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날두뛰어봤자퍼거슨손바닥안?

입력 2008-07-3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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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 말할 것 같으면 고질라도 때려눕힌 적이 있는 사람이다.” 이 말은 맨유의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자랑스럽게 털어놓는 자신에 얽힌 무용담 중 하나이면서 레알 마드리드에게 현재 퍼거슨이 하고픈 말이기도 하다. 올 여름 이적 시장 최대 이슈였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두고 벌인 스페인 챔피언과의 치열했던 싸움이 퍼거슨의 한판승으로 끝나가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레알 마드리드 이사회는 최근 호날두에 대한 미련을 접고 퍼거슨과의 공방을 마무리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사실 맨유와의 계약이 아직 남아있는 호날두에게 자신의 꿈인 레알 마드리드로의 이적을 위해서는 퍼거슨의 동의가 절대적 선결 요건이었다. 그러나 ‘내 시체를 밟고 가라’는 퍼거슨의 확고부동한 의지 앞에 레알 마드리드는 그 동안 속수무책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 시즌개막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 노련한 명장과의 승산 없는 지루한 싸움을 벌이느니 차라리 다른 대안을 찾는 것이 실익이 크다는 판단 때문이다. ○레알의 호날두 이적 포기 움직임엔 퍼거슨 반대가 결정타 레알 마드리드 이사회는 라몬 칼데론 회장에게 가망 없는 호날두를 기다리기 위해 다른 선수에 대한 영입을 마냥 미룰 수만은 없다는 최후통첩을 했다. 또한 호날두 한 명을 위해1600억원에 달하는 세계 최고의 천문학적인 이적료를 지불하는 것에 대해서도 심한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레알 마드리드는 호날두의 대안으로 함부르크에서 뛰고 있는 판 데르 파르트(네덜란드)를 염두에 두고 접촉 중이다. 호날두와 같은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파르트를 이적시키는데 ‘단돈 200억원’이면 충분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칼데론 회장은 발렌시아의 우상 다비드 비야에 대한 영입에도 착수하고 이적료로 600억원을 준비하고 있다. 호날두의 절반 가격으로 이 두 선수를 영입한다면 레알 마드리드에게는 실속 있는 거래가 된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레알 마드리드의 수비수이자 호날두와 같은 포르투갈 출신인 케플러 페페는 “축구는 한 사람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며 펠레나 마라도나라고 할지라도 팀 동료의 도움 없이는 좋은 플레이를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레알 마드리드의 팬들도 최근 여론조사에서 80% 이상이 호날두 보다는 파르트와 비야를 선호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호날두에 대한 이런 부정적인 여론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호날두가 퍼거슨의 품으로부터 탈출할 수만 있다면 환영하겠다는 레알 마드리드가 호날두의 이적을 사실상 포기하기에 이른 데는 퍼거슨의 반대가 결정타였다. 레알 마드리드로서는 유일할 희망이 호날두가 퍼거슨을 만나 설득하는 길밖에는 없는데 이는 현재로써는 거의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퍼거슨은 그 어떤 논쟁이나 대결에서 져 본 일이 없는 임전불퇴의 강철 같은 성격의 소유자이다. ‘헤어드라이어’에서 쏟아지는 뜨거운 열기에 비유되는 퍼거슨의 욕설과 질책, 그리고 자신의 분을 참지 못하고 집기를 걷어차며 집어 던진 찻잔이 날아다니는 드레싱 룸을 빗댄 ‘헤어드라이어’와 찻잔 신화들은 그 한 예에 불과하다. ○공포의 고질라 사건 앞서 언급한 고질라 일화도 자신이 한 성격한다며 퍼거슨 스스로 밝힌 전설 중의 하나다. 1976년 퍼거슨은 매니저 겸 선수로 세인트 미렌이라는 스코틀랜드 클럽을 이끌고 캐리비안으로 시즌 전 훈련을 떠나게 된다. 이 때 가이아나 대표팀과의 친선경기를 벌이게 되는데, 이 고질라 사건은 그 때 터졌다. 퍼거슨은 “상대팀 수비수중에는 체격이 엄청나게 큰 선수가 한 명 있었다. 그는 마치 고질라 같이 컸다. 그런데 그 고질라가 우리 스트라이커를 발로 차며 공포의 분위기로 몰아갔다. 나는 그때 터치라인 부근에서 그 광경을 보고 있었는데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을 수가 없었다. 나는 애초에 후보명단에도 없었지만 고질라와의 한판을 위해 축구화로 갈아 신고 후반 15분을 남기고 피치로 들어갔다. 내가 왜 들어가는지 뻔히 아는 당시 수석코치의 만류도 귀에 들어오지 않을 만큼 나는 그때 젊었으니까. 들어가자마자 단 한방에 때려눕히고 피치 밖으로 끌고 나와 버렸다. 물론 나는 퇴장을 당했다”라고 의기양양해 하며 당시를 회고했다. ○호날두 스스로 퍼거슨 설득은 불가능 퍼거슨은 이 일이 자신이 공개하기 전까지 오랫동안 알려지지 않은 것은 경기가 끝난 후 선수들에게 신신당부(?)를 했기 때문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만일 누구라도 이 일을 발설한다면 내가 반드시 찾아내서 죽여버리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현 맨체스터 시티의 감독 마크 휴즈에 의해서 처음 시작된 ‘헤어드라이어’나 찻잔 신화가 자신의 드레싱 룸 방침이라는 퍼거슨은 ‘그 누구든 내게 도전하거나 대결을 원한다면 나는 이를 언제든 받아줄 준비가 되어 있다’며 좋은 이유만 있다면 자신의 이런 격한 행동은 정당화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퍼거슨의 심기를 거스르는 기사가 맨유의 드레싱 룸에서 흘려 나오자 퍼디낸드는 <더 선>과의 계약서를 찢어 버렸고, 네빌은 <더 타임즈>와의 관계를 단절해야 했는데, 그 배후에 분노한 퍼거슨이 있다는 것은 세상이 다 아는 사실이 되어 버린 지 오래다. 호날두가 맨유를 떠나 레알 마드리드로 가겠다고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6년 월드컵 이후에도 호날두는 언론을 통해 레알 마드리드나 바르셀로나로 가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퍼거슨과의 면담 후 승자는 역시 퍼거슨이었다. 이번에도 호날두가 스스로 세계 축구계 어디에도 찾아 볼 수 없는 공포의 대상인 퍼거슨을 상대로 자신의 이적을 설득해 내기는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고질라와 싸워 이겼다고 자신만만해 하는 퍼거슨 앞에 자이언트 클럽 레알 마드리드가 작아 보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요크(영국) | 전홍석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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