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을연처럼…”금쪽같은8강조준…사상첫세계8위도전장

입력 2008-06-0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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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상(47개)과 수영(46개)에는 베이징올림픽 금메달(302개)의 30이상이 걸려 있다. 한국수영은 2000년 시드니올림픽까지 8명이 겨루는 올림픽 최종결선에 단 한 번도 진출하지 못했다. 하지만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남유선(23·강원도청)이 여자개인혼영 400m에서 7위에 오르며 징검다리를 놓았고, 베이징올림픽에서는 박태환이 사상 최초로 금메달을 노린다. 반면 육상에서 메달을 노리는 종목은 이번에도 마라톤 뿐. 하지만 남자 창던지기 박재명(27·태백시청)은 남유선처럼 한국육상의 디딤돌을 놓을 기세다. 필드종목 사상 최고성적은 1984년 LA올림픽 김종일(남자 멀리뛰기), 1988년 서울올림픽 김희선(여자 높이뛰기),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 이진택(남자 높이뛰기)이 기록한 8위. ‘마의 8위 벽’에 도전하는 창던지기 대표팀을 만났다. ● 좌충우돌 창던지기 입문기 등록선수는 남녀 대학·일반을 합쳐 50여명이 채 안된다. 대표팀은 “처음부터 창던지기를 하려던 것은 아니었다”고 입을 모았다. 박재명은 초등학교 때 빵과 우유를 준다는 이유로 육상부에 가입했다. 쑥스러운 표정으로 “공부도 전교 1,2등을 다퉜다”고 했다. 단거리, 중거리부터 정구까지 섭렵하다 중학생이 되고서야 창던지기에 입문했다. 정상진(24·안산시청)은 “속아서 시작했다”고 했다. 농구를 하고 싶었지만 재능을 알아 본 코치는 “일단 육상으로 기초체력을 다진 후에 농구부가 있는 학교로 보내주겠다”고 꼬드겼다. 야구공을 120m 가까이 날려 보낼 만큼 강한 어깨는 야구부에서도 탐을 냈다. 김경애(20·한체대)도 초등학교 때는 태권도 선수였다. 다른 종목들을 잠시 기웃거렸지만 창던지기는 운명이었다. 이 종목에서 만큼은 최고라는 소리를 들었고, 기록이 나올수록 열정은 커졌다. 2002년, 온 나라가 축구로 들끓었을 때 이들은 소리 없이 큰 걸음을 내디뎠다. 박재명은 제6회 전국실업대회에서 80m96의 기록으로 마의 80m벽을 넘었다. 정상진은 세계주니어대회에서 3위를 차지한 뒤, 아시아주니어대회에서 왕좌에 오르며 차세대 주자로 급부상했다. 김경애 역시 제4회 전국꿈나무대회에서 대회신기록(42m76)으로 우승하며 혜성이 됐다 ● 가족은 내 삶의 버팀목 창던지기는 도움닫기 후 정지하며 창을 던지는 과정에서 디딤 발과 던지는 팔에 부상 위험이 높다. 선수들은 무릎, 허리, 팔꿈치, 어깨 부상을 달고 산다. 박재명은 2004년 뉴질랜드육상대회에서 83m99로 한국기록을 새로 썼지만 이후 부상을 겪으며 슬럼프에 빠졌다. 기대를 모았던 아테네올림픽에서는 예선탈락. 박재명은 “기록은 안나오는데 후배들은 치고 올라오고…. 죽을 맛 이었다”고 했다. 술병 대신 다시 창을 잡게 해준 것은 지금의 아내 이현진씨. “하고 싶은 것을 해보라”는 말에 정신이 번쩍 났다.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뒤 전화통화. 수화기 너머로 느껴지는 눈물의 온기를 느끼며 평생의 반려자로 맞을 결심을 했다. 5일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제62회 전국육상선수권. 박재명은 3차 시기에서 78m77을 던진 뒤 서둘러 짐을 꾸렸다. 3차시기 직후 서울에서 첫 딸이 태어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화끈한 박재명의 성격처럼 예정일보다 5일이나 빨랐다. 4,5,6차시기를 포기했지만 1등을 차지하는 데는 부족함이 없었다. 박재명은 “이제 내 버팀목인 아내와 첫 딸을 위해 창을 던지겠다”고 했다. ● 창에 대한 애정을 던진다 박재명은 “베이징올림픽에서 1차 목표는 8강, 2차 목표는 메달”이라고 했다. 81m이상을 던져야 8강이 가능하다. 카리 이하라이넨(54·핀란드) 코치는 “메달권은 90m 이상 나와야 할 것”이라면서 “우선은 본인 최고 기록을 던지느냐가 관건”이라고 했다. 박재명의 최종목표는 19년째 깨지지 않고 있는 가쓰히로 미조구치의 아시아신기록(87m60). 유남성(30) 코치는 “기술이 제대로 걸리면 창이 연을 날리는 것처럼 뜰 때가 있다”면서 “10번 중에 한 번 나오는 그 느낌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것이 과제”라고 했다. 대표팀은 경북체고에서 훈련을 하다 8일 태릉선수촌에 들어왔다. 하지만 필드 훈련을 할 때면 한체대로 이동해야 한다. 태릉선수촌에는 마땅한 훈련 장소가 없기 때문. 유 코치는 “우리가 더 잘해야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성적으로 보여주겠다는 결의가 대단했다. “ 박재명은 “창던지기는 인생과 같다”고 했다. 세계적인 선수들조차 부침이 심하기 때문이다. 박재명은 딸의 새근거리는 숨소리도 듣지 못한 채 11일 강원도민체전에 출전한다. 6월 말에는 핀란드 전지훈련도 예정되어 있다. “열심히 해야 딸에게도 면목이 있다”고 했다. 어려운 여건에서도 당당할 수 있는 힘, 그들이 바람에 싣는 것은 창이 아니라 창에 대한 애정이었다. 경산=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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