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댄스팀,크레이지“‘텔미’보다더뜨겁게,새춤과열애중…”

입력 2008-07-0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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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턱을 약간 더 들고….” “왼쪽 어깨를 조금 더 올려야지.” “그래, 그래 좋아. 그렇게 섹시한 분위기가 살아야 돼. 좀 더 여성스럽게…” 무더위가 무르익어 가는 시작된 초 여름의 오후, 서울 합정동 한 건물 지하에 마련된 안무연습실, 요즘 인기 높은 가요계 섹시 스타 문지은이 춤 연습에 한창이다. 거울이 사방으로 둘러진 20여 평방미터의 연습실에는 그녀 외에 안무를 맡은 여성댄스팀 ‘크레이지’의 김희정 씨가 연습현장을 지켜보고 있다. 김희정(29) 씨는 ‘감자’라는 별명으로 업계에 잘 알려진 유명 안무가 겸 댄서다. 김씨 곁에는 함께 안무를 구성하고 연습을 시키는 심경하(28) 씨가 땀을 흘리며 섰다. 문지은은 이달 중순 선보일 후속곡 ‘몰라몰라’ 방송 무대를 위해 아홉 명의 댄서와 호흡을 맞추고 있다. ‘크레이지’는 요즘 가요계에서 잘 나가는 댄스팀이다. 현재 성은, 문지은, 거미, 태양의 댄서를 맡고 있고, 2년 만에 가수로 돌아온 엄정화의 ‘디스코’ 무대도 함께 하기 위해 연습에 한창이다. 김희정 씨는 ‘텔 미’ 때문에 요즘 안무일이 힘들어졌다고 했다. ‘텔 미’ 이후 이른바 유행춤을 만들어 달라는 기획사의 요청이 많아 고민도 많고 머리도 아프다고 했다. “귀여우면서도 멋있고, 섹시하면서, 터프한, 모두가 따라할 수 있는 춤을 만들어보라고 요구하는데, 말이 쉽지요. 정말 갑갑해요.” 팀에서 안무를 구성하고 연습을 지도하는 것은 김희정 씨의 몫. 심경하씨는 김희정 씨를 도와 크레이지를 이끈다. 김씨와 심씨는 각각 21세, 18세에 댄서가 됐다. 크레이지의 단장은 윤성은 씨. 20살때 치어리더로 시작해 국내 최대의 댄스팀 ‘연하나로’에서 활동했다. ‘연하나로’가 IMF 한파로 해체된 후 지금은 무대를 후배들에게 양보하고 크레이지의 살림을 맡고 있다. 크레이지를 이끄는 세 명의 큰 언니, 윤성은 김희정 심경하 씨와 합정동 크레이지 사무실에서 이야길 나눴다. - 단원들이 하나같이 미모가 뛰어난데, 미모도 선발기준인가. “예쁘다고 되는 게 아니라 자신을 꾸밀 수 있는 사람, 코디 감각이 있는 사람을 선호한다. 자신을 꾸미는데 수동적인 사람은 좋아하지 않는다. ‘몸’으로 하는 직업이라 성격도 본다. 여자들끼리는 삐치기도 하고, 또래들끼리 질투도 한다. 성격이 모나면 단체생활을 못한다.” - ‘몸’으로 하는 직업이니까 몸매 관리가 중요할 텐데. “몸매 관리를 하긴 하지만 전문적으론 하지 않는다. 연습으로 밤새는 경우가 많다 헬스클럽 다닐 여유가 없다. 밤 새고 방송 가고, 방송 마치면 또 다른 안무 연습하고…. 남들 다 가는 클럽도 잘 못가고 술 마실 시간도 없다. 그리고 춤 자체로 운동이 된다.” - 댄서 출신 가수들이 많다. 댄서는 연예인이 되기 위한 코스는 아닌가. “그런 생각 하는 사람도 있다. 생활하는 거 보면 안다. 춤을 좋아하는 사람은 밤새도록 춤을 배워도 눈이 말똥말똥하지만 연예인 꿈꾸는 사람은 춤에 큰 의지가 없어 힘든 것을 못 견뎌 한다.” 김희정 씨는 가수 제의를 여러 번 받았고, 그럴 때마다 고민도 된다고 했다. 하지만 춤이 좋고, 크레이지에 정도 많이 들어 쉽게 떠날 수 없다고 했다. 김씨는 YG 엔터테인먼트에서 연습생 시절도 보냈던 시절이 있었다. 연습생 오디션에 합격했지만, 춤 출 때 만큼 노래에는 크게 흥이 나지 않았다고 했다. - 우리나라에서 댄서는 대접받지 못하는 직업이다. 부모의 반대가 심했을 것 같다. “지금이야 많이 좋아졌지만, 10여년 전에는 그렇지 못했다. 옛날 방송사 무용단에서 쫄 바지 입고 춤추는 경우가 많았는데, 어른들은 옷을 다 벗고 추는 걸로 보시더라. 그래서 부모가 집에 가둬놓기도 했다. 용돈도 안주고 외출도 금지시켰다.” - 댄서들은 잘 놀고, 남자관계도 복잡한 속칭 ‘날나리’라는 시선이 있다. “억울하다. 우리는 주말에 더 바쁘고, 연말에 바쁘다. 외국에선 댄서는 전문적인 직업이고 대우도 좋다. 가수를 예전에 딴따라로 생각했듯 댄서를 좀 무시한다. 그래도 예전보다는 많이 대우를 해준다.” - 댄서들은 공부와는 거리가 먼 사람들 아닌가. “멤버 중 현재 대학생이 4명이다. 대학생활과 댄서 생활은 도저히 병행할 수 없는 관계다. 대부분 고교 때부터 춤을 시작해서, 졸업 때는 춤이냐 댄서냐 선택의 기로에서 결국 춤을 선택하게 된다. 물론 학교를 선택해서 춤을 포기하는 사람도 있다.” - 수입은 얼마나 되나. “월급제가 아니어서 수입도 천차만별이다. 많이 벌면 한 달에 400만원 가량 된다. IMF 이전에는 기획사에서 받는 행사비 외에 방송사로부터도 10만 원의 출연료를 받았다. 이후 방송 출연료가 부활되지 않아 과거보다 절반 수준이다. 행사는 지방의 경우 10만원, 방송무대는 5만원, 콘서트는 30∼40만 원 가량 받는다. 콘서트 출연료를 보면 언뜻 큰 돈을 받는 것 같지만, 한달 넘게 연습해야 하고, 곡수도 많다. 장기공연이면 좋은데, 그렇지 않으면 우리도 힘들다.” 크레이지 멤버들은 수많은 가수들의 무대를 준비하며 2월부터 매일 밤을 새왔다. 그래서 크레이지 12명 모두가 남자 친구가 없다. 스물한 살 두 살, 한창 놀 나이이지만 밤샘하면서 청춘을 보내고 있어 이성교제에 쓸 시간이 없다. 크레이지 탄생&활약상 크레이지는 2002년, 몇몇의 기존 댄스팀에서 독립한 8명으로 시작, 몇 차례 멤버들의 가입·탈퇴를 겪은 후 현재 12명으로 구성됐다. 남성그룹 지오디 100회 콘서트 중에 결성됐고, CB매스 ‘동네한바퀴’를 본격적으로 가요계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렉시의 ‘애송이’, 보아의 ‘마이 네임’ 무대로 대중에 깊이 각인시켰으며, 세븐, 빅뱅, 45rpm 등의 무대에 올라왔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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