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미여행]‘소심쟁이’밴댕이,제철대범하게입맛당기네

입력 2008-06-0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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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선수포구와밴댕이
‘속 좁은 놈’이 초여름만 되면 인기 급상승이다. 밴댕이. 성질 급한 생선으로도 ‘넘버 1’이다. 잡히면 그물에서 제 분에 못 이겨 죽어 산 밴댕이를 본 사람조차 드물다. 그 ‘속 좁은’ 밴댕이 맛을 보려고 초여름이 되면 강화도 화도면 선수포구에 사람들이 몰려든다. 선수포구는 밴댕이 포구로 알려진 곳. 소문을 듣고 온 식도락가들은 평일에도 줄을 서서 기다리기까지 한다. 강화 밴댕이는 초여름을 넘어 7월초까지가 제철이다. 가끔씩 가을, 겨울에도 밴댕이무침이 상 위에 오르기도 하지만 산란기에 접어들기 전이 밴댕이 살이 바짝 오를 때다. 등줄기가 선명하고 은빛이 나는 게 싱싱한 놈들. 선수포구 근해에 조수간만의 차가 커 물살이 세고 뻘이 기름진 것은 담백한 맛에도 일조를 했다. 밴댕이는 한 마리가 딱 한 회 한 점, 그 한 점을 한 입에 먹어주는 게 밴댕이 회 맛보기의 기본 공식이다. 어판장에 들어서면 식당 아줌마의 손놀림부터가 일단 예사롭지 않다. 머리와 가시를 한 칼에 쏙 도려내면 10cm 가량 짤막한 몸체만 덩그러니 남는다. 초고추장을 살짝 묻혀 한 토막을 입안에 넣으면 담백한 기운이 돌며 쫀득쫀득한 여운과 함께 살점이 목구멍으로 홀랑 넘어간다. 몇 마리를 덤으로 사서 구이로 먹는 사람까지 있다. 밴댕이는 그렇게 회로 먹고 구이로 먹고, 또 무침으로 탕으로도 먹는다. 살이 연하고 부드러워 회로 먹는 게 가장 맛있으며 기름기가 많아 맛도 고소하고 질리지 않는다. 밴댕이 나는 철에는 선수포구에 병어도 얼굴을 내미는데 고소하고 담백한 맛에서는 밴댕이가 단연 한 수 위다. 강화도 사람들은 밴댕이구이를 묵은 김치에 싸서 먹는다. 이곳 어판장 식당 주인은 “밴댕이 머리를 잡은 채 묵은 김치로 둘둘 감은 뒤 아래로 쑥 잡아당겨 한 입에 먹는 맛이 일품”이라고 전한다. 어느덧 유명해진 선수포구가 밴댕이 포구로 알려진 것은 불과 20년 전의 일이다. 원래 새우잡이 포구로 ‘추젓’이라고 옛날 임금님 수라상에 오르던 새우젓이 이곳에서 났다. 20여년 전 선창 포구를 막는 공사를 했는데 인부들에게 줄 반찬이 없어 밴댕이가 밥상에 올라 왔고 인부들을 통해 그때부터 입소문이 나면서 외지인이 오기 시작했다. 한 어판장 주인은 “밴댕이가 지천일 때는 삽으로 퍼내면 한 삽에 3000원 정도 했다”며 지난날을 회고했다. 어판장에서 돈을 번 어민들이 10여년 전부터 근사한 횟집을 열며 포구는 활기를 띠기 시작했고 어판장 가게 외에도 선수포구에는 대형횟집 10여 곳이 들어 서 있다. 10kg에 2만∼3만원일 정도로 흔하던 밴댕이는 최근에는 1kg에 1만5000원∼2만원에 거래된다. 1kg이면 30∼40마리의 밴댕이를 두 세 명이 넉넉하게 맛볼 수 있다. 가는 길 서울에서 올림픽대로나 외곽순환도로를 거쳐 김포 방향 48번 국도로 진입한다. 양촌을 지나 대명포구, 초지대교 방면으로 좌회전. 초지대교를 건너 강화도에 진입한 뒤 선수포구로 가는 길은 두 가지다. 84번 국도를 거쳐 길상에서 화도면 방면으로 향하거나 남쪽 해안도로 동막 해수욕장을 경유하는 길이 있다. 해변 길은 초지대교에서 30분 정도 소요된다. 선수포구는 공식명칭이 후포항으로 바뀌었지만 강화도 사람들 사이에서는 선수포구로 불리고 있다. 맛집 소개 선수포구 어판장에 15곳의 식당이 들어서 있다. 밴댕이회와 구이는 1kg에 1만 5000원∼2만원. 밴댕이 무침은 2만원에 판매된다. 아이스박스 얼음 포장도 가능하다. 신일호집(019-271-1927)과 유일호집(032-937-1702) 등이 10년 넘게 이곳에서 장사를 한 식당들이다. 주변 명소 초지대교에서 선수포구를 오가는 길에 둘러볼 곳들이 여럿 있다. 가는 길에는 전등사를, 돌아오는 길에는 남쪽 해안도로를 택해 갯벌해안을 구경한다. 선수포구 남쪽에 청정갯벌 보존지역이 들어서 있으며 일몰로 유명한 장화리 해변도 위치했다. 장화리 아래 동막 해수욕장은 드넓은 해변으로 연인, 가족들에게 인기가 높은 곳이다. 가족끼리 나들이라면 강화대교 건너기전 세계 거장들의 작품이 전시돼 있는 김포 조각공원에서 산책을 즐겨도 좋을 듯. 서영진 여행칼럼니스트 aular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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