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성열기자의‘좌충우돌’레이싱체험기]하루만에몸이욱신욱신…“운전도운동이네”

입력 2008-05-14 00: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자동차에 대한 관심은 단순히 차를 소유하는 것을 뛰어넘어 드라이빙을 레포츠의 영역으로 확대하려는 욕구를 낳는다. 기자 역시 모터스포츠의 세계를 좀 더 깊이 체험해 보기 위한 첫 걸음으로 레이싱 스쿨에 등록했다. 이틀 과정의 레이싱 스쿨 수업과 소정의 테스트에 합격하고 나면 한국자동차경주협회 공식 신인 드라이버 라이센스(사진)를 받게 된다. 4월26일 오전 8시. 레이싱 스쿨 체험을 위해 인천 영종도에 위치한 스카이72 서킷으로 차를 몰았다. 레이싱 스쿨 입문을 한다고 생각하니 마치 처음 운전대를 잡은 것처럼 가슴이 뛰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레이싱스쿨 체험은 내가 얼마나 운전에 서툴렀는지를 깨달은 성찰의 시간이었다.》 1일차 ‘가슴 설레는 첫 경험’ 이번 레이싱 스쿨 교육은 영국의 초경량 스포츠카인 로터스 드라이빙 스쿨에 함께 참가하는 것으로 이뤄졌다. 국내 여건상 아직까지 정기적으로 레이싱 스쿨이 열리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레이싱 스쿨은 국내 1세대 스타 카레이서인 이명목 감독이 직접 진행하고 10여명의 자동차 마니아들이 참가했다. 수업 서두에 이명목 감독은 “기존의 모든 선입관을 버리고 모든 것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몸에 익은 습관들을 버리지 못하면 드라이빙 스쿨에 참여한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 기본 갖춰야 드라이빙 실력 향상 먼저 드라이빙 포지션 교육이 시작됐다. 모든 스포츠가 그렇듯이 올바른 자세야말로 테크닉을 키워나가기 위한 열쇠가 되기 때문이다. 시트에 앉을 때는 상체와 스티어링 휠과의 적정한 거리를 맞춰야 하며 하체와 페달과의 거리에도 주의해야 한다. 평상시 도로에서 운전을 하듯 시트를 한껏 뒤로 빼고 한 손으로 운전하는 자세는 돌발상황에 대한 대처 능력이 떨어지는 위험한 자세다. 액셀레이터 컨트롤과 브레이킹 테크닉도 중요하다. 최고의 테크닉을 지닌 드라이버는 꼭 필요한 순간에 필요한 만큼만 액셀과 브레이크를 조정한다. 마지막으로 코너링의 기본 원칙에 대한 교육이 이어졌다. 코너링의 기본은 아웃 인 아웃(코너에 진입할 때 코스의 바깥쪽에서 안쪽으로 들어왔다가 다시 바깥쪽으로 주행하는 것)과 슬로우 인 패스트 아웃(코너에 진입할 때 그 코너의 한계속도까지 낮춰서 진입하고 코너를 나올 때 빨리 탈출하는 것)이다. 누구나 알고 있는 간단한 원칙이지만 이를 실제 코너에서 적용하는 것은 정말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 ‘좌충우돌’ 실전 드라이빙 교육 실전 드라이빙 교육이 시작됐다. 이명목 감독은 “스포츠 드라이빙을 위해서는 정확한 판단력과 순발력이 필요하다. 자신만이 자기고 있는 잠재력을 끄집어내 ‘자신감’을 가져야한다”고 강조한 후 실기 교육을 시작했다. 첫 번째 실기는 저속 슬라럼 교육이다. 슬라럼은 일정한 간격으로 놓여진 파일런을 지그재그로 통과하는 훈련법으로 꾸준히 반복하면 바른 운전 자세와 액셀링 테크닉을 향상시킬 수 있다. 그렇게 한 시간 가량 흘렀을까? 어느새 스티어링 휠을 쓸데없이 꽉 쥐었던 손의 힘이 빠지기 시작했다. 가볍게, 내가 제어할 수 있는 최적의 속도로, 그러나 너무 느리지 않게 파일런을 빠져나가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뒤이어 파일런 간격을 넓히고 고속 슬라럼 훈련이 시작됐다. 속도가 빨라지기 때문에 순간적으로 핸들링 타이밍을 놓치면 파일런을 지나치게 된다. 슬라럼 교육만으로도 드라이빙이 왜 스포츠가 될 수 있는지를 충분히 깨달을 수 있다. ○ 코너 공략의 핵심은 ‘조화’ 코너 공략은 브레이킹과 기어 변속 방법, 스티어링 조작과 액셀 워크가 완벽한 조화를 이뤄야 한다. 