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인아메리카]“스타선수만있고전술은없다고?”명장의본때보여주마

입력 2008-06-1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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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스포츠 천국이다. 그러다보니 명망있는 지도자도 무수히 많이 배출됐다. 우수한 지도자들과 관련된 서적도 헤아릴 수가 없을 정도로 많이 출간된다. 우수한 지도자들은 리더십, 동기부여, 철학 등이 남다르다. 성공한 스포츠 지도자는 성공한 경영인과 흡사한 점이 많다. 미국 스포츠에서는 NFL 그린베이 패커스의 고 빈스 롬바르디, NCAA UCLA의 존 우든 등이 아무런 이견없이 최고 지도자로 손꼽힌다. 롬바르디는 현재 NFL 슈퍼볼 트로피로 일컬어지며 후세에도 추앙을 받고 있다. 다섯차례의 NFL 챔피언십과 슈퍼볼 1, 2회를 그린베이에 안긴 탁월한 지도자였다. 미국 스포츠 사상 모든 종목을 떠나 최고 지도자 1위로 항상 선정된다. 97세의 나이로 아직도 UCLA 게임을 관전하는 존 우든은 NCAA 6연패를 포함해 통산 10차례 우승을 일궈낸 명 감독이다. 앞으로 이 기록은 영원히 깨질 수 없다. 대학선수들의 조기 NBA 진출로 제도상 불가능하다. 우든은 카림 압둘 자바, 빌 월튼을 배출하며 UCLA를 대학농구 최정상으로 이끌었다. NBA는 보스턴 셀틱스의 고 레드 아우벅 감독을 최고 지도자로 꼽는다. NBA 최다 통산 9차례 우승을 이끌었고, 수많은 스타들을 배출했다. NBA 우승후 승리를 의미하는 시가를 무는 모습은 미국 스포츠의 고전으로 남아 있다. 그런데 NBA 최고 지도자 아우벅을 능가할 감독이 나타났다. 현재 보스턴 셀틱스와 파이널을 한창 진행중인 LA 레이커스 필 잭슨 감독이다. 잭슨은 아우벅과 함께 최다 우승 타이 기록을 갖고 있다. ○ 레드 아우벅과 필 잭슨 LA 지역 언론은 잭슨이 통산 10차례 NBA 정상에 올라설 때 진정한 최고 지도자가 되면서 시가를 물 것이라고 예상했다. 잭슨에 대한 평가는 다소 엇갈린다. 아우벅을 NBA 최고 감독으로 평가하는데는 별 이견이 없다. 아우벅은 9차례 셀틱스를 우승시키는 동안 농구사에 한획을 그었다. 팀 플레이, 강력한 수비, 속공 등 아우벅이 고안해낸 전술이 오늘날 이어지고 있다. 아울러 그는 수많은 스타들을 배출했다. 빌 러셀, 밥 쿠지, 돈 넬슨, 프랭크 램지, 존 해블리첵, 래리 버드 등 셀틱스 우승멤버들은 모두가 명예의 전당에 가입됐다. 그런 점에서 잭슨과 대비된다. 잭슨을 주저없이 최고 감독으로 꼽지 못하는 이유다. 잭슨은 팀을 가꾸고, 젊은 선수들을 육성하는데는 높은 점수를 얻지 못한다. 잭슨의 9차례 우승에 기여한 선수들은 많다. 그러나 기억나는 선수는 마이클 조던, 스코티 피펜, 코비 브라이언트, 샤킬 오닐 등이다. 슈퍼스타 중심으로 팀을 이끌었고, 이들의 힘으로 정상에 올랐다는 지적을 받는다. 잭슨을 아우벅과 비교해 단 한명을 고르는 ‘최고 감독’으로서의 평가가 다를 수 있지만 그가 이룬 업적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지난 해 현역 감독으로서 지도자 인정서나 다름없는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NBA선정 최고 지도자 10명에도 뽑혔다. 잭슨은 9차례 우승 외에 정규시즌과 플레이오프에서 최고 승률을 마크하고 있다. 올해까지 정규시즌 통산 976승418패로 승률 0.700을 유지하고 있다. NBA 최다승은 레니 윌킨스로 1332승을 거두고 현역에서 물러났다. 플레이오프 역시 현재 진행중인 파이널을 제외하고 191승81패 0.702의 승률이다. 당분간 잭슨이 플레이오프에서 거둔 승수와 승률은 깨지기 힘들 전망이다. ○ 자유분방한 스타일의 젠 마스터 잭슨은 인구가 적은 노스 다코다 주의 성직자 집안에서 성장했다. 태어나서 처음 영화를 본 게 고등학교 때였고, 대학에 진학해 처음 춤을 췄을 정도로 엄격한 성장기를 보냈다. 어린 시절에 대한 반항이었을까. NBA 뉴욕 닉스에 입단한 잭슨은 히피 스타일에 자유분방했다. 장발의 머리에 머리띠를 두르고 코트를 누볐던 게 잭슨이다. 요즘도 자유인의 상징 오토바이를 즐긴다. 프로 선수로서는 크게 이름을 날리지 못했지만 몸싸움을 아끼지 않는 허슬플레이어로 한시즌 리그 최다 파울 기록을 갖고 있을 정도였다. 잭슨의 멘토는 뉴욕 닉스를 두차례 NBA 정상에 올려 놓은 레드 홀츠먼이다. 특히 잭슨은 1970년 우승 때 허리 부상으로 게임에 나가지 못하고 홀츠먼의 코치 역할을 하며 많은 것을 배웠다. 당시는 코치가 없었고, 감독이 홀로 모든 작전을 지시했을 때다. 잭슨은 홀츠먼 감독의 두번째 우승이었던 73년에는 현역으로 뛰었다. 99년 LA 레이커스 감독이 되기 전 뉴욕 닉스 감독설이 나돌았던 이유도 홀츠먼 감독과의 깊은 인연 때문이었다. 잭슨은 지도자로서 선수들에게 동기부여를 잘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원정경기 갈 때 책을 골라 선수에게 읽어보라고 권하고, 게임에 앞서 비디오 리뷰를 하면서 엉뚱한 테이프로 선수들에게 동기를 심어준다. 동양 철학에 심취해 젠 마스터로 통하는 잭슨의 지도자 스타일은 매니지먼트 형으로 볼 수 있다. 선수들도 구속하지 않고 자유롭게 풀어준다. 당대 최고 스타를 보유했던 터라 이들에게 지시보다는 관리 스타일로 통산 9차례 우승의 밑거름을 만들었다. 코트에서의 전술은 ‘트라이앵글 오펜스’다. 2004년 레이커스를 잠시 떠날 때는 ‘더 라스트 시즌’ 책을 발간하면서 코비 브라이언트를 ‘코치하기 어려운 선수’라고 비난한 뒤 1년 후에 다시 손을 잡기도 했다. 올해 그 코비와 함께 우승을 향해 달리고 있다. 레이커스 전력은 올시즌 우승을 하지 못하더라도 당분간 이변이 없는 한 파이널 진출이 예상된다. 잭슨의 아우벅 기록 경신은 사실 시간이 문제일 뿐이다. NBA 최다 우승 감독으로 우뚝설 때 그에 대한 평가는 또 달라질 것이다. LA=문상열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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