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니얼김의MLB수다]프로는성적으로말한다

입력 2008-05-0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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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정을 떠나는 비행기가 이륙하고 30여분이 지나면 원정담당요원이 마치 여객기 승무원처럼 1등석부터 시작해 하얀 봉투를 선수들과 스태프에게 나눠줍니다. 그 봉투엔 현금이 들어있습니다. 바로 메이저리그 meal money (식비)입니다. 원정기간에 따라 봉투의 두께가 다르지만 메이저리그 하루식비는 대략 90달러 수준입니다. 예를 들어 원정기간이 7박8일이라면 720달러 정도가 됩니다. 일년에 수백만달러를 벌어들이는 베테랑 선수들한테는 큰 의미없는 액수이지만 스태프와 신인급 선수들에겐 원정기간 중 가장 즐거운 순간이기도 합니다. 메이저리그는 정말 환상적인 곳이었습니다. 전세기 이용을 시작으로 원정 중 최고 특급호텔에서 머물게 되며 원정을 마치고 돌아오는 순간까지 한번도 자기 가방을 직접 들 필요가 없습니다. 겉으로 화려해 보이고 완벽한 삶 같아 보이지만 그런 화려한 요소들의 이면엔 또 다른 게 있어 곁에서 지켜본 저는 오히려 많이 우울하고 불편했습니다. 메이저리그 팀로스터를 자세히 보면 7명에서 10명 정도의 베테랑급 선수들이 있습니다. 제가 몸담았던 메츠에도 존 프랑코, 알 라이터, 마이크 피아자 등이 있었습니다. 솔직히 이들 소수를 제외하면 편안하게 메이저리거의 삶을 누리는 선수들 찾아보기 힘듭니다. 선수들은 물론이고 코치와 스태프들도 어느 한 순간 예고없이 마이너 강등 아니면 경질될 수 있는 게 바로 메이저리그 였습니다. 그런 부분은 미국이든 한국이든 프로 스포츠선수가 극복해야할 어쩔 수 없는 현실입니다. 그나마 감독이나 단장이 경질되는 것은 진통이 있지만 코치들 같은 경우엔 파리목숨이나 다름없습니다. 프로선수의 모든 것은 성적입니다. 감독과 코치들의 모든 것 또한 성적입니다. 박찬호 선수는 10년 이상 메이저리그에서 생존을 했습니다. 김병현 선수 또한 아주 오랫 동안 선수생활을 한 케이스입니다. 그들이 우리가 바라는 것처럼 항상 좋은 성적을 거두지는 못했지만 장시간 마운드를 지켰다는 자체 만으로도 휼륭한 선수들이라고 합니다. 물론 한국으로 복귀한 서재응 선수(5시즌), 김선우 선수들도 마찬가지죠. 겉으로는 화려해 보일지 모르지만 어려운 고비들을 수없이 극복해온 그들이기에 응원합니다. 스포츠동아 Special Contributer·daniel@pnkunited.com -대니얼 김 Special Contributer -OB 베어스 원년 어린이 회원으로 어릴 적부터 야구에 미쳤다. 85년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간 뒤 뉴욕 메츠 직원을거쳐 김병현과 서재응의 미디어 에이전트코디네이터로그들과 영욕을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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