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테니스간판스타이형택,네번째올림픽“베테랑을보여주마”

입력 2008-07-2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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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올림픽 여자수영에 출전하는 다라 토레스(미국)는 41세. 일본 승마대표 호케 히로시(63)는 환갑을 넘긴 나이에 마장 마술단체전에 나선다. 한국대표팀 최고령선수는 남자마라톤의 이봉주(38·삼성전자). 이봉주는 1996애틀랜타올림픽부터 4회 연속으로 올림픽 출전권을 따냈다. 테니스에서는 이형택(32·삼성증권)이 4회 연속 올림픽코트에 선다. 마라톤에서는 불혹을 바라보는 선수들이 우승후보군을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단명하는 선수가 많은 테니스에서는 주로 20대 선수들이 진을 친다. 이형택의 연속출전기록은 그래서 더 빛난다. ○자부심으로 잡는 라켓 이형택은 “(4회연속은) 12년 간 세계정상급 기량을 유지해야 가능한 일이기 때문에 큰 자부심을 갖고 있다”면서 “자력 진출이라 더 의미가 있다”고 했다. 이형택은 앞선 3번의 올림픽에 대륙별 와일드카드로 출전했다. 베이징올림픽 남자테니스 본선은 64강전부터 시작한다. 세계랭킹에 따라 56명이 선발되고, 와일드카드 6명, 중국테니스협회 추천 선수 2명이 나선다. 이형택은 6월9일 세계남자프로테니스(ATP)가 발표한 랭킹에서 55위를 차지, 출전권을 확보했다. 베이징올림픽에는 세계랭킹 1위 로저 페더러(27·스위스)와 2위 라파엘 나달(22·스페인) 등 정상급의 선수들이 총출동한다. 이형택은 “ATP투어 선수들이 상금만을 생각한다면 올림픽보다는 9월에 열리는 US오픈을 대비해 휴식을 취할 것”이라고 했다. 이형택은 “테니스인들은 프로선수로서 돈벌이 이전에 명예를 중요시한다”고 했다. ○서른, 잔치는 시작 13일, 테니스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린 마이클 창(36·미국)의 메이저대회 우승경력은 17세 때 프랑스오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꺼지지 않을 것 같던 피트 샘프라스(37·미국)는 30세가 넘어가면서 부상에 시달렸고, 결국 32세에 은퇴를 택했다. 이형택은 “30대에 메이저대회에서 생애 최고성적을 거둔 선수는 거의 내가 유일할 것”이라고 했다. 2000년 US오픈에서 한국남자선수(여자는 이덕희가 1981년 US오픈에서 16강) 최초로 16강에 오른 이형택은 2007년 US오픈에서 다시 한 번 16강을 맛봤다. 당시 31세였던 이형택은 16강에 오른 선수 가운데 카를로스 모야(스페인)와 함께 가장 나이가 많았다. 2007년 8월에는 세계랭킹이 36위까지 뛰었다. ATP랭킹을 다투는 선수는 전 세계에 2000여명 가까이 된다. 이형택은 “테니스는 뛰는 양이 많은데다 구기 종목과는 달리 교체도 없기 때문에 체력적인 부담이 상당하다”고 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힘에 부치지는 않는다. 체력유지의 비결은 웨이트트레이닝. 팬들이 보내주는 보양식들도 힘이 된다. 테니스는 코트에 들어서면 모든 것을 스스로 판단하고 조율해야 한다. 코치의 지시도 한계가 있다. 이형택은 “결정적인 순간 집중력과 판단력이 좋아진 것이 오히려 (베테랑으로서) 강점”이라고 했다. ○투혼의 샷 날린다 이형택은 6월 왼쪽 무릎 부상을 당해 현재 재활훈련에 집중하고 있다. “순간적으로 방향을 바꿀 때 정상적인 움직임이 힘들다”면서 “이렇게 오랫동안 아픈 것은 처음”이라고 했다. 7일 발표된 세계랭킹은 61위까지 떨어졌다. 이형택이 후배들에게 강조하는 것은 “정신력”이다. “시스템이나 코치는 그 다음의 문제”라고 했다. 2007년 US오픈 1회전에서도 그랬다. 도미니크 에르바티(슬로바키아)와의 경기. 이형택은 5세트, 허벅지 통증 때문에 서있기도 힘든 상황에서 눈물을 흘려가며 스트로크를 보냈다. 이번에도 부상투혼을 재현할 각오다. 이형택은 “시스템만 보자면 태국이 한국보다 더 뒤처진다”면서 “그렇다면 파라돈 스리차판(29)같은 선수는 어떻게 나오겠느냐”고 반문했다. 스리차판은 한 때 세계랭킹 9위까지 올랐던 태국의 테니스 영웅. “프로는 주변 탓, 부상 탓을 할 것이 아니라 결과에 스스로 책임질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 이형택은 요란스럽지 않다. 멋진 패싱샷이 나와도 주먹을 한 번 불끈 쥐면 그만이다. “동호인은 한 샷을 잘 치기 위해 연습을 한다면, 프로는 한 샷의 에러를 줄이기 위해 연습을 한다”고 했다. 최고의 스트로크는 프로로서 당연한 것. 실패의 책임을 담담히 자신에게 물을 뿐이다. 한국의 올림픽테니스단식 역대 최고성적은 1988서울올림픽에서 남자 김봉수와 여자 김일순이 기록한 16강. “모든 대회의 목표는 1회전 통과입니다. 그래야 2·3회전도 있으니까요. 꼭 어린선수들에게 귀감이 되는 경기를 펼치고 오겠습니다.” 10년 넘게 한국테니스를 지탱해온 대들보다웠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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