레이싱이 스포츠의 범주에 들어갈 수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골프나 축구와 마찬가지로 순간적인 판단력과 몸에 익은 정확하고 적절한 동작, 그리고 코스를 미리 읽고 코너의 각도에 따라 코너 공략 포인트를 파악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명목 감독이 먼저 시범을 보인다. 코너 공략 포인트에서 단 10cm도 벗어나지 않는 정확한 코너링과 브레이킹, 그리고 부드러운 액셀링은 운전을 예술의 경지로 승화시킨다. 이명목 감독은 “코스 내에서는 스핀 및 코스 이탈의 경우 두려움을 가지기 보다는 끊임없이 원인을 분석하는 것이 드라이빙 능력 향상의 원동력이 된다”고 강조한다. 이명목 감독은? 1987년 레이싱계에 입문해 1996년부터 1998년까지 시즌 챔피언에 올랐다. 국내 카레이싱계의 신화적인 존재. 현재 이명목 레이싱스쿨 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다. 레이싱 스쿨이란? 레이싱 스쿨은 자동차를 보다 정확하고, 보다 안전하게 주행하기 위한 방법 터득하는데 가장 큰 목적이 있다. 도로상의 다양한 위험과 순간적인 돌발 상황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안전 노하우를 습득하는 것도 큰 소득이다. 새로운 운전을 고급 레포츠로 생각하고 즐기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반드시 필요하다. 카레이스를 꿈꾸는 젊은이들에 대한 올바른 안내자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바로 레이싱 스쿨이다. 국내에 있는 한국자동차경주협회 공인 레이싱스쿨은 ‘이명목 레이싱 스쿨(www.racingacademy.co.kr)’과 ‘발보린 레이싱 스쿨(www.kart.co.kr)’ 두 곳이다. 각 스쿨의 일정에 따라 맞춰 신청하면 스쿨에 참여할 수 있다. 레이싱 스쿨 참가비는 50∼100만원 선이다. 2일차 “오늘은 실전 코스다” 아침에 눈을 뜨자 머리가 멍하고 온 몸이 욱신거려왔다. 어제 드라이빙 테크닉을 배우느라 온 몸에 힘이 들어갔기 때문이다. 슬라럼과 고속 코너 공략은 집중력 뿐만 아니라 체력이 필요하다는 말을 실감했다. 슬라럼과 코너 공략 훈련이 반복됐지만 어제보다는 한결 운전이 편안해졌다. 내 한계치에서 속도를 조금씩 더 향상시켜보려고 노력했다. 코너에서 5km 더 속력을 올리려면 그만큼 정확한 타이밍과 감각을 찾아야 한다. 방심하는 순간 차량에는 뒤쪽이 미끄러지는 언더 스티어나 앞쪽이 미끄러지는 오버 스티어가 발생하고 이를 제어하지 못하면 스핀을 하면서 코스를 이탈한다. ○ 드라이빙의 재미를 깨달은 경험 오후에는 그동안 배운 다양한 공략법을 종합한 트랙적응훈련으로 일정을 모두 마쳤다. 레이서가 되는 것이 목적이든, 스포츠 드라이빙 능력을 키우는 것이 목적이든 누구나 거쳐야 하는 첫 번째 단계인 드라이빙 스쿨은 운전에 대한 새로운 눈을 뜨게 해준다. 단순히 차를 빠르게 운전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제어할 수 있는 속도로 안전하게 차량을 운전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기 때문이다. 또 과속운전을 통해서가 아니라 주어진 차선과 한계 속도 내에서도 얼마든지 드라이빙의 즐거움을 발견할 수 있다. 이것이 레이싱 스쿨을 통해 얻은 가장 값진 소득이다. 레이싱 스쿨 전 준비는 이렇게 1. 운동하기 간편한 복장을 착용한다. 2. 레이싱 슈즈 또는 운동화를 신되 구두나 창이 너무 두꺼운 운동화는 피한다. 3. 레이싱 스쿨 참여는 고도의 집중력이 요구되므로 전날 음주를 삼가고 일찍 잠자리에 든다. 4. 이론 교육을 위해 필기구를 지참한다. 차량 준비는 이렇게 1. 예비 타이어의 공기압까지 체크해두고, 타이어 공기압은 30이상 높게 한다. 2. 연료는 충분하게 가급적 가득 채운다. 3. 브레이크 마모 정도를 체크해 둔다. 브레이크 패드를 확인해 많이 닳았으면 사전에 교체 한다. 4. 실내 및 트렁크에 있는 물건을 미리 치운다. 코너링 시 덜거덕거려 교육에 방해가 된다. 5. 각종 오일, 냉각수의 누수 여부를 점검한다. 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