치를 시도했지만 잡아내지 못해 2루타를 만들어 준 것이 결승점과 연결돼 0-2로 패하기도 했다. ▲ 그렇다면 팀 전체로는? → 아직은 만족 비록 지난주 1승 4패로 시즌 초반의 상승세가 한 풀 꺾이는 듯한 인상을 심어주긴 했지만 롯데는 여전히 13승 9패로 예년보다 훨씬 좋은 페이스를 보이며 리그 2위를 달리고 있다. 물론 이것이 전적으로 이대호의 포지션 변경과 덕분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팀의 전체적인 시너지 효과를 통해 지금의 성적이 났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아직까지는 만족스럽다. 또한 3루수 이대호가 공격이나 수비에서 문제를 보인다는 여론 또한 없다. 물론 이제 겨우 한달이 지났을 뿐이다. 시즌은 아직 길고 가장 큰 고비라는 여름이 다가오고 있다.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도 힘겨운 시기를 넘겨야 3루수 이대호로도 안착했다 말할 수 있고 진정 그들이 원하는 가을야구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아직 선택의 여지는 남아있다. 지난해 주전 3루수였던 정보명이 언제든 다시 글러브를 낄 수도 있다. 정보명의 3루 수비가 이대호보다 월등히 나은 것은 아니지만, 체력적인 안배와 시즌 막판 이대호의 공격력에 기대를 걸어야만 할 시점이 온다면 충분히 고려할 수 있는 일이다. 더군다나 마해영이 지명타자로 자리를 굳히지 못하고 있기에 그 가능성은 아직도 유효하다. 로이스터 매직의 시험대에 든 이대호. 핫코너와 뜨거운 방망이 모두가 절실한 요즘이다. 유재근 mlbpark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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