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치마두른‘국민아버지’최불암,“한국음식알리고싶다”

입력 2008-05-0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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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어머니’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여자 연기자를 다섯 손가락 정도로 꼽는다면, ‘국민 아버지’ 수식어를 자연스럽게 붙일 수 있는 남자 배우는 몇 명이나 될까. 대개 한 사람으로 의견이 모아진다. 그렇다. 바로 ‘전원일기’, ‘수사반장’, ‘그대 그리고 나’ 등을 통해 소탈하고 자연스러운 ‘우리네 아버지’ 혹은 ‘질박한 한국인’으로 각인된 최불암(68)이다. 배우인생 40년. 늘 한결 같은 모습으로 우리 마음 속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어버이날을 앞두고 ‘아버지’라는 이름이 참 잘 어울리는 배우 최불암을 만났다.》 최불암은 현재 6월 방영 예정인 SBS ‘식객’ 촬영중이다. 그런데 ‘국민 아버지’라는 애칭처럼 늘 근엄하고 진중한 그가 연기 생애 처음으로 꽁지머리에 도전했다. 최불암이 배용준, 장동건, 비, 주지훈 등 잘나가는 미남 배우들만 소화할 수 있다는 ‘꽁지머리’에 도전한 이유는 ‘식객’의 오숙수 역할 때문이다. 최불암은 한국 최고의 음식 장인을 표현하기 위해 헤어스타일을 바꾸고 목소리 톤까지 변화를 줬다. - ‘수사반장’의 박 반장, ‘전원일기’의 김 회장, ‘그대 그리고 나’의 캡틴 박과는 확연히 다른 여성적인 캐릭터다. “한국 음식을 알리고, 한류를 알리고 싶었다. 우리 음식의 역사성과 이로움이 굉장하다. ‘대장금’ 이후에 좋은 작품을 한번 만들고 싶었다. ‘대장금’은 사람들의 갈등 구조 위주지만 ‘식객’의 핵심은 웰빙 음식이다. 우리가 먹는 음식이 모두 약이라는 기본을 외국에 소개하고 싶다.” - 이번 변신은 과거 다른 작품에서 보여준 변화와 비교해 너무 파격적이다. “나이 서른에 ‘수사반장’에서 정년 퇴임을 앞둔 박반장을 맡았다. 수갑, 권총 같은 뻔한 소품 대신 하얀 손수건을 준비해 마지막 신에서 코를 닦는 모습으로 정화된 범죄를 상징했다. ‘그대 그리고 나’ 때는 태안 부산 목포 영덕 등을 돌며 뱃사람들을 관찰한 뒤 연기했다. 반면 이번에는 비주얼적인 형상화가 더해졌다. 이런 경우 캐릭터에 어울리는 적절한 변신의 선을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너무 과해도 오버가 되고 모자라면 보는 분들에게 전달이 안된다.” - ‘식객’에서는 한식 요리의 대가다. 실제도 요리를 즐기나. “전혀 아니다.(웃음) 요리도 잘 못하지만 아내가 부엌에 들어오지도 못하게 한다. 우리 부부 모두 옛날 사람이라 그렇다. 80년대는 만두 CF를 찍었는데 앞치마를 입는 설정에 언쟁을 벌인 적이 있다. 결국 촬영장에서 광고주와 통화해 ‘가장 이미지의 한 축을 세우는 사람에게 꼭 앞치마를 입혀야겠느냐’고 설득해 입지 않았다.” - 청춘 스타 시절 최불암과 김민자와의 핑크빛 만남은 어떻게. “내가 연극 배우이던 시절 내 이상형이 탤런트 김민자라는 주변의 추천이 들어왔다. 빵집의 TV에서 아내를 처음 본 뒤, 방송사 매점에서 직접 만났다. 고운 화장에 한복을 입은 아내의 빵과 커피값을 내가 먼저 내면서 ‘나 최불암이요’라며 눈도장을 찍었다. 당시 아내는 나보다 훨씬 유명했다. 2년간의 몰래 데이트 끝에 한 주간지에 보도되면서 결혼했다. 당시 난 배고픈 연극배우에 외아들이고 주점을 하시는 어머니까지 계신 악조건 신랑감이어서 아내 집안 쪽에서 반대도 있었다.” - 김민자씨의 연기활동은 볼 수 없는 것인가. “아내에게는 늘 미안한 마음이다. 부부가 같은 일을 똑같이 성공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한 사람이 희생되기 쉽다. 연기하던 사람이 집에서 내조하느라 얼마나 답답하겠나. 아내도 자신에게 꼭 맞는 역할이 있다면 얼마든지 나올 의향이 있을 것이다.” - 부부 금슬은 어떤가. “초반에 말다툼도 있었지만 결국 부부라는 것은 인간적인 결속이다. 사랑으로 시작한 마음은 서로 용서하고 용서받고. 이해하고 이해받는 과정 속에 더 탄탄하게 묶인다. 요즘 스타부부들의 이혼이 많다. 나도 어떤 상황에 부딪치면 그럴 수 있겠지만 추억을 씹고 사는 게 인생인데 두 사람의 역사를 버리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 아닌가.” - 주량은 어느 정도. “내 주량은 소주 3병 정도다. 그 정도 먹으면 좀 취한다. 매일 마시는 편이다. 그래도 집에서 아내와 마시는 술을 가장 좋아한다. 아내는 술을 잘 못했는데 요즘은 와인을 맛있어 한다. 밖에서 마시고도 집에서 또 먹고 싶은 건 일종의 주사다. 그건 아내가 아주 질색한다. 그래도 아침에 늘 멀쩡하게 일어나는 날 보면서 아직 건강하다고 느낀다.” - ‘국민 아버지’ 로서 ‘국민 어머니’ 김혜자씨에게 한마디. “벌써 못 본지 2년이 넘은 것 같다. 요즘 ‘엄마가 뿔났다’를 가끔 본다. ‘나 없이 잘하나 보자’ 했는데 잘하더라.(웃음) 얼굴은 이목구비가 뚜렷한 서양적인 이미지인데 그 사람이 갖고 있는 정서가 한국을 잘 표현하고 있다. 웬만한 사람들이 우리를 부부로 알고 있어서 우리 와이프를 서운하게 한 사람이다.” - 앞으로 어떤 연기를. “20대부터 노인 역할을 해왔는데 8개월 전에야 진짜 할아버지가 됐다. 지난 해 7월에 낳은 손녀가 매일 눈에 밟힌다. 할아버지의 마음을 알겠다. 이젠 가짜가 아닌 진짜 노역도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유나 기자 ly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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