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집‘JP5’발표,김진표“거침없는세상이야기,솔직하게말하고싶어”

입력 2008-05-2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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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퍼 김진표는 늘 직설화법이다.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때 에두르지 않는다. 불만이 있으면 애써 숨기지 않는다. 스스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상황을 속어로 표현하는데도 주저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는 ‘거침없는 래퍼’로 불린다. 김진표는 2003년 발표한 4집에서 한때 사납고 거친 표현을 버리고 부드럽고 동글동글한 화법을 시도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29일, 5년 만에 발표할 5집 ‘JP5’에서는 특유의 저돌적인 속사포 랩을 통해 다시 ‘거침없는 래퍼’의 귀환을 알렸다.》 김진표는 이번 앨범을 내놓기까지 자신의 작업실 ‘소리현상소’에서 4년의 산고를 겪어야 했다. 하지만 데뷔 후 처음으로 전 수록곡을 작사, 작곡, 편곡까지 모두 프로듀싱했다. 유일하게 남의 손을 빌린 거슨 뉴욕에서 브라스 세션을 녹음하고 마스터링했을 때 뿐이다. 수록곡 전곡을 그 누구에게도 손대지 않게 함으로써 음악적 성취를 이뤄냈다. 4년에 걸쳐 곡을 만들다보니 곡마다 감정의 기복이 심하다. 노래마다 전하는 이야기들도 하나의 틀 안에 맞춰지지 않았다. 하지만 세상을 관조하는 미학의 깊이는 트랙마다 오롯하다. - 노래가 무거운 내용이 많다. 세상에 대한 불만이 많은 것인가. “불만이 많다기보다, 그냥 솔직해진다. 감정이나 단어에 필터링이 없는 것이다. 또 내가 말하는 게 그런 스타일이다. 4집에서 딱 한번 필터링이 많았다. 하지만 이번엔 그걸 없애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삐딱해진 것이 아니라, 포장하지 말고, 하고 싶은 말을 자유롭게 해보고 싶었다.” - 처음으로 다른 사람의 노래를 하나도 안받고 전 곡을 직접 프로듀싱 했는데. “다른 사람에게 곡을 받으면 앨범이 분명 더 화려해지고 풍성해질 수 있다. 하지만 그걸 포기한 이유는 내 색깔을 보여주고 싶기 때문이다. 히트곡 작곡가에게 곡을 받으면 그것이 타이틀곡이 될 확률이 높고, 그렇게 되면 그 노래에 내 색깔을 담지 못한다. 너도나도 유명 작곡가의 곡을 받는다면, 결국 노래 부르는 목소리만 다를 뿐이지, 노래 스타일을 모두 다 똑같을 것이다. 자기의 개성이 담긴 노래를 발표하는 일은, 쏠림 현상이 심한 대한민국의 대중음악에도 좋은 일이 아닌가 생각한다.” - 그래도 대중적인 음악이 곳곳에 포진해 있다. “대중성을 고려해서 만들지는 않았다. 내가 평소 듣는 음악을 바탕으로 노래를 만들기 때문에 가끔씩 대중적인 트랙이 나오는 것 같다.” - ‘붕가붕가’ 등은 민감한 소재인데, 실제 이야기들인가. “패닉, 노바소닉까지 다 합치면 그동안 앨범을 약 15장을 냈다. 이번 앨범도 내 이야기로 모두 채우기에는 이제 경험이 부족하다. 내 이야기는 이미 고갈됐다. 발상은 내 이야기에서 시작하지만 상상의 살을 붙였다. 그래서 상상으로 만들어진 노래가 대부분이다. 래퍼는 자신의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소신이 있었는데, 이제는 바뀌고 말았다.” - 2006년 싱글 ‘사랑따윈2’ 뮤직비디오에서 삭발신이 화제였다. 삭발의 이유는 무엇이었나. “심각한 이유는 없다. 뮤직비디오 제작비도 없고 그저 튀어보려고 한 것이다. 서현승 감독에게 ‘삭발하겠다’고 꼬셨다. 콘티도 내가 짰다.” - 아내를 위한 노래는 없나. “없다. 다행히 아내를 만났을 때는 곡 작업이 모두 끝난 후였다. 아마 더 일찍 만났더라면 앨범작업이 한참이나 늦어졌을 것이다. 다만 ‘붕가붕가’에 아내의 웃음소리가 들어있을 뿐이다.” 김진표의 이번 음반에서 바비킴이 피처링한 타이틀곡 ‘그림자놀이’는 1997년 솔로 1집에 수록됐던 ‘아무 누구’의 후편이다. 주위에 많은 사람들이 있지만 결국 혼자라는 사실을 깨닫는 노래다. ‘모럴 헤저드 로맨스’는 KBS 2TV ‘사랑과 전쟁’의 불륜 소재에서 착안했다. ‘지읏오지읏에쌍기역아’는 사실여부가 불명확한 인터넷 댓글이 아무런 확인작업 없이 매체를 통해 기사화되고 포털 사이트의 영향력으로 결국 진실이 되는 세태를 탄식한, 격한 노래로, ‘X까’라는 욕설을 자음과 모음으로 풀어놓은 것이다. 김진표는 열아홉이던 1995년 패닉으로 데뷔했고, 1997년 첫 솔로앨범을 냈다. 이후 다시 패닉으로, 노바소닉으로, 또 솔로가수로 활동하면서 모두 15장의 앨범을 발표했다. 앨범을 낼 때마다 힙합이냐 아니냐 논란 속에 빠졌지만, 자신만의 분명한 색깔을 지닌 뮤지션이다. 카레이싱, 사진찍기를 좋아한다. 5월 6일 배우 윤주련과 결혼한 새 신랑이다. 1977년생 A형.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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