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바둑관전기]예우가없다(?)

입력 2008-06-0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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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은 여전히 백이 우세한 흐름이다. 이쯤 되면 슬슬 방심을 할만도 한데, 그래서 상대에게 역전의 기회 한 번쯤 내어줄 만도 한데, 윤찬희는 바위처럼 단단히 버티고 있다. 요즘 어린 친구들은 이게 문제다. 한 번 승기를 움켜쥐면 돈다발마냥 도무지 놓을 생각을 안 한다. 한 마디로 선배에 대한 예우가 없다!(라고 이정우는 생각하고 있을지 모른다) 사실 바둑이 불리할 때는 별 생각이 다 든다. 그 중 가장 큰 것은 자신에 대한 분노이다. 자꾸만 실수한 장면이 겹쳐 떠오른다. 이 환영을 잘 떨칠 수 있어야 강자다. 분노의 시간이 지나면 연민이 밀려들어온다. ‘에고, 불쌍한 것. 오늘도 졌구나.’ <실전> 백13에 흑이 ‘승부’를 하려면 <해설1> 1로 치중해 들어가야 한다. 한 마디로 말해 흑은 이 백을 잡지 않으면 이길 수가 없는 바둑이다. 도표로 보여드리자면 …. · 흑이 백을 잡는다 - 흑이 이긴다 · 흑이 백을 잡지 못한다 - 흑이 진다 · 흑과 백이 서로 평화롭게 산다 - 그래도 흑이 진다 <해설1>은 수상전이다. 하지만 궁도가 있는 백이 유리하다. 흑은 이렇게 둘 수가 없다. 무리하게 잡으러 가려면 <해설2>처럼 흑이 두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겠다. 하지만 흑1에는 백2가 좋다. 역시 흑이 백을 잡을 수 없다. 결국 실전은 흑과 백이 각생을 하고 말았다. 도표에서 보여드렸듯, 이렇게 되면 흑이 지는 바둑이다. “졌어.” 이정우가 고개를 흔든다. 계가를 해보니 덤을 제하고도 여섯집 반이나 차이가 났다. 윤찬희의 완승이다. 그래도 기회는 또 있다. 이게 리그전의 매력이다. 또 한 번의 기회. 리그전은 ‘인간미’가 있는 시스템인 것이다. <253수, 백 6집반승>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해설=김영삼 7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